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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아래 Oct 09. 2024

우리 같이 놀이를 하자

너에게 보내는 편지

안녕


내가 어느 날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이상하게 내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 사람이


너야.


내가 해준 것보다 이상하게 항상 더 많이 주는 너


 자신도 의심스럽게 바라보던 나를


항상 좋아한다고 말하는 너


내가 잘못되면 못 산다고 울던 그날 이후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 의심들을 바라보고 있어


내가 나를 미워하는 마음을 말이야


너무 오래되어 그냥 내가 되어버린


싫지만 버릴 수도 없고, 이대로 더 버티기도 버거워져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만 드는 나날들이었는데..



나 말고 너의 마음을 더 믿어볼까


그 마음에 조금 기대어볼까


너무 오랫동안 난 멈춰있었으니까.


니가 말한 곳으로 한 발자국만 일단 옮겨볼까


딱 두 달만.


놀이를 해보는 거야.


우리 어릴 때 의자집 지어 같이 놀던 그때처럼


그냥 재밌게. 의심하느라 시간 낭비 같은 건 말고.


아이들처럼 나도 내가 하고 싶은 놀이를 해 보는 거야.


작가 놀이를.


그저 쓰고 싶은 걸 써 보고, 서툴러도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고


무엇보다


상상하고 싶은 것을


두려워말고 상상해 보는 거지.


돈이 되지도 않고, 당장 쓸 데도 없고, 목적지도 확실치 않지만


그냥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나 자신에게 말해주면서.


그런 걸 하다간 큰 일 날 거라고 겁 같은 건 주지 말고


내 안에 자라지 못한 어린 시절의 나에게


그냥 해봐도 된다고


니가 하고 싶은 걸 해봐도 괜찮다고.




말해줄 거야.


2024년 3월 7일 언니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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