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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고 May 01. 2024

하루를 계획하고 알차게 보낸 다는 것

P의 성향을 바꿔보고 싶은 나

그렇게 까지 MBTI를 믿진 않지만 나는 'P'의 성향이 짙다.

J를 동경하는 P라고 하면 될까..


나는 항상 계획적으로 살고 싶어 하고 무언가를 계획하면 그걸 실천하고 달성하면서 정말 작게 하루라도 알차고 살고 싶어 한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은 하루를 기상-출근준비-출근-일-퇴근-자유시간 이렇게 루틴 있는 매일을 보냈지만 일을 하고 있지 않는 지금은 나에게 루틴이란 게 없다. 일어나는 시간, 밥 먹는 시간도 매일 다르고 갑자기 뜻하지 않은 순간이 생기면 하루를 몽땅 날려버리기도 한다. 나의 하루가 내 계획처럼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나름의 일정을 짜지만 결국 흐지부지해진다.


나는 아이패드를 구매하고 나서 홈 화면에 To DO List를 띄울 수 있는 어플을 깔았다. 아이패드도 생겼고 자주 쓰게 될 것 같아서 매일 보는 홈 화면에 할 일 리스트를 짜 놓으면 계속 보게 되고 생각나서 할 일을 지키지 않을까 하며 야심 차게 시작했다. 우선 나의 리스트는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이렇게 두 분류로 나뉜다. 해야 할 일에는 자취생답게 집안일, 청소, 장 보는 것, 빨래 등등이고 하고 싶은 일은 산책, 도서관 가기, 카페 가서 공부하기, 책 읽기 등이 있다. 하루에 5~6개 정도 투두리스트를 짜고 하나씩 체크해 가는 재미로 살아보려고 했다. 한 이틀 했나.. 문제는 내가 직접 하루를 계획해야 하는데 이것마저 귀찮아서 리스트를 안 적는다. 나를 보면 참 게으르다고 생각할 수 도 있는데 계획이란 걸 짜면서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너무 어렵다는 걸 이해해줬으면 한다. 마치 초등학생 때 방학 계획표를 짜는 것과 같다. 나는 이렇게 할 거야라고 하지만 3일도 못돼서 내 마음대로 살게 된다.


나의 문제점은 두 가지다.

1. 말 그대로 할 일 리스트만 짜는데 아무렇게나 리스트를 만들다 보니 시간 고려를 안 한다거나, 너무 짧고 소소한 계획만 적는 경우가 있다.

2. 계획 짜는 걸 까먹는다.

내 계획은 시간별로 짜는 것이 아니다. 그냥 오늘 하루 할 일을 적고 오늘 안에만 끝마치면 된다. 그러다 보니 되게 소소한 빨래 개기, 택배박스 정리하기, 설거지하기 같은 그다지 계획해야만 하는 일이 아닌 잡다한 것을 적게 된다. 많이 적어놓고 간단하게 끝낸 다음에 체크하면 끝. 보기에는 많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 걸린 시간은 2시간 남짓. 이런 건 계획해서 했다고 할 수 있나. 알차게 보냈다고도 할 수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매일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버릇이 안되어 있어서 작성하는 걸 까먹는다. 그리고 작성해 두더라도 하루의 끝에 정리하고 체크하는 일을 까먹는다. 그래서 오래가면 3일 정도 쓰고, 하루 걸러 격일로 적을 때도 있다. 계획적인 사람이 나를 보면 게으르다고 하려나. 하루를 알차게 보내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하루를 3일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고 대단하다고 느낀다.


시간은 한정적이다. 내가 사용하기 나름이다. 이러한 시간을 허비하면 후회하는 건 미래의 나 자신이다. 지금도 조금만 더 일찍 글을 적어볼걸, 쉬는 동안 책 한 권이라도 더 읽어놓을걸 후회한다. 대충 금방 할 일 적고 체크하는 맛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계획을 습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느리더라도 천천히 그리고 놓치지 않고 몸에 길들이는 습관을 가지려고 한다. 작은 것이라도 양질의 계획을 하고, 하나의 계획이라도 달성하면서 성취감을 몸에 하나둘씩 집어넣을 것이다. 그렇게 나에게 조금씩 J의 기질을 만들어내려고 한다. 말로만 동경하지 말고 진짜 그런 내가 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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