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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05. 2024

성스러운 사랑 3화

1-3화 좋은 소식

 막내 누나의 발은 알람시계다.

 항상 나를 발로 툭툭 치면서 아침을 깨운다.

 그래도 오늘은 엄마 아빠가 계셔서 살살 차는 것 같다.

 일요일 아침은 꼭 다 같이 먹는다.

 “좀 일찍 일찍 일어나서 씻고 밥 묵어라. 더러워 죽겠다.” 큰 누나가 한소리 한다.

 “눈곱이라도 좀 떼라 어이구 더러버라.” 둘째 누나가 보탠다.

 “밖에 나가서 아는 척하면 죽인다.” 막내 누나가 못을 박는다.

 “됐다. 머스마들이 다 그렇지.” 아버지가 편든다.

 아버지는 항상 내 편이다.

 그런데 말씀은 저렇게 하시면서 눈빛으로 좀 씻으라고 하는 것 같다.

 엄마가 생선 살을 발라서 내 밥 위에 올려 준다.

 “좋은 소식이 있다.”

 나는 밥숟가락을 멈추고 엄마를 쳐다본다.

 “우리 다음 주에 이사 간다. 좋제? 학교도 가깝고 버스 정류장도 가까운 곳으로.”

 “내일 졸업식 하는데 학교 가까우면 뭐하노?”

 나는 투덜대면서 엄마가 올려놓은 생선을 먹는다.

 “니는 중학교 안 가나?”

 막내 누나가 밥 숟가락으로 머리를 때린다.

 “가시나가 아 밥 먹는데 머리를 때리고 지랄이고?”

 엄마는 막내 누나를 째려보며 말한다.

 우리는 산동네에서 산다.

 나중에 알았지만 나라 땅에 다들 불법으로 건물을 짓고 무허가로 산 것이다.

 말 그대로 판자촌이다.

 나는 중요하지 않았다,

 학교 친구들이 대부분 여기 이 산동네에 산다.

 학교까지 걸어서 30분을 넘게 걸린다.

 걷기도 하고 뛰다 보면 이쪽 집에서 한 놈 저쪽 집에서 한 놈 그렇게 만나서 학교 가는 길은 즐겁다.

 나는 위로 누나가 3명이다.

 큰 누나는 대학생이다.

 둘째 누나는 고등학생이다.

 막내 누나는 중학생이다.

 나이 차이가 9살, 6살, 3살 차이다.

 아버지가 참 규칙적으로 사신 거다.

 “어디로 이사 가는데?”

 다들 아는데 말을 안 하는 거 같다.

 입가에 미소가 보인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다음은 교장 선생님의 훈계가 있겠습니다.

 매번 조회시간에도 말이 많던 교장 선생님이시다.

 오늘은 제발 빨리 끝내야 할 텐데, 나는 운동장에 ‘끝’이라는 글자를 발로 그린다.

 “친애하는.....ㅇㅇ초등학교 학생 여러분... 그리고 학부모님들 안녕하십니까?”

 나는 부모님이 못 왔다.

 오늘도 엄마 아빠는 일하러 가셨다.

 서럽거나 부끄럽거나 그런 거는 하나도 없다.

 대신 큰 누나, 둘째 누나가 왔다.

 애들은 다들 딴짓한다.

 부모님들도 한둘씩 사라진다.

 우리 대머리 아저씨는 말이 너무 많다.

 “이상”

 “짝짝짝”

 박수 소리가 엄청나다.

 “학생들은 각 교실로 이동하세요.”

 교실로 올라왔다.

 언제 왔는지 부모님들이 교실에 다들 계신다.

 반 분위기가 무겁다.

 이날만큼은 까불이 철수도 안 까분다.

 담임 선생님이 말씀 도중에 우신다.

 눈물바다다.

 눈이 팅팅 부은 얼굴로 말자가 나를 본다.

 “왜? 또 뭐?”

 나는 퉁명스럽게 말한다.

 내가 2학기 동안 고생한 거 생각하면 분이 안 풀린다.

 “손 내밀어 봐라.”

 “손은 왜? 또 내 손톱 깎았나? 안 깎았나 볼라고? 봐라. 내 오늘은 깨끗하게 깎았다. 자! 봐라.”

 나는 자신 있게 손을 내밀었다.

 내 손위에 말자는 뭔가를 살짝 올려준다.

 눈물이 난다.

 ‘맘모스’지우개다.

 깨끗하게 비닐도 떼지 않고 그때 가져간 거 그대로다.

 얼마나 손에 꽉 쥐고 있었는지 지우개가 따뜻하다.

 담임 선생님이 울 때도 안 울었는데 눈물이 난다.

 “자! 1번부터 앞으로 나오세요.”

 선생님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씀하신다.

 중학교 배정표를 나눠주면서 한 명 한 명 껴안아 주신다.

 졸업식이 끝나고 여자아이들은 껴안고 운다.

 왜 우는지 모르겠다.

 여자아이들은 다 같은 학교 간다.

 바로 옆에 있는 여자 중학교로 간다.

 남자아이들은 버스 타고 가야 한다.

 3개의 중학교로 갈라진다.  

   

 “최 씨 이거 좀 들어줘.”

 “아이고 형님! 이거는 좀 버리세요.”

 “박 씨는 리어카 좀 잘 끌고!””

 동네가 시끄럽다.

 우리 집 이삿날이다.

 동네에서 아버지가 연세가 많은 편이라 다들 동생들이다.

 차가 동네에 들어오지 않는다.

 차가 다니는 큰길까지는 동네 삼촌들이 들고 가던가 큰 짐은 리어카를 끌고 가야 한다.     

 “우와! 여기가 우리 집이가? 죽이네. 억수로 좋네.”

 나는 신났다.

 여기는 우리 동네에서 부자 동네로 유명한 동네다.

 2층 단독주택들이 나란히 마주 보고 있는 동네다.

 학교 마치고 집으로 갈 때는 맨날 친구들하고 초인종 누르고 도망가고 하는 동네다.

 마당이 있는 2층 단독주택이다.

 아버지도 뿌듯하신 듯 철제 대문을 쓰윽 만진다.

 나는 아버지 눈에 눈물이 맺힌 거를 볼 수가 있었다.

 나는 2층에 살고 싶은데 2층은 세를 주신단다.     

 

 그렇게 1주일 동안 아버지는 마당을 쓸고 페인트가 벗겨진 곳을 손수 칠하시고 이것저것 손을 본다.

 “빠앙~~~ 빠앙빵”

 대문 앞에서 클랙슨 소리가 요란하다.

 “왔는가 보다.”

 엄마는 버선발로 대문을 연다.

 “성님아~”

 “아이고 동상아~”

 엄마랑 아줌마는 껴안고 난리다.

 말자 엄마다.

 말자 엄마는 우리 엄마한테 성님이라 부른다.

 엄마랑은 10살 넘게 차이 난다고 했다.

 아줌마 뒤로 이삿짐이 가득한 트럭 한 대가 보인다.

 아저씨는 짐을 내리고, 말자는 멀뚱멀뚱하게 있다.

 말자 동생 말숙이는 신이 났다.

 차를 못 타고 왔는지 저 멀리서 동식이가 뛰어온다.

 “행님아~”

 동식이는 말자 막내 남동생이다.

붓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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