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보았다
느긋한 주말, 그리고 그 어느때보다 더운 낮 시간. 그렇다고 집 안에만 있기엔 너무도 아쉬운 시간입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게 없나 고민을 했습니다. 습관처럼 네이버 지도를 켜서 이곳 저곳을 눌러보고 돌아다녀보는데 과학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어떤 곳일까, 아이한테 도움이 될만 한 것이 있나, 새로운 경험을 시켜줄 수 있으려나.. 이런 고민을 하면서 일단 가보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차를 타고 40분 정도 이동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더군요. 작은 도시에 이런 과학관이 있는 것도 신기했는데 사람까지 많을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별자리를 설명해주는 전시관과 옛날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하늘을 관측했는지, 어떤 장비들을 사용했는지 등을 알려주는 곳도 있었습니다.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곳도 있었는데 아이가 어려서 체험할 수는 없었던 점이 좀 아쉽기도 했습니다.
어떤 프로그램들이 더 있나 살펴보다가 태양을 관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태양의 흑점을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었죠. 아이는 어려서 볼 수는 없었지만 저희 부부는 체험이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아이 핑계 삼아 과학 꿈나무가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안전에 대한 안내를 듣고 천장이 열리는 순간 뜨거운 햇살이 쏟아졌습니다. 제공받은 가면(용접할 때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양)을 쓰고 태양이 있는 하늘을 올려다 봤습니다.
'우와!'
제 속으로 나온 감탄사와 주변에 같이 온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었습니다. 눈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필터를 씌워놨겠지만 태양의 흑점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니 정말 신기했습니다. 가면을 쓰고 한차례 보고 망원경을 통해서도 봤습니다. 마치 학생이 된 것처럼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이 핑계 삼아 참 여러 곳을 돌아다닙니다. 아내와 저만 있을 땐 눈에도 들어오지 않던 과학관, 각종 체험시설, 박물관 등등.. 이런 곳을 다니다보니 저희도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과학관에 가면 과학 꿈나무가 되어보고, 역사 박물관에 가면 일일 역사학자가 되어보기도 합니다.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저희 부부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시켜줍니다.
아이가 없을 땐 그 나름대로 장점도 있지만, 아이가 생기고 나니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삶의 초점이 아이에게 맞춰지고 아이의 스케줄에 따라서 움직이는 것이 힘들고 어렵지만, 그 덕분에 저희 부부도 새롭게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들이 생겨나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말엔 어떤 꿈나무가 되어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