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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스더 Nov 20. 2024

EP094. 스페인어 이력서 완성

레스토랑 요가인 줄 알았는데 레스트 요가였던 건에 대하여.

2024.11.15. (금)


 자유다!! 월요일은 아르헨티나 공휴일이라 이제 화요일 수업까지 아무것도 없다. 무슨 에스빠뇰 이력서 만들기 과제를 받아오긴 했지만 모르겠고 일단 지금은 행복하다. 지난번부터 먹어보고 싶었던 까눌레와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먹기 위해 노트북을 들고 집을 나섰다. 오는 길에 코카콜라에서 코카콜라X오레오 조형물을 떼고 크리스마스트리를 달고 있었다. 크레인으로 사람을 들어 올려서 장식을 달고 있길래 저게 저렇게까지 해야 하는 일인가 싶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완성해서 불 켜놓은 모습을 보니 예뻤다.


 그러고 보니 도로에도 이제 크리스마스 조명 장식이 가득하다. 집, 카페, 슈퍼들은 이미 9월 독립기념일 이후부터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를 시작했다. 애인과 보내는 크리스마스의 이미지가 강한 한국과 달리 코스타리카의 크리스마스는 완전한 가족의 날인데 교회에서도 회사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아파트에서도 내가 이 이국땅에서 혼자 크리스마스를 맞이할까 봐 걱정이 되었는지 다들 다른 일정이 없으면 본인 집에 와도 좋다고 초대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렇게 카페에 도착해서 까눌레를 주문하려고 보니 뭔가 작은 까눌레가 성에 안 찼다. 그래서 결국 눈에 들어온 치즈케이크를 주문해 버렸는데 예상했던 꾸덕한 치즈 케이크의 맛과 달리 계란 케이크 마냥 보들거리는 케이크였는데 나름의 맛이 있었다. 함께 나온 새콤한 잼과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그렇게 치즈케이크를 먹으면서 오랜만에 CV를 열어보았다. 이전 회사에서 멈춰있는 이력서를 업데이트하고 화면 절반에 새로운 문서를 열어 에스빠뇰 CV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뭐라고 쓰고 있는 건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이력서까지 작성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완성하고 나니 괜히 뿌듯했다. 당장이라도 스페인어로 면접도 볼 수 있을 것 같은 용기!


 저녁 시간이 되니 조금 배가 고팠지만 오늘 요가 수업은 특별한 레스토랑 수업(?)이라고 따로 예약까지 받길래 따로 뭘 챙겨 먹지는 않고 요가원으로 향했다. 요가원에서 하는 레스토랑 수업이라니 채식이라도 한 상 차려주시려나 궁금함을 가득 안고 도착한 요가 수업. 역시 특별한 수업이라 그런지 평소의 3배가 넘는 사람들로 요가원이 가득 찼다.


 100분간의 수업 후에 알게 된 것은 오늘은 보름달을 맞이하는 restaurativo yoga 휴식 요가 수업의 날이었다는 것이다. 아니 저도 레스토랑 요가라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분명 파파고가 레스토랑 수업이라고 번역해 줬단 말이에요. restaurativo yoga란 평소 수업과 달리 따로 힘쓰는 어떤 동작도 하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누워서 오로지 평온함을 맞이하는 수업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쉼 없는 100분간의 스페인어 듣기 평가+레스토랑?? 물음표 가득한 머릿속으로 온전한 휴식의 상태를 맞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저 100분간 이리 뒤척이고 저리 뒤척이는 사람이 되었다.


 그렇지만 레스토랑 수업이 아니라 휴식 수업이라고 맛있는 것을 먹지 말라는 법은 없지! 요가원을 나서니 바로 앞에 평소엔 있는지도 몰랐던 꼬치 집에서 맛있게 고기를 굽고 있었다. Cerdo con chorizo pincho 주세요! 위에 bbq와 piña 살사도 발라주세요! 해서 냠냠 먹으며 집에 가면서 온전한 레스토랑 수업을 완성했다. 요즘 한국은 벌써 붕어빵의 계절인지 인스타에 붕어빵이 자꾸 뜨던데 호떡이 먹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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