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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26. 2024

성스러운 사랑 10화

1-10화 제행무상

 여기는 어디인가?

 “아이고 부처님 아버지 우리 아들 좀 살려주소~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관세음보살.”

 엄마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는 소리가 들린다.

 “왜 이러노 의사가 수술 잘 됐다 안카나? 그라고 머리는 괜찮다 안 하더나, 팔다리 뿌싸 진 거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안카나?”

 큰누나가 엄마를 달랜다.

 엄마한테는 왜 그러냐 하면서도 분명 큰 누나도 울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계속 잠든 척한다.

 잠이 온다.

 얼마나 잤을까?

 조용하다.

 옆을 보니 막내 누나만 보조 침대에 앉아 있다.

 “누나야~”

 “어! 일어났나? 괜찮나?”

 목소리가 평소하고 다르다.

 울먹이는 목소리다.

 몸이 안 움직인다.

 나는 내 몸을 본다.

 양쪽 다리는 온통 철사가 꽂혀 있다.

 로보캅 다리다.

 왼팔은 어깨부터 손가락 끝까지 붕대가 칭칭 감겨있다.

 멀쩡한 거는 오른쪽 팔 뿐인 것 같다.

 “내 물 좀 주라.”

 막내 누나는 이제 진정이 되는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와 나를 몰아붙인다.

 “인간아! 인간아! 언제 철들래, 니가 술 먹고 오토바이 타고 다닐 때가 인간이 왜 그렇노?”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머리를 쥐어박으면서 잔소리는 계속된다.

 “엄마, 아빠 불쌍하지도 않나? 이제 겨우 집 샀다. 조금 모으면 큰언니 대학교 보내고, 조금 모으면 둘째 언니 대학 보내고, 올해는 내까지 학교 갔고, 큰언니 시집간다고 안 하더나? 우리가 남들처럼 부자도 아니고 어쩌려고 그라노 어이구 못 산다.”

 겨우 물 한잔한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마음이 찢어진다.

 눈물이 난다.

 “남자 새끼가 그거 좀 아프다고 우나? 그라고 니가 뭐 잘했다고 울고 지랄이고? 엄마 아빠 안 불쌍 하나?”

 또 시작된다.

 “엄마 아빠 한번 제대로 쉬는 거 봤나? 평생을 일하고 있다. 니는 엄마 아빠 나이는 아나? 지금까지 못 쉬고 여태껏 좋은 회사도 아니고, 고무공장 다니는 엄마 보면 니는 이라면 안 된다. 매번 니 하나 보고 산다는데.”

 

 나는 고개를 돌린다.

 조금 화가 진정되었는지 막내 누나는 말이 없다.

 '부웅' 하고 날아가 떨어진 거는 기억이 나는데 다음부터 기억이 하나도 없다.

 시계를 보니 7시가 지나가고 있다.

 생각해 본다.

 기억이 안 난다.

 “깨어났나?”

 병실 문이 열리면서 엄마와 누나들이 들어온다.

 “괜찮나? 엄마 알아보겠나? 잘 보이나? 관세음보살 부처님 감사합니다.”

 엄마는 울기 시작한다.

 “또 시작이다. 그만 울어라. 어이구 새끼야! 니가 지금 술 먹고 오토바이 탈 군번이가?”

 둘째 누나는 엄마를 달래며 내한테 똑같은 잔소리를 한다.

 “아빠는? 엄마는 일하고 왔나?”

 “으이구 오늘 일요일이다.”

 누나들이 한심한 듯 나를 째려본다.

 “니 때문에 경찰서 갔다.”

 “됐다. 그만해라.”

 엄마가 누나들의 입을 막는다.

 “엄마가 자꾸 오냐오냐하니깐 애가 저 모양이지?”

 막내 누나는 한소리 하고 나가버린다.

 “너희는 좀 있다가 동우 아버지 오면 동우 아버지 차 타고 가거라.”

 “엄마는? 엄마 내일 일 안 가나?”

 “일이 문제가? 내일 하루 쉰다고 공장에 전화했다.”

