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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5. 갈라파고스 3일차: 터널 투어

두피는 익었지만 다이빙 성공! 스노클링 성공!

by 에스더

2024.12.26. (목)


어제 예약한 투어사에서 오늘 아침 7시에 집으로 픽업 온다고 해서 오늘도 새벽 일찍 눈을 뜨고 아침을 챙겨 먹었다. 다른 두 분이 뱃멀미를 하시는데 타기 전에 뭘 먹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셨다. 투어사에 도착해서 핀을 신어보고 웻수트를 입어보면서 맞는 사이즈를 찾았다. 함께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나 배에 올랐다. 배는 지금까지 타본 배 중에 가장 상태가 좋았다. 이전 섬에서 핀존 투어를 다녀오신 동료분들도 이번 배가 가장 좋다고 하셨다.


그렇게 한두 시간 정도 배를 타고 스노클링 스팟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펭귄도 보고 작은 바위섬에서 쉬고 있는 푸른 발 부비들을 만나기도 했다. 다른 분들은 멀미를 피하기 위해 배 안쪽으로 들어가 주무셨는데 나는 아직 갈라파고스 신참으로 설레는 마음으로 배 밖에 앉아서 바다를 구경하며 갔다. 파아란 바다를 바라보며 여러 밀린 생각을 했다. 내일 친구에게 쓸 편지에 대해 생각하기도 했고 나이를 먹으면서 생기는 두려움에 대하여 생각했다.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 많은 생각으로 몰랐지만 알고 보니 머리가 활활 타고 있었다. 밤에 씻으면서 보니 이때 머리가 다 익어버려서 너무 아팠다. 그렇지만 돌아가도 또 두피를 내어주고 물멍을 할 것 같아 후회는 없었다.


바로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두 팀으로 나누어 작은 섬을 산책하고, 작은 배를 타고 터널 안으로 들어가 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본섬에서도 많이 봤던 선인장들이었는데도 화산재로 이뤄진 터널들과 작은 섬에 매년 1cm씩 자란다는 선인장이 내 키에 2,3배씩 자라 있는 것을 보며 지난 시간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스노클링 시간이 찾아왔다.


이거 하려고 여기까지 배 타고 들어왔으면서, 막상 저 깊은 바다에 맨몸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서워서 한국에 같은 동네에서 오신 동료분 손을 잡고 우리 노원 스타벅스에서 재택근무나하지 뭐 한다고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 걸까요.. 하고 바다를 바라보니 이미 칠레에서 오신 동료분은 들어가서 저 멀리 수영해나가고 계셨다. 그래도 나보다 용기 있는 동료분이 먼저 물에 들어가셨는데 그 모습을 보더니 선장님이 나 보고는 저렇게 들어가지 말고 한 번에 뛰어내려야 한다고 했다. 저는 그 안전하고 조그마한 청소년 수련관에서도 다이빙 못 뛰는데요.. 그렇지만 혼자 이 배에 남아있는 것도 그거 나름대로 무서워서 아악 소리 지르며 뛰어내렸다. 그리고 막상 물에 들어와 보니 웻수트가 몸을 동동 띄워주었고 그냥 수경도 아니고 스노클링 마스크를 끼고 있으니 숨도 쉴 수 있어서 무서울 게 없었다. 그래서 금방 적응하고 열심히 물속을 휘저으며 다녔다.


그렇게 물속에서 해마도 보고, 가오리 떼도 보고, 엄청 큰 거북이도 보고, 무엇보다도 상어 떼를 봤다! 상어 떼는 물속 깊이 터널 아래 있어서 잠수해서 들어가야 해서 가이드님이 머리를 눌러주셨는데 그 와중에 또 살겠다고 또 올림픽공원에서 열심히 연습했던 이퀄라이징을 떠올리며 열심히 흥흥거렸다. 상어들 입장에서는 평화롭게 쉬고 있는데 자꾸 인간들이 머리를 집어넣어서 얘넨 뭐지 싶었을 것 같다.


성공적인 스노클링까지 마치고 다시 이사벨라 섬으로 돌아왔다. 모두가 별 5개 만점에 10개로 만족한 투어였다! 숙소에서 씻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팝니다'라고 걸려있는 집을 발견했다. 그러나 일반 가정집 같아 보였는데 안녕하세요~ 아이스크림 파시나요~하면서 들어가시는 콜롬비아 동료분을 보고 너무 웃겼다. 나도 코스타리카에서는 꼭 필요할 때를 제외하고는 영 스페인어를 안 쓰는데 여기 와서는 지난 며칠간 스페인어로 꾸준히 대화했다. 세 명 중 누군가 알아듣겠지의 자신감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집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옆에 상가에 들어가서 아이스크림 파나요 물어봐서 네일샵 사장님이 냉동고에서 종이컵에 얼려놓은 무언가를 내어주셨다. 속으로는 약간 괜히 먹었다 했는데 막상 종이컵을 찢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니 코코넛 과육이 엄청 들어간 수제 아이스크림이었다.


저녁으로는 새우요리와 닭튀김 볶음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배부르게 밥을 먹고 산책 겸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플라멩고가 있다고 집어준 호수로 향했다. 사실 플라멩고가 섬 한가운데 호수에 있으려나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빨갛고, 생각보다 많은 플라밍고들이 자거나 밥을 먹고 있었다. 플라밍고들이랑 사진을 찍겠다고 핑크색 옷을 입고 왔는데 그 정도로 가깝게 갈 순 없었다.


곧 해가 질 시간이 되어 선셋바에 와서 음료를 마시는데 그중 coco loco라는 코코넛을 파서 넣어주는 술을 마셨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눈치를 보다가 버리고 코코넛을 잘라달라고 부탁해서 안에 과육만 주워 먹었다. 생각보다 해가 늦게 져서 한 시간 정도 바람을 맞으며 이야기를 하다 저녁 7시 즈음 선셋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몇 번이나 봤다고 친해진 빵집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내일 아침으로 먹을 빵을 고르다가 방금 따끈따끈하게 나온 크로와상을 발견했다. 그래서 크로와상은 받자마자 뜯어먹어봤는데 너무너무 맛이 있었다. 갓 나온 빵은 종류에 상관없이 행복의 맛이 있다. 그리고 집에 오는 길에 큰 복숭아 요거트를 하나 사서 아침으로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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