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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08. 2024

성스러운 사랑 4화

1-4화 우정

“이야 멋있는데 우리 아들~”

 중학교 교복을 처음 입은 모습을 보고 엄마가 자존심을 올려준다.

 나는 고무줄 넥타이를 괜히 좌우로 한 번씩 흔들어 본다.

 교복 마이 소매는 2단 접는다.

 바지는 이건 뭐 30㎝는 접힌 거 같다.

 엄마가 손수 바느질로 꿰매 준다.

 아마도 키가 중학교 다닐 동안 30㎝는 커야 교복이 맞을 거다.

 꼭 아버지 가다마이를 입은 듯 어바리 같다.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엄마는 회수권 2장이랑 500원을 손에 쥐여준다.

 저기 골목 끝 집에서 한 녀석이 나온다.

 익숙한 뒷모습이다.

 같은 교복을 입었다.

 “쥐똥”하고 크게 부르면서 뛰어간다.

 “야! 니 여기 살았나? 내 저기 은색 대문 집에 이사 왔는데 몰랐나?”

 ‘쥐똥’이 녀석 이름은 지동우다.

 그래서 쥐똥이다.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그렇게 친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사이가 나쁜 것도 아니었다. 야구도 가끔 같이하고 했다.

 워낙 소심하고 말도 잘 없는 놈이다.

 “어찌 겨울방학 동안 여기 살았는데 한 번도 못 봤지. 신기하네? 니 내 이사 온 거 몰랐제?”

 “아니, 알고 있었는데.”

 ‘이 새끼 이거 모지’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워낙 소심한 놈이라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둘 다 교복 입은 모습이 똑같다.

 바지 기장은 똑같이 크고 마이는 2단 3단으로 접고 어깨선은 팔에 가 있다.


 “우와 버스 타는 사람 억수로 많네.”

 우리 동네는 5번 버스만 다닌다.

 이 버스를 타고 몇 정류장을 내려가서 갈아타거나 해야 한다.

 우리는 이 버스가 학교 앞까지 간다.

 회수권이 신기하기도 하고 왠지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해서 회수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타자~”

 “야! 저거는 좌석버스다. 저거는 비싸다. 내 돈 없다.”

 일반 버스랑 코스는 같은데 좌석이 고속버스처럼 되어있다.

 한 번도 타 본 적이 없다.

 쥐똥이 내 손을 끌고 탄다.

 “아들 멋지네. 빨리 타라”

 아! 쥐똥이 아버지다.

 “안녕하세요.”

 “그래 얼른 타라.”

 우리는 나란히 자리에 앉는다.

 신기했다. 너무 편하고 좋다.

 “근데 너그 아버지 버스 기사이신 거 왜 말 안 했노?”

 “물어봤나?”

 맞다. 물어본 적 없다.

 아무튼 회수권 아꼈다.     


 나는 8반이고 쥐똥은 7반이다.

 내 옆에 앉은 놈은 어마어마하다.

 몸은 내 2배는 되고, 피부는 또 밀가루처럼 하얗다.

 나는 주눅 들면 안 된다고 들은 거는 있었다.

 온갖 인상을 쓰면서 강한 척을 한다.

 “야! 싸운다. 7반에 싸운다. 싸움 났다.”

 난리다. 애들 모두가 7반으로 뛰어간다.

 나도 그 무리에 끼어 뛰어간다.

 “씨발놈아! 덤벼라. 뭐 만한 새끼가 어디서 까부노? 니 어디 학교 나왔노?”

 “씨발놈아! 니꺼 커서 좋겠다. 왜 어디 학교 나온 게 중요 하나. 씨발놈아! 그냥 덤벼라.”

 익숙한 목소리다.

 쥐똥이다.

 그 뭐 만한 새끼가 쥐똥이다.

 나는 쥐똥이가 욕하는 것도 처음 본다.

 싸우면 쥐똥이가 백 프로 진다.

 “비끼봐라.

 나는 애들을 삐집고 들어간다.

 “쥐똥! 무슨 일이고?”

 “저 새끼가 뒤에 앉아서 자꾸 연필로 교복에 낙서한다 아이가?”

 “돌았네! 저 새끼! 니 비끼봐라.”

 나는 인상에서 밀리면 안 될 것 같아서 더러븐 표정을 짓는다.

 “야! 이 새끼야! 니 뭔데 애 괴롭히는데?”

 “니는 뭐꼬?”

 “보면 모르나. 새끼야 친구다. 왜? 나도 뭐 만한데 내랑 한판 뜰까?

 “쳐 돌았나? 죽으려고 환장했제?”

 “아 이 새끼 덩치는 커다란 게 존나 말 많네.”

 뒤에 보니 쥐똥이 이 새끼는 한발 더 물러서 있다.

 어이가 없다.

 이제는 내랑 저 새끼랑 싸움이 됐다.

 “야! 야! 야! 떴다! 떴다. 샘 떴다.”

 “이 새끼들 거기서 뭐 하노!”

