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 또한 겪어봐야함을...
오늘은 아내가 하루 휴식을 가졌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를 두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1박 2일 여행을 갔습니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친구들과 1박 2일로 놀고 와도 되냐는 아내의 말에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습니다. 그동안 아이 키우랴, 일 하랴, 가뜩이나 출퇴근이 길어지는 바람에 나홀로 육아까지 길어지게 된 아내에게 늘 미안하면서 감사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렇게라도 몸과 마음이 좀 충전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족하다 생각이 됐습니다. 겸사겸사 딸과 하루 종일 한번 찐하게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토요일 오전인 것을 느낌적으로 아는지 모르겠지만 하루의 시작이 좀 늦었습니다. 오전 9시 반이 넘어서야 눈을 뜬 아이에게 엄마는 나갔다고 이야기를 해주면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식빵 한 개를 오물오물 먹다가 과자를 찾고 장난감을 가지고 한참을 놀다보니 점심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부랴부랴 아침 겸 점심을 챙겨먹이고 빠르게 시간을 보내고자 키즈 카페로 향했습니다.
푹푹 찌는 여름 날씨에 햇살까지 강했습니다. 차를 타고 가기엔 주차할 곳이 마땅치가 않은 곳. 또 차를 타고 가기엔 생각보다 가까운 곳이여서 아이를 작은 자전거에 태우고 열심히 끌고 갔습니다. 비가 올 것을 대비해 챙긴 작은 우산을 햇빛을 가리는데 사용했습니다. 본래 용도와는 좀 다르게 사용됐지만 챙겨온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죠.
뽀송한 아이, 땀 범벅이 된 저. 키즈 카페에 도착하자마자 호기롭게 3시간 이용권을 결제했습니다. 원래는 낮잠을 잘 시간이 껴있었지만 늦게 일어난만큼 낮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아이는 키즈 카페 이곳저곳을 날라다니는 것처럼 휘졌고 다녔습니다. 다른 또래 친구들이랑 어울리고 놀면 참 좋겠지만.. 이 휘졌고 다닐 때마다 저는 항상 동행해야했죠.
휘졌고 놀다가 힘들면 과자 하나 사먹고 다시 놀고. 물 한번 마시고 다시 놀고를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퇴장 시간이 거의 다가왔을 때쯤 작은 부엌 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눈꺼풀이 무거워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3시간을 꽉 채워서 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햇살이 조금 약해진 상황이더군요.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의 손발, 얼굴을 다 씻긴 뒤 잠깐 영상을 보여주면서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점심과 저녁 모두 잘 먹어주는 아이였습니다. 밥만 잘 먹어줘도 육아의 난이도가 훨씬 낮아지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실 겁니다. 맛있게 잘 먹어주는 아이와 함께 저녁을 먹고 인형을 가지고 같이 놀아주면서 슬슬 잠에 들 준비를 했습니다. 조명을 바꾸고 잔잔한 음악도 틀어두고 말이죠.
그렇게 아이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낮잠을 안자서인지 졸려하는 모습이 보여서 바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평소같으면 아내가 함께 들어가서 책도 읽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들었지만 오늘은 제가 반드시 재워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놀 때는 상관이 없지만 잘 때는 아빠를 굉장히 거부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걱정도 앞섰지만 이것 또한 겪어봐야한다는 생각으로 부딪혀 보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졸려서 누웠는데 옆에 엄마가 없으니 바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엄마......."
1단계, 아이가 좋아하는 영상을 아래쪽에서 보여주기. 영상을 보여준다고 하니 바로 눈물을 그치더군요. 그리고 자연스럽게 잠들게 하기 위해 시선을 한참 아래쪽으로 두게 해서 눈꺼풀이 잠기게끔 했습니다. 영상을 다 보면 엄마 찾지 않고 아빠랑 자야한다는 것을 계속 언급해줬습니다. 이렇게 2~3번 반복했는데 결과는 실패.
(이 과정에서 눈물을 닦아주려고 후다닥 꺼내 온 손수건. 몇번 아이의 얼굴을 닦아줬는데...아이가 이번에 새로 산 하얀색 루피 팬티였습니다. 한번도 입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했지만 아이가 이걸 보고
"손수건이 아니라 팬티였네~"
이 말을 몇번이고 반복하면서 즐거워했던 게 가장 다행스러운 점이었습니다. 엄마를 찾던 상황에서 재미있는 상황으로 바꿔주게 된 것이죠.)
2단계, 아이와 함께 핸드폰 속에 있는 엄마 사진 보기. 잊혀지게끔해서 잠드는 방법이 통하지 않자 아에 마주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이와 함께 핸드폰 속에 있는 엄마 사진을 찾아보고 '이때 기억나?' '저 상황에서 정말 재미있었지?' 이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런 엄마 보고 싶다.."
한참을 즐겁게 보던 아이가 저 말을 꺼내더군요. 어두운 방에서 휴대폰을 계속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이라 급하게 거실에 있는 인생네컷 가족 사진을 찾았습니다.
3단계, 실물 사진 들고 자면 좋은 꿈 꾸게 한다고 말하기. 실물 사진을 보면서 만족해하는 아이에게 '이 사진 꼭 끌어안고 자면 꿈에서 엄마랑 놀 수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잘 믿어준 아이는 사진을 한참 바라보고 끌어안고를 반복하다가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평일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이런 하루를 보내는 것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잘 따라와준 아이에게도 고맙기도 했고요. 아마 평일에 아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면 오늘 하루가 힘들기만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같이 있을 시간이 늘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 하루가 힘들었지만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 됐던 것 같더군요. 딸과 언제 이렇게 하루 종일 붙어서 데이트해보겠냐는 생각도 듭니다.
아내가 오늘 여행을 가기 전 '괜찮을까?'라는 말을 몇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 또한 겪어봐야하고 경험해봐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한테는 엄마가 바빠서, 혹은 일이 있어서 하루 아빠와 자야할 상황이 있을 수 있고, 저 역시 이런 상황에서 아이를 혼자 재울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죠.
육아는 참 어렵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이유가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요. 둘째를 키우는 분들이 늘 이야기하는 것이 '발로 키운다'라는 겁니다. 겪어보지 않은 제가 감히 언급할 부분은 아닐 수 있겠지만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