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니왕 Aug 23. 2024

성스러운 사랑 9화

1-9화 몽상(헛된 생각) 일탈

 얼마 전에 철수 놈이 아는 형이 오토바이를 싸게 판다고 해서 하나 장만했다고 자랑을 한다고 몰고 온 것이다.

 나는 철수 놈의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사실 오토바이는 오락실에서 탄 거 말고는 처음이다.

 ‘저놈도 타는데 내가 못 타겠나?’ 싶은 생각으로 타 본다.

 ‘어라’ 이거 쉬운데? 나는 어느새 동네 한 바퀴를 돌고 왔다.

 “이야 이 새끼 좀 타봤네.”

 “그라면 내가 좀 타봤다 아이가.”

 나는 자신 있게 내린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쪽팔리기 싫어서 다리를 꼭 잡는다.

 “니 언제 오토바이 배웠노? 내도 가르쳐 주라.”

 쥐똥이가 부럽다는 눈을 하면서 옆에 바짝 붙는다.

 “똥우야! 사실은 처음 탄 거다. 존나 무섭더라. 씨발 지릴 뻔했다.”

 나는 작게 이야기한다.

 “우와 이 새끼 미친놈이 완전히 미쳤다.”

 쥐똥은 나를 미친놈 취급하듯이 쳐다본다.

 

 철수는 오토바이에 똥폼을 잡으면서 기댄다.

 “야~미팅할래?”

 “중삐리가? 미팅 같은 거 하게?”

 말은 그렇게 했지만 하고는 싶었다.

 갑자기 가슴에 뭔가가 꾹꾹 누르는 것 같다.

 혜영이 누나 때문에 양심이 찔리는 것 같다.

 그렇다고 나는 못 한다. 나에게는 사랑하는 혜영이 누나가 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없다.

 물론 혜영이 누나가 있지만, 지금은 기숙사에 있고 이놈들은 아무도 모른다.

 “어느 학교?”

 쥐똥이가 아주 적극적이다.

 “니 말자 잊었나? 크크”

 나는 쥐똥이 옆구리를 쿡쿡 쑤시면서 비꼬운다.

 “ㅇㅇ여고”

 “오호 거기 여자애들 엄청나게 이쁘다고 하던데?”

 쥐똥이가 또 적극적으로 달려든다.

 이 새끼는 그런 거 언제 알아보고 다녔는지 궁금하다.

 “근데 철수야 ㅇㅇ여고에 누가 있는데? 니는 어찌 아는데?”

 “나의 영원한 짝지 미자가 있다 아이가~”

 “미자? 갸 공부 잘했나? 나는 몰랐디, 가시나 중학교 가서 공부 좀 했나 보지?”

 “미자 집이 좀 잘 산다. 니 몰랐나 보지? 그래가지고 중학교 때 저그 엄마가 억수로 돈 많이 썼다. 미자 학원비하고 과외비하고.”

 “근데 미자 친구들이면 안 봐도 되지 않나? 못생겼을 거 같다.”

 “그래서 니는 안 한다고? 빨리 말해라? 선수교체 할게.”

 “누가 안 한다 하나? 그렇다는 거지.”

 미자는 6학년 때 철수랑 짝지였다.

 그 둘은 1년 내내 짝지였다.

 계속 같은 동네 살면서 종종 만나는 것 같다.

 아마 미자 엄마가 알면 난리 날 것이다.

 “일단 우리 3대3 하자. 다른 놈들한테 말하지 마래이.”

 “옙. 알겠습니다. 충성!”

 우리 둘은 철수를 향해 경례한다.

 “토요일에 봅시다.”


 3㎝ 밖에 없는 나의 앞 머리카락에 무스를 듬뿍 바른다.

 누가 만지면 피날 정도로 힘을 줬다.

 철수 집으로 간다.

 철수랑 쥐똥이가 대문 앞에서 손을 흔든다.

 철수가 키를 던져준다.

 “뭐꼬?”