 애들은 이리저리 각자 반으로 흩어졌다.

 수업시간 내내 마치고 어떻게 그 새끼를 선방 쳐서 보내지.

 힘으로는 안 되겠는데? 어떻게 하지?


 딩동댕~~끝났다.

 오늘 하루가 어찌 갔는지 모르겠다.

 가방을 주섬주섬 싸고 있는데 쥐똥이 왔다.

 “야! 어쩌노? 그 새끼가 2학년 선배 데리려 갔다. 내 보고 니 잡고 있으라고 하던데, 씨발! 도망갈까? 씨발! 뭐 그런 놈이 다 있노?”

 “쥐똥! 니 욕 존나 잘하네. 어디서 기다리라 하던데?”

 “그런 말은 없고 교실로 올 거 같은데.”

 “그러면 기다리자. 덩치는 커다란 놈이 쫄렸는가 보다. 쥐똥아 쫄리나?”

 “쫄리기는 그냥 그렇다는 거지. 근데 니는 아는 선배 없나?”

 “내는 없는데, 니는 없나? 쫄지 마라. 죽이기까지 하겄나? 그라고 선배한테 한 대 맞는 거 그게 뭐 쪽팔리나?”

 사실 나는 어릴 때부터 산동네에서 살아서 형들한테 대들었다가 얻어터지고 또 싸우고 많이 했다. 한두 살 형들하고는 맨날 싸웠다. 그래서 맞는 거는 겁이 없다.

 그리고 누나들한테도 하도 많이 맞아서 아프지도 않다.

 누나들이 제일 무섭다.

 “햄아! 점마들이다. 점마가 끼어들어서 둘이서 내한테 덤볐다.”

 돼지 새끼가 지랄을 한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렸다.

 “야! 니 일어나 봐라.”

 나는 가방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어! 야! 김깜돌이~ 니 우리 학교 왔나?”

 “개똥이 햄아! 햄도 우리 학교가?”

 “이야 이 새끼 이거 이사 가서 안보이가 동네가 조용하던데, 우리 학교 왔네. 학교 시끄럽겠다.”

 “뭐라노? 내는 모범생이다. 공부만 할기다.”

 “지랄! 맞다 이 새끼 인마 내 사촌동생이다. 덩치는 커도 순둥이다. 아 때리지 말고 친하게 지내라.”

 “알았다. 때리기는 와 때리노.”

 “내 간다. 아~맞다 깜돌아! 대갈통도 우리 학교다. 무슨 일 있으면 햄 찾아 온니. 2학년 3반이다.”

 “알았다. 근데 무슨 일 없을 거다. 햄도 괜히 아는 척하지 마라.”

 그렇게 개똥이 행님을 만나고 잘 마무리했다.


 “근데 너그 아버지 또 오나?”

 나를 바보 쳐다보듯이 본다.

 “시간 안 맞다. 오늘 아침은 운이 좋았다.”

 “아~~”

 내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질문이긴 하다.

 “근데 니 왜 깜돌이고? 새까만해서?”

 “죽을래. 그게 아니고 깐돌인데 저 햄이 발음이 안 좋다.”

 “그라면 왜 깐돌이고?”

 “몰라~새끼야 딱 들으면 모르겠나?”

 사실은 깐돌이 아이스크림을 맨날 먹어서 깐돌이다.

 “근데 니 이사 온 거 알고 너그 집에 놀려 갈라 캤는데 너그 집 2층에 말자도 이사 와서 못 갔다.”

 “말자가 왜?”

 “그냥”

 “미친놈”

 “잘 가라~내일 아침에 너그 집 앞에서 기다릴게.”

 착한 놈이다.

 굳이 우리 집까지 와서 기다려서 같이 학교 가잔다.

 나는 대문을 그냥 열쇠로 열면 되는데 괜히 초인종을 두세 번 눌려 본다.

 아무도 없는 거 안다.

 엄마, 아빠는 일하러 가고, 누나들은 학교 갔다.

 괜히 지나가는 사람도 없는데 우리 집이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다.

 매일 이렇게 쥐똥이랑 학교 같이 가고 같이 오고 했다.


 ‘그래 새마음 새 뜻으로 열심히 공부해 보자’ 나는 방바닥에 엎드려 여름방학 계획표를 짠다.

 스케치북에 냄비 뚜껑을 올려 동그랗게 그린다.

 온통 공부, 독서, 휴식이다.

 “갔다 온나.”

 막내 누나가 문을 벌컥 열더니 천 원짜리를 책상 위에 올려놓으면서 발로 엎드려 있는 내 엉덩이를 툭툭 치며 말한다.

 “안 갈 거다. 니가 가라.”

 “좋은 말 할 때 갔다 오는 게 좋을 건데.”

 “안 갈 거라고, 이제 그만 좀 시켜라. 이씨!”

 “이씨! 이씨라고 했나? 언니야 안 간단다. 어짜꼬?”

 나는 떨고 있었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계획표를 짠다.

