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음악
2015년 쿠엔틴 타란티노의 서부영화 <헤이트풀8>은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에게 생애 첫 아카데미 음악상을 안겨준 작품으로, 이 작품은 엔니오 모리코네와 서부영화음악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엔니오 모리코네는 1960년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스파게티 웨스턴 영화들의 음악을 담당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1964년 <황야의 무법자>, 1968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웨스트>, 1971년 <석양의 갱들> 등에서 보여준 그의 음악은 기존 할리우드 서부영화음악과는 다른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선보였다.
놀랍게도 모리코네와 레오네는 어릴 적 동향 친구로, 서로 다른 분야의 세계적 대가들이 되어 영화 작업뿐만 아니라 사적으로도 평생 친구로 지냈다.
1964년 <황야의 무법자>로 맺어진 레오네와의 인연은 그의 유작이 된 1984년 작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까지 이어졌다.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 소리와 함께 흐르는 영화음악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저예산 영화로 음악 예산 역시 턱없이 부족했던 <황야의 무법자>는 대규모 오케스트라 녹음을 할 돈이 없어 소규모 앙상블로 사막의 청각적 풍경을 표현해 내는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휘파람, 총성, 채찍 소리, 종소리, 전기 기타, 하모니카 등 비전통적인 악기나 소품을 사용하여 영화 속 시대 배경과 멕시코 사막의 분위기를 연출한 그의 음악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70배가 넘는 흥행 수익을 벌어들이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레오네 감독은 촬영장에서 모리코네의 음악을 거대한 스피커를 통해 틀어놓고 마치 오페라 무대 연출을 하듯이 촬영을 지휘했다.
모리코네의 신선한 기법이 담긴 음악은 인물들의 심리, 긴장감, 그리고 황량한 서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메타포였으며,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중의 뇌리에 깊이 각인되어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은 엔니오 모리코네가 30여 년 만에 서부영화로 돌아온 작품이자, 그에게 아카데미 음악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모리코네는 전통적인 서부극의 요소와 현대적인 긴장감을 결합한 음악을 선보였다.
<헤이트풀8>은 눈보라 속에 고립된 8명의 인물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벌어지는 밀실 스릴러의 성격을 띤 서부극으로, 모리코네는 광활한 설원 속 고립감과 인물들 간의 팽팽한 심리전을 음악으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황야의 무법자>에서 보여준 휘파람 같은 신선한 기법에 현악기와 불협화음을 더해 긴장감을 고조시킨 그의 음악은 영화의 불안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막이 아닌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헤이트풀8>에서 보여준 모리코네의 음악은 그의 서부영화음악을 충실히 계승하면서도, 타란티노 감독의 독특한 비전과 만나 새로운 차원을 열었다는 평을 받았다.
영화 <헤이트풀8>의 음악은 모리코네가 서부영화음악에 미친 영향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 서부극에서도 여전히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음을 증명한 결과물이다.
영화음악뿐 아니라 클래식과 대중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조화시키는 데 기여한 위대한 작곡가이자 지휘자 엔니오 모리코네.
그의 60여 년이라는 음악 인생 속에서 서부영화음악의 의미는 과연 무엇이었을까.
영상의 도움 없이도 영화 음악은
그 자체의 두 발로 스스로 서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독창적인 음악적 작법을 통해 영화의 내러티브를 완성하는 그의 스타일은 서부영화음악에서부터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서사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은 그 자체만으로도 뛰어난 예술적 가치가 있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동영상 출처 : 유튜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