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1 빼빼로 데이 아니 가래떡 데이 아니 그냥 비 오는 모양 아닌가
2024.11.11. (월)
비가 많이 오고 있는 건 알았지만 비 오는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이게 우기구나 했는데 요 며칠 비가 너무 많이 왔나 보다. 혹시 모르고 연구소에 올까 봐 어제부터 연구실 사람들이 왓츠앱으로 내일 학교가 폐쇄된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와중에 내 담당자는 서운하게도 연락 한통이 없었다. 회사에서도 계속 이메일이 왔다. 보통 비가 많이 오면 산호세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까르따고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만 예외로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해 주었는데 지금은 사무실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을 보니 전반적으로 피해가 심각한 것 같다.
이때까지만 해도 월요일, 길어야 화요일까지 폐쇄였는데 이후에 상황이 심각해져서 연구소도 사무실도 결국 이번주 내내 문을 닫게 되었다. 페이스북에서는 학생들이 이번 연도말까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 계속 연락을 줘서 연구소 폐쇄가 날씨 때문인지 물어봤더니 비도 문제지만 그로 인해 나무가 쓰러져서 위험하다고 했다. 우기가 끝날 즈음에 비가 많이 내린다고 했는데 우기가 지나가는 중인건지, 그냥 이례적인 폭우인 것인지 모르겠다. 사실 방 안에서 창문 밖으로만 보면 지난주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은데 사람들이 공유하는 틱톡 영상을 보면 당장 우리 지역만 해도 물난리가 난 것 같다.
빼빼로데이다. 오늘이 11월 11일 인지도 몰랐다가 카카오톡에 생일인 친구가 뜨는데 이 친구 빼빼로데이가 생일이었는데? 하고 생각해 보니 오늘이었다. 아니 사실 한국 시간으로 따지면 이미 지났지만, 우연히 이번 주말에 친구 어머니가 벤앤제리 아이스크림이랑 먹으라고 장 보면서 사주신 barquillos가 있어서 꺼내 먹었다. 되돌아 생각해 보니 barquillos를 파는 매대에 포키와 길쭉한 오레오를 팔고 있었는데 프로모션을 위해 서있는 언니가 있었다. 본인은 딱 포키랑 요 오레오만 판다고 해서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빼빼로데이 전날 프로모션을 위해 나와있는 것이었나 보다.
그렇지만 빼빼로데이..? 아무도 모르잖아요. 이전에 헬스장에서 수업 듣다가 조금 어지러워서 가방에 있던 포키를 하나 꺼내 먹었던 적이 있다. 앞에 있던 선생님에게 하나 건네줬는데 이거 어떻게 먹는 거야, 손잡이도 먹는 거야? 하시길래 오 여기 빼빼로를 안 먹는군 새삼 깨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Qué rico! 하면서 맛있게 드셨다.
그래도 평소엔 오후 늦은 시간부터 비가 왔는데 오늘은 아침부터 비가 내리긴 했다. 그래서 종일 스페인어 수업만 듣고 집에 있다가 저녁에 요가 수업을 들으러 처음 집 밖을 나섰다. 집에 돌아와서는 새로 열린 링컨차를 타는 변호사 시즌을 이어서 봤다. 주인공 변호사를 연기하는 마누엘 가르시아룰포가 중간중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떤 시리즈든 영화든 무조건 스페인어 자막을 켜고 봐라! 하는 스페인어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스페인어 자막을 켜놓고 봤다. 그러다 뭐라는 것이야, 내가 지금 쉬는데 영어와 스페인어 동시에 고통받아야 해? 하고 한국어 자막을 켰다가.. 또 양심에 찔려 스페인어 자막을 켰다가.. 를 반복하다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