 “아는 형한테 한 대 더 빌렸다. 니는 내 오토바이 타라. 나는 빌린 거 이거 탈게.”

 철수가 오토바이를 한 대 빌려왔다.

 멋진 놈이다.

 “쥐똥이는 내 뒤에 타라.”

 “옙. 충성”

 쥐똥이 이 새끼 신났다.

 철수 허리를 꽉 잡으면서 탄다.

 사실 떨린다.

 몇 번 탔지만, 시내는 무섭다.

 “가자~~ 고고 오빠 달려 빠라빠라빠~”

 쥐똥이는 가는 내내 신이 났다.

 조금 달리다 보니 건방져진다.

 속도도 내고 이리저리 휙휙 약속 장소 남포동에 도착했다.

 “추억 만들기, 여기네. 우리 멋진 추억을 만들어 보자.”

 철수가 앞장서서 간다.

 우리는 졸졸 따라 들어간다.     

 

 “오~~~ 미자, 오래만이다.”

 미자는 반갑게 손을 흔든다.

 미자 빼고 3명 다 이쁘다.

 그중 한 명에게만 자꾸 시선이 간다.

 미자는 무슨 중매쟁이 아줌마처럼 능숙하게 설명한다.

 “일단 마실 거 시켜라.”

 철수 놈이 앉자마자 담배를 물면서 이야기한다.

 멋있는 줄 알고 우리는 그걸 또 따라 한다.

 “나는 딸기 파르페”

 “나는 밀크셰이크”

 “나도 파르페~~”

 “파트너는 정하는데 오늘은 내까지 그냥 7명이 다 같이 노는 거다. 알았제?”

 미자가 진행한다.

 미자가 원래 이렇게 말을 잘했나?

 나는 미자에게 빨려 들어가듯이 미자를 본다.

 우린 아무도 토를 달지 않는다.

 

 “내는 박선영이다.”

 역시 신은 나의 편이다.

 그중 제일 이쁘고 귀엽다.

 아하 박선영이구나! 가슴도 크고. 키는 조금 작은 편인 것 같은데 왜 이리 몸매가 좋지?

 나는 잠시 선영이의 몸을 상상하고는 변태처럼 씨익 웃는다.

 커피숍에서 나와서 우리는 맥주를 사서 가방에 넣고는 노래방으로 간다.

 걸어가는 동안에도 애교 있는 목소리로 재잘거리는 게 싫지 않고 오히려 좋다.

 노련한 미자 덕분인지 우리는 금방 친해졌다.

 나는 노래방에 와서 노래를 한곡도 부르지 않았다.

 음치라는걸 들키기 싫었다.

 한 잔씩 몰래 마시다 보니 금방 취기가 오르는 것 같다.

 뽀뽀게임 같은 거는 어디서 배웠는지 가르쳐준다.

 나는 속으로 역시 ㅇㅇ여고 애들은 다르구나. 공부할 때는 공부하고 놀 때는 확실하게 논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놀다 보니 헤어질 시간이 다 된 것 같다.

 “이제 그만 집에 가자. 각자 연락해서 알아서 만나라.”

 미자는 끝맺음도 확실하게 진행한다.     

 

 “괜찮나? 술 깼나?”

 “얼마 안 마셨다.”

 철수와 나는 쥐똥이의 걱정을 무시한 채 오토바이에 올라탄다.

 쥐똥이는 걱정하면서도 철수의 허리를 꽉 잡는다.

 시원하다.

 ‘아~~ 이런 기분 때문에 오토바이 타는구나.’

 어느 정도 달리니 차도 없고 한적한 길로 들어섰다.

 긴장감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차! 차! 야! 이 새끼야 차!”

 뒤따라오는 철수의 고함이 살짝 들린다.

 나는 고개를 돌려본다.

 “뭐..”

 ‘쿵 쾅~~~~’

 나는 앞으로 튕겨져 붕 뜨는 걸 느낀다.     

꽃양귀비
이전 08화 성스러운 사랑 8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