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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아래 Oct 09. 2024

죽고 싶어 지지 않으려면

위험 신호 알아차리기



더 이상 무엇도 사랑하고 싶어지지 않을 때 나는 죽고 싶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사람은 연결되어야 한다.

죽고 싶어지지 않으려면..


사랑하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무수한 연결들이 그 사람을 살아가게 한다.


매일 죽고 싶어지는 날들을 보냈다.

무수히 슬프고 힘든 날들을 다 지나보냈다고 생각했는데,


평온한 날들이 찾아오자 당혹스럽게도 죽고 싶어졌다.

운전을 하면서, 밥을 먹으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의 머리를 감기면서, 새벽에 가족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봉긋 부풀어오르는 커피를 바라보며 물줄기를 둥글게 그릴 때, 커피를 컵에 담아 첫 향기를 맡을 때만 잠시 그 생각을 잊었다.

한 번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나면, 이제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부터 죽음에 대한 생각은 내 팔짱을 끼고 모든 순간에 함께 했다.

즐거운 순간에도 예외는 없었고, 오히려 그 극명한 대비 앞에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당황스러웠다.

그 때 내 안에서 그득히 찰랑였던 것은 절망감이었고


그것은 점점 차올랐다.

최근 1,2년 사이 숨을 참고 있는 나를, 밥을 먹을 때마다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꼭 말아쥐고 있는 나를 보게 되었다.

알 수 없는 사이 천천히 차올라 이제 내 몸이 나에게 위험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랑하는 것들과 연결이 끊어져가고 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가 낯설어지고, 싫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를 사랑할 수 없어 무엇도 사랑할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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