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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15. 2024

성스러운 사랑 6화

1-6화 소녀의 꿈

 “동우 아부지요~~집에 있는교? 동우 아부지요! 쾅쾅쾅”

 엄마는 똥우집 대문을 부서지라 뚜드린다.

 동우 아버지는 대문을 열고 얼굴만 삐쭉 내미신다.

 “이게 뭔 일이고, 동우야! 빨리 아빠 차 키 가져온나.”

 아저씨는 말자를 보자마자 고함지르고 난리다.

 아저씨는 트렁크 팬티만 입고 있는 걸 잊은 채 차에 올라타신다.

 우리 동네 유일하게 동우 집에 자가용이 있다.

 동우 아버지가 버스 기사이니 운전은 잘하신다.

 “니는 빨리 말자 집에 가봐라.”

 엄마는 뒤따라온 나를 보며 말한다.


 “이게 뭐꼬?”

 온 식구가 말자 집에 있었다.

 집이 유리 조각에 핏자국이 엉망이다.

 아니 무섭다.

 말숙이는 손에 피를 흘린 채 동식이 방문을 뿌셔지라 두드리고 있다.

 “동식! 이동식! 문 열어 문 열어! 문 열어!”

 큰누나가 말숙이를 뒤에서 껴안는다.

 “말숙아 큰언니야 언니다.”

 “언니. 언니 큰언니. 말숙이가 말숙이가 말자 언니를 다치게 했다. 말자 언니 머리 피난다. 말숙이가 했다.”

 “알았다. 알았어. 언니 집에 가서 과자 먹자 가자.”

 큰누나는 말숙이를 안고 집으로 내려간다.

 “동식아~~행님이다. 문 열어봐라.”

 “행님아~엉엉엉”

 얼마나 울었는지 눈이 팅팅 부어있고, 눈물인지 옷이 다 젖어 있다.

 “괜찮다 그래 그래 울지 마라. 가자~형님집에 가자.”

 “자, 이거로 닦아라.”

 “씨발! 놀래라. 니 언제 왔노?”

 쥐똥이 언제 왔는지 동식이한테 수건을 내민다.

 말자 아버지는 배를 탄다고 들었다.

 몇 년에 한두 번 봤다.

 “동식아, 어떻게 됐노?”

 “말숙이 누나가 거실에 있는 큰 거울로 말자 누나를 내려쳤다.”

 “왜? 왜. 왜, 말숙이가 왜 말자를?”

 “몰라, 나도 모르겠어. 몰라, 엉엉엉.”

 “울지 마래이~”

 동식이 말은 아줌마가 씻는 동안 말숙이가 뭔가를 계속 먹는다고 하니 말자가 못 먹게 해서 말숙이가 갑자기 거실에 큰 거울로 말자를 내려쳤다는 거다.

 말자랑 아줌마가 병원을 가니 집에 있는 물건을 창문에 던지고 동식이 잡으려 하니깐 동식이가 문을 잠그고 그렇게 있는 거다.

 말숙이는 아프다.

 말자보다 한 살 어리지만, 엄청나게 크다.

 많이 먹는다.

 모르는 사람들은 말숙이를 무서워하고 바보라 한다.

 말숙이는 바보가 아니고 아픈 거다.

 그리고 엄청나게 똑똑하다.

 우리는 말숙이를 박사라 부른다.


 쥐똥은 초인종을 누르고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들어와서 기다리라 해도 꼭 저러고 있다.

 “병원 가보자. 근데 니 울었나?”

 “울기는?”

 쥐똥이 눈이 팅팅 부어있다.

 말자는 머리부터 오른쪽 눈 위에까지 붕대를 감고 있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래 너그 잘 왔다. 우리 말자 좀 보고 있어라. 내 퍼뜩 집에 좀 갔다 올게.”

 “네, 천천히 갔다가 오세요.”

 “말자야~ 니 괜찮나?”

 말자는 고개만 끄덕인다.

 그러더니 갑자기 펑펑 운다.

 “울지 마라. 까시나야! 병실 사람들 다 깨겠다.”

 “괜찮다. 말자야 울어라.”

 쥐똥 이 새끼는 멋있는 척은 다 한다.

 사실 나도 말자 보자 나온 눈물을 꾹 참고 있다.

 조용하다.

 누구 하나 이야기 안 한다.

 “야! 너그들 내 꿈이 두 개 있는데 뭔 줄 아나?”

 말자가 울먹거리며 말한다.

 우리는 대답 대신 쳐다본다.

 “하나는 미스코리아다.”

 나는 ‘니가 무슨 미스코리아고?’ 웃음이 나오는 걸 참는다고 죽을 것 같다.

 “맞나? 니는 미스코리아 할 수 있다. 이쁘고,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하면 되지 왜”

 쥐똥이가 진지하게 말한다.

 ‘이 새끼가 미쳤나?’ 나는 째려본다.

 “이제 미스코리아 꿈은 못 꾼다. 이마부터 눈 옆에까지 몇십 바늘 집었다.”

 “괜찮다. 어른 되면 흉터 지우는 수술 하면 된다 아이가?”

 쥐똥이가 또 진지하게 물어본다.

 “다른 꿈 하나는 뭔데?”

 “그거는 비밀이다. 근데 그것도 이제 꿈꾸면 안 되겠다.”

 말자는 그러더니 고개를 돌려 눈을 감는다.

 

 우리는 병원에서 9시가 다 되어서 나왔다.

 “똥우야! 니는 말자가 왜 좋노?”

 “음..말자는 키도 크고 몸매도 좋고 그런데 그것보다 그냥 말자는 조용하고 항상 내 편만 들어줄 거 같다. 꼭 엄마 같아서 좋다.”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다.

 쥐똥은 엄마가 초등학교 때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래서 할머니랑 아빠랑 산다.

 형제도 없다.

 외동아들이다.

 부러운 놈이다.

 쥐똥은 말없이 걷던 나를 잡는다.

 “근데 니는 말자가 왜 싫노?”

 “음..엄마 같아서 싫다.”

 나는 뛴다.

 그걸 또 뛰어서 잡는다.

 “왜. 왜. 그게 싫은데?”

 “그냥!”

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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