 쿵! 쿵! 둘째 누나가 오는 소리랑 내 심장 뛰는 소리가 동시에 들린다.

 갑자기 앞이 캄캄하다.

 앞이 안 보인다.

 이불을 뒤집어씌우고 밟고 때린다.

 아프다.

 “아아아~아아”

 “갈 거가? 안 갈 거가?”

 “알았다. 갔다 올...게..으으 흑흐흐 엄마 오면 다 말할 거다.”

 나는 질질 짜면서 딸딸이를 신는다.

 “아이 씨발 놀래라~니 뭐꼬?”

 대문을 열고 나오는데 쥐똥이 우리 집 앞에 서 있다.

 “아니~놀자고 부르려 했는데 니 비명 소리하고 우는 소리가 들려서, 근데 니 왜 맞았는데?”

 “몰라~아이 씨발~맨날 지랄들이다.”

 딸딸이를 질질 끌고 집 앞 슈퍼로 간다.

 쥐똥이 옆에서 내가 불쌍한 척 쳐다보면서 따라온다.

 “아줌마! 누나들이 사 오랍니다.”

 아줌마는 검은 봉지에 넣어준다.

 “그게 뭔데?”

 쥐똥이 해맑게 물어본다.

 “후리덤

 "푸리덤?"

 "생리대"


 “니 쪼끔만 기다리래이. 내 옷 갈아입고 올게. 병팔이 집에나 가자,”

 병팔이는 병호 별명이다.

 병호도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이다.

 “조용히 해라”

 우리는 도둑놈처럼 익숙하게 병팔이 집 대문을 열고 병팔이 방문을 확 열어 버린다.

 ’우당탕‘

 “아이씨~놀래라. 뭐꼬 소리 좀 내고 온나.”

 급하게 티브를 끄고 비디오테이프를 챙기는 병팔이다.

 “으이구 뭔데. 오늘은 뭐 보는데.”

 “산딸기 3”

 “이런 거는 같이 좀 보자.”

 우리는 다 같이 숨죽여가며 영화 감상을 한다.

 “병팔아 뭐하노?”

 까불이 철수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아직도 이런 거 보나? 끄라”

 “아이씨 왜?”

 “놀러 가자! 너그들 돈 얼마 있노?”

 “내는 없는데?”

 나는 돈이 진짜 없다.

 쥐똥이는 3000원, 병팔이는 2500원이 있다.

 “너그 둘이 롤라장 가 봤나?”

 “아니”

 나랑 쥐똥은 가본 적이 없다.

 병팔이는 철수랑 몇 번 갔다고 한다.

 두 놈은 같은 중학교다.

 나랑 쥐똥이 같은 중학교다.

 “알았다. 30분 뒤에 료얄 오락실 앞에서 보자.”

 나랑 쥐똥은 전력 질주로 집에 간다.

 나는 씻고 무스 바르고 멋 부린다.

 “누나야?”

 나는 둘째 누나한테 간다.

 불쌍한 척 비굴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앞으로 조용히 심부름하는 조건으로 3천 원에 합의 본다.

 나는 오락실 앞으로 가니 세 놈이 나란히 앉아 있다.

 멋있다.

 내가 봐도 병팔이는 멋있다.

 키도 제일 크고 떡대도 좋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셋은 도찐개찐이다.

 우리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안 타고 종점까지 걸어간다.

 앉아서 가려고 10분을 걸어서 종점까지 간다.

 맨 뒤 칸에 나란히 앉는다.


 “우와~여기 뭐꼬?”

 신세계다.

 처음 듣는 팝송에 화려한 조명에 내하고 쥐똥은 “우와”만 하고 있다.

 우리 둘은 난간을 잡으면서 한발 한발 내디딘다.

 두 놈은 제법 탄다.

 몇 번이고 넘어지고 걷고 넘어지고 반복한다.

 “야~저기 진짜 이쁜 애 있더라. 가보자”

 병팔이가 뒤에서 나타나서 내랑 쥐똥이를 손잡고 끌고 간다.

 “이쁘제 말 걸어볼까?”

 “됐다. 뭐하게?”

 말은 이렇게 하지만 니가 가서 말 걸어 보라는 거다.

 나는 침을 무쳐서 머리에 다시 힘을 준다.

 그래 봐야 머리카락은 3센티다.

 철수랑 병팔이는 자신 있게 간다.

 쥐똥이 하고 나는 난간을 잡고 안 넘어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근데 두 놈이 돌아오더니

 “가자. 가자. 아이 씨발 쪽팔려라.”

 튕겼다는 거다.

 우리는 휴게실로 왔다.

 롤라를 벗으니 살 거 같다.

 이제야 내 발이 내 발 같다.

 콜라 2개를 사서 나눠 마신다.

 어찌 될지 몰라서 돈을 아끼는 거다.

 “야~니 첫사랑 아니가? 저기저기”

 철수가 가리키는 곳으로 다 같이 쳐다본다.

 영희다.

 이쁘다.

로즈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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