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2002년작 <펀치 드렁크 러브>는 PTA감독 특유의 이상함이 담긴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불안정한 내면을 가진 남자가 예기치 못한 사랑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2002년 개봉 당시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았고, 폴 토마스 앤더슨은 그 해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국내에서는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공동 수상으로 더욱 큰 화제가 되었다.
<펀치 드렁크 러브>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흔치 않은 서정적인 작품인 동시에, 감독 특유의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심오한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는 작품이다.
로맨스 장르의 상투적인 클리셰를 피하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한 인간에게 미치는 심오한 영향을 독특한 스타일로 그려낸, 아담 샌들러의 인생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
오늘의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이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배리(아담 샌들러)의 유일한 낙은 식료품 회사 이벤트인 비행 마일리지를 모으는 것이다.
배리는 7명의 누나들 사이에서 어린 시절부터 끊임없는 괴롭힘과 간섭에 시달려왔고, 이로 인해 극도로 불안하고 내성적인 성격을 갖게 되었으며, 때때로 폭발적인 분노를 표출하기도 한다.
그의 불안의 표출은 비행 마일리지를 모으는 거의 집착에 가까운 편집증으로 나타나고, 마일리지의 허점을 이용해 수십만 마일리지를 적립하기 위해 대량의 푸딩을 사기도 한다.
똑같은 일상이 되풀이되던 어느 날, 갑작스러운 차 사고를 목격한 그는 그 순간 느닷없이 오르간이 배달되는 광경을 목격한다.
게다가 갑자기 나타난 여인 레나(에밀리 왓슨)는 차 수리를 맡기러 왔다면서 대신 카센터에 차를 맡겨달라며 차키를 건네고 떠난다. 그녀가 떠난 뒤, 숨쉬기도 힘든 만큼 마음이 이상해진 배리는 이 모든 이상한 상황의 시작인 오르간을 사무실로 가져온다.
배리의 삶에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는데, 외로운 마음에 충동적으로 폰섹스 서비스에 전화를 걸어 순진하게도 자신의 개인정보를 모두 알려주는 바람에 폰섹스 업체의 협박에 시달리게 된 것.
폰섹스 업체 보스인 딘(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배리에게 돈을 요구하며 그를 괴롭히고, 폭력배를 고용한 딘에게 돈을 뜯긴 배리는 레나와 데이트를 하다가 터질 것 같은 분노를 못 이겨 레스토랑 화장실을 부숴버린다. 레스토랑에서 쫓겨난 배리와 레나는 레나의 집에서 키스를 나눈다.
하와이로 출장 간 레나를 보러 가기 위해 푸딩 마일리지를 쓰려던 그는 심사를 거치기 위해 8주의 시간이 걸린다는 관계자의 말에 당장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끊어 레나를 찾아간다.
레나와의 꿈같은 여행을 끝내고 돌아오던 날, 딘의 고용인들이 찾아와 레나가 다치게 되자, 배리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분노가 끓어오른다. 그는 그동안의 불안정한 모습과는 달리, 레나를 위해 용기를 내어 폰섹스 업체가 있는 유타주로 직접 찾아가 딘을 마주하게 된다.
분노를 절제하며 압박하는 배리의 강인함에 딘은 크게 당황하며 더 이상 협박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돌아온 배리는 퇴원한 레나의 집으로 오르간을 들고 가 사랑을 고백한다.
영화의 제목 '펀치 드렁크'는 복싱에서 오는 뇌진탕 증세를 의미하지만, 영화에서는 사랑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몽롱하고 황홀한 감정을 은유한 표현이다.
영화는 몽환적인 연출, 컬러풀한 색감, 역동적인 카메라 워크, 존 브라이언의 아름다운 음악으로 사랑에 빠진 배리의 감정이 변화하는 과정을 그린다.
예고 없는 감정을 교통사고로 표현한 도입부는 갑자기 나타난 오르간을 통해 느닷없이 찾아온 사랑, 곧 레나의 존재를 암시한다. 사무실에 가져온 오르간을 여기저기 만져보며 사용법을 알아보려 하는 배리의 모습은 사랑에 빠진 남자의 궁금증과 얼떨떨한 모습 그 자체다.
폰섹스 업체에게 돈을 뜯긴 와중에도 푸딩을 사모으며 들뜬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하는 그는 7명의 누나들에게 억압된 감정을 레나에 대한 사랑으로 폭발시키면서 드디어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게 된다.
그의 억눌린 폭력과 분노는 레나를 지키는 용기로 승화되고, 배리의 불안은 치유된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은 늘 배우의 연기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작품 역시 아담 샌들러의 재발견이라 할 만큼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볼 수 있는데, 아담 샌들러 특유의 어색하고 폭발적인 에너지를 캐릭터에 부여함으로써, 불안하고 외로운 인물이 보여줄 수 있는 코미디 연기의 진가를 보여준다. 특히,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과 보여준 전화 배틀씬은 가히 압도적이다.
사랑으로 인해 인간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특히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 상호작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방식의 로맨스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특유의 예술적 언어로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이다.
또한, <매그놀리아>, <이터널 선샤인> 등 상처 입은 현대인들의 자화상을 탁월하게 묘사해 내는 존 브라이언의 음악은 몽환적인 멜로디, 불안정한 사운드로 배리의 내면을 대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군중 속의 외로움과 결핍, 불안한 현대인의 내면, 감정의 화학작용을 독특하고 아름다운 방식으로 보여주는 존 브라이언의 음악과 사운드는 영화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억눌린 분노와 폭발하는 감정이 뒤섞이는 화학 작용을 강렬하고 비비드 한 색채감의 그래픽으로 연출한 영화 <펀치 드렁크 러브>, 사랑은 역시 몽환과 광기에 사로잡힌 행복인가 보다. ♡
당신 없인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아요.
사진 출처: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