 

 나는 계속 눈을 감고 있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버지랑 동우 아버지가 왔다.

 “뭐라 하던데요?”

 “나중에 이야기 해줄게 애 자는데, 너그는 집에 가자.”

 분명 아버지는 내가 안 자는 걸 알고 있을 거다.

 “아이구 형수님 괜찮을 겁니다. 경찰이 다 잘 될 거라 했습니데이.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마시소. 너희는 아저씨 차 밑에 있으니 타고 가자.”

 동우 아버지는 누나들을 데리고 간다.

 아버지는 이불 사이로 나온 내 발가락을 쓰윽 만지더니 이불을 덮어준다.

 “내 간다. 내일 일 마치고 올꾸마. 애 단디 봐라. 아프다 하면 바로 의사 부르고!”

 밤새 엄마는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했다.

 우린 그렇게 다음날 점심시간까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성님아~~아이고 이게 무신 일이고? 어쩌노 어쩌노 천만다행이다. 그래도 이게 어디고?”

 “그쟈 부처님이 살렸다 안카나. 의사 양반들도 진짜 운이 좋다고 하더라.”

 목소리를 들으니 말자 엄마가 온 것 같다.

 나는 계속 자는 척한다.

 “안녕하세요?”

 “그래 말자야 앉아라. 니는 갈수록 이뻐지고 미스코리아네.”

 뭐지? 말자 가시나도 같이 왔나 보다.

 “성님아! 밥 안 먹었제. 여기 말자 잠시 보라 카고 내랑 밥 묵으러 가자.”

 “말자야? 니 좀 있을 수 있겠나?”

 “네~다녀오세요.”

 “내 밥은 됐고 집에만 후딱 갔다 올구마. 집에 반찬도 해 놔야 하고 이놈아 묵을 거도 좀 챙겨 와야 할 거 같고. 동상은 내 좀 도와도.”

 “아이고 우리 성님 아들 생각은 진짜 많이 하제!”

 엄마랑 아줌마는 나간다.

 “아프다. 가시나야! 미쳤나?”

 “미쳤다. 왜 미친놈아 니가 오토바이 타고 사고 내고 그라고 다닐 때가?”

 말자가 내 코를 삐뚤면서 누나들과 똑같은 잔소리 한다.

 나는 눈을 번쩍 뜨면서 말자를 째려본다.

 “근데 가시나야! 니 오늘 학교 안 갔나?”

 “내 학교가 문제가? 오면서 엄마한테 대충 들으니깐 니 술 먹고 무면허에 장난 아니라면서 아줌마 지금 병원비에 합의금에 으이구 인간아! 인간아! 언제 철들래!”

 “조용히 해라 가시나야! 니가 왜 지랄이고?”

 나는 괜히 분풀이를 말자에게 한다.

 “큰언니 결혼도 내년으로 미루게 생겼단다. 으이구 쯧쯧!”

 “그만하라고!”

 나는 감정에 억눌려 그만 울음이 났다.

 나는 쪽팔려서 고개를 돌린다.

 “으이구 우나? 그렇게 가시나들하고 미팅하고 싶더나? 가시나들이 그렇게 좋나? 무슨 똥폼 잡을라고 오토바이도 못 타는 게 오토바이 타고 나갔노? 내 철수 이 새끼 눈에 띄면 다리몽둥이를 뿌쌰뿔거다.”

 말자가 어떻게 알지?

 분명 이거는 쥐똥이가 다 말했을 거다.

 “니 내한테 잘해라. 내가 아줌마 대신 병간호하기로 했다. 아줌마 일 안 갈 때는 아줌마가 올 거고, 평상시는 내가 니 보호자다고 알았나?”

“뭔 소리고 가시나야 니가 왜 내 보호자고? 니 학교 안 가나?”

 “내 학교 때려치웠다. 내년에 다시 인문계를 가든 검정고시를 치든 할 기다. 막내 언니가 과외 해준다 캤다. 내도 쪽 팔려서 그런 학교 못 다니겠다. 니 걱정이나 해라.”

 그러니깐 막내 누나가 과외 해주는 대신 말자가 내 간호를 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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