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길고양이처럼> 41화
사랑도 책처럼,
한 페이지씩 함께 읽어가는 일이었죠.
도서관에서 서로를 알아갔고, 문장 사이에 마음을 숨겼다.
이별은 반납 기한이 지난 책처럼,
조용히 우리를 데려갔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어요.
조용한 공기, 책장 사이로 스치는 발걸음 소리, 오래된 종이 냄새까지 모두 그립고 익숙했죠. 당신과 함께 걷던 그 복도를 다시 밟는 기분이었어요. 손끝으로 책등을 하나씩 쓰다듬으며, 문득 당신과 함께했던 날들이 책처럼 펼쳐졌습니다.
당신을 처음 본 것도 그 도서관이었지요.
고전 문학 코너에서, 나는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을 되뇌고 있었고, 당신은 『위대한 개츠비』를 손에 들고 조용히 웃고 있었죠. 우리가 그때 나눴던 첫 대화, “톨스토이와 피츠제럴드 중 누구를 더 좋아하세요?”라고 묻던 당신의 목소리, 지금도 생생히 떠오릅니다. 그렇게 우리 이야기는 시작됐어요. 한 권의 책처럼, 조용하고 천천히.
매주 같은 요일, 같은 시간에 만나 책을 함께 읽던 시절이 있었죠.
당신은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내게 건네주었고, 나는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함께 읽자고 제안했어요. 우리는 책 속 인물들의 사랑을 이야기하며, 자연스럽게 우리 자신의 마음도 함께 꺼내보곤 했죠. 책 속 문장이 때로는 우리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기도 했어요.
당신이 건넨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에서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결국 이루어진다”라는 문장을 보고, 우리는 서로의 꿈을 믿고 응원했었죠.
기억하나요?
한여름, 에어컨이 고장 나 덥고 습한 도서관에서 땀을 뚝뚝 흘리며 책을 읽던 날. 책상 밑으로 몰래 손을 내밀어 맞잡았던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조용하고도 뜨거운 사랑을 나누었던 것 같아요. 책장이 넘겨지는 소리, 희미한 조명 아래 당신의 옆모습, 그리고 문득 눈이 마주치면 웃던 그 순간들. 그 모든 장면이 내 기억 속 오래된 책갈피처럼 남아 있어요.
그 도서관에는 아직도 우리가 함께 접었던 페이지들이 남아 있을까요?
나는 요즘도 가끔 당신이 접어두었던 페이지를 다시 펼쳐봅니다. 그 작은 흔적 하나에도 당신의 손길이 묻어 있는 것 같아서요. 책은 반납되었지만, 당신은 내 마음속 어딘가에서 여전히 읽히고 있어요. 우리가 함께한 시간은 단지 빌린 것이 아니라, 나를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선물이었으니까요.
영화 <노팅 힐(Notting Hill)>의 서점처럼, 도서관도 우리에게 사랑이 시작된 장소였죠.
그리고 영화 <비포 선셋>에서 오랜 시간 뒤 파리의 서점에서 재회하는 두 사람처럼, 언젠가 우리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런 날이 온다면, 나는 당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그때 우리가 함께 읽던 책, 아직도 내 마음속에 그대로 있어요.”
우리는 결국 각자의 페이지로 돌아가야 했지만, 그 책이 내게 남긴 여운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당신은 이제 어떤 책을 읽고 있나요? 어떤 문장에 마음을 두고, 어떤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나요? 나는 여전히 당신의 문장을 따라 걷고 있어요. 도서관의 긴 복도 어딘가에서, 언젠가 다시 당신의 흔적을 만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요.
사랑은 도서관에서 빌린 책 같기도 해요.
반납 기한은 있지만, 마음속에는 영영 남아 있는 이야기. 언젠가 다시 그 책을 빌려 읽듯, 나는 다시 당신을 떠올립니다. 당신이 없는 자리에서도, 당신이 읽던 책을 펼치며, 당신의 생각을 꺼내봅니다.
이 글이 당신의 어느 하루에 닿기를.
도서관의 조용한 한 구석에서, 당신을 여전히 기억하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