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지원했던 정부지원사업에서 시원하게(?) 탈락한 이후, 깊은 내상을 입었습니다. 막연히 합격할 거라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며 쓴 고배를 마시는 동안, 며칠간 우울감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운이 좋았기에 인생의 관문들을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했던 건 아닐까, 자기 효능감에 너무 취해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아참, 문득 군대에서 느꼈던 무능감과 외국어를 공부할 때의 자기 모멸감이 떠오르네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감정들!
그래도 주변에 소식을 알릴 때마다 받은 따뜻한 위로와 격려 덕분에 금방 헤어날 수 있었습니다. 창업 지원금은 받지 못하지만, 창업에 대한 동기와 열정은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는 건 다행입니다. 이곳저곳을 분주히 오가며 지내다 보니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진 듯합니다. 분진처럼 날리는 내면의 감정 변화를 유심히 지켜보며 나 자신을 돌아본 건, 좋은 배움이었습니다. 욕망과 집착에서 벗어나라는 성인의 가르침을 체득했으니 말이죠.
며칠 새, 미뤄두었던 MVP 제작도 서둘러 준비하고 사무실 임대차계약까지 했습니다. 오늘은 <복음과 상황> 독서모임에서 인연을 맺은 이철우 목사님께서 무상으로 사무실 공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제겐 너무나도 감사한 선물입니다. 목사님께서 운영하시는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와 연계해, 이 사업이 발달장애인 분들에게 작은 소일거리와 보탬이 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늘 오후, 제주세무서에서 사업자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이제는 예비창업가가 아닌, 오피셜하게(!) 개인사업자로서의 첫날을 맞이했습니다. 고삐를 단단히 조여, 여름에는 텀블벅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해 볼 계획입니다. 고민을 거듭하다가 상호명은 "마주보는얼굴들"로 했는데요. 마주 대하는 높낮이의 평등성, 마주한 대상(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 간에 교감할 수 있는 상호성, 그리고 신체 중 유일하게 헐벗은 살갗인 얼굴을 통해 드러나는 적나라한 진솔성을 말하고 싶었습니다. 마주본 상대를 통해 해방감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도 한껏 생각했는데요. 잘할 수 있겠죠!?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