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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28. 2024

성스러운 사랑 11화

1-11화 회복

 병원 문틈 사이로 빼꼼히 쳐다보고는 쥐똥이 들어온다.

 뒤를 따라 담임 선생님도 같이 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이 새끼! 와 기냥 팍 죽으뿌지? 왜 살아있노?”

 무섭게 뭐라고 하신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그제야 옆에 말자가 서 있는 거 본다.

 “아! 누님이 계신 줄 몰랐네요. 누나가 이렇게 병간호까지 하시고 고생하시네요.”

 상당히 공손하게 말한다.

 그걸 말자는 받아준다.

 “네. 죄송해요.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뭔 소리 하는지 여기까지 오라고 한 사람도 없는데 왜 저렇게 오버하나 싶다.

 “의사 선생님 만나보니 적어도 3달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 여름방학 때까지 있으면 3달 정도 되겠더라. 학교는 쌤이 잘 처리할 테니 몸조리해라. 그럼 누님도 안녕히 계세요.”

 짧고 굵게 말씀하시고 가버린다.

 “듣었제? 누나라고 하는 거, 누나한테 잘해라.”

 말자가 내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깐죽 된다.

 “가시나야! 그거는 니가 늙어 보인다는 소리다. 좋겠다. 늙어 보여서.”


 그렇게 말자와 병원 생활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니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간다.

 의사 선생님도 다행히 운동신경이 좋아서인지 떨어지면서 왼쪽으로 구르면서 떨어진 것 같다고 한다.

 오른쪽 다리는 크게 다친 게 아니고, 왼쪽 다리가 오래갈 거 같은데 핀 꼽고 핀 빼고 재활하면 괜찮다 하신다.

 내가 그 와중에 그렇게 굴렸다고 설마? 술이 취했는데...

 그냥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렸을 때부터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나는 태권도를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

 내 기억으로는 4살 때부터 한 것 같다.

 삼촌이 태권도 도장을 해서 유치원 대신 태권도 도장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종일 혜영이 누나가 걱정이다.

 저녁이 되면 집으로 전화할 건데, 내가 받아야 하는데, 나도 전화를 못 하니 알릴 방법도 없다.

 그렇다고 병팔이한테 말할 수도 없고 미치겠다.

 나는 안절부절 못 한다.

 밥맛도 없고 아무 말도 안 한다.

 말자도 뭔가를 느꼈는지 아무 말이 없다.

 의사 선생님이 아침 회진을 돈다.

 “괜찮나? 니 죽을 뻔한 거 알제 다시는 오토바이 타지 마래이 그라고 누나한테 잘하고 이렇게 이쁘고 착한 누나가 어딨노?”

 이젠 하도 많이 들어서 그냥 포기다.

 “네.. 고맙습니다.”

 눈인사하고 돌아서 가려는 의사 선생님을 말자가 부른다.

 “선생님~ 그게요 오줌은 오줌 줄로 나와서 갈아주는데 애가 똥을 한 번도 안 쌌어요. 어떻게 하면 좋죠? 지금도 그것 때문에 힘든지 아침밥도 안 먹고, 말도 안 하고.”

 이 무슨 개똥 같은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나는 말자를 말린다.

 간호사에게 뭐라고 말씀하더니

 “나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설명해 줄 겁니다.”

 그 말을 하고는 의사 선생님은 나가신다.

 1시간이 지나니깐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보호자분 아마 오늘 대변을 볼 거 같거든요. 약을 아까 같이 넣었으니 아마 저녁에 대변 볼 겁니다. 기저귀 채우시고요. 기저귀 갈아주시고 깨끗이 씻어주시면 될 겁니다. 근데 누나가 할 수 있어요? 아버지나 남자 형제 없어요?”

 “네! 괜찮아요. 제가 할 수 있어요.”

 뭘 지가 할 수 있다는 건가?

 “말자야! 그냥 쥐똥이 오라 해라. 아니면 우리 아버지 오라 하던가?”

 “됐다. 더러버도 내가 더럽게 느끼지 니가 와 그라노? 부끄럽나? 니 내랑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 같이 목욕탕 간 거 기억 안 나나? 나는 기억나는데, 니 고추 옆에 점 있는 것도 기억하는데?”

 “뭐라노 가시나야! 1학년때까지지 무슨 3학년! 그냥 말을 말자.”

 “내 좀 씻고 올 게 똥 마려워도 참아라이.”

 “안 마렵다고 씻고 온나.”

 

 말자는 머리를 감았는지 머리를 수건으로 둘러싸고 온다.

 이마를 까고 머리를 묶는다.

 그때 사고 난 이후로 처음 보는 모습이다.

 상처도 거의 안 보인다.

 내가 미쳤나 보다.

 금방까지 혜영이 누나 생각에 우울하더니 말자 보고 이쁘다고 생각한다.

 진짜 우리 막내 누나보다 더 성숙해 보인다.

 키도 크고 몸매도 좋다. 그래서 엄마가 미스코리아 미스코리아 했나 보다.

 “근데 말자야 니 상처 하나도 안 보이네 자세히 안 보면 모르겠다.”

 “그치잉~ 2년을 약 바르고 치료받고 했다.”

 “이제 이마 까고 다녀라. 훨씬 괜찮네. 이쁘다.”

 나도 모르게 속에 있는 말이 나온다.

 이쁘기는 이쁘다.

 

 오른쪽에 보조 침대가 말자의 공간이다.

 조용하다.

 저녁밥 먹고 나면 병실이 조용하다.

 말자도 눕는다.

 우리 둘은 아무 말이 없다.

 “말자야? 자나?”

 “아니 왜? 똥 마렵나? 기저귀 채울까?”

 “아니 가시나야. 뭐 좀 물어볼게? 니 왜 이렇게 변했는데? 니 안 그랬다 아이가?”

 “미자가 그런 이야기는 안 하던가 보지. 내 원래 이랬다. 나도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학교만 가면 소심해지고, 얌전해지고 그랬다. 아마 공부를 못해서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 같은데.”

 갑자기 말자가 어른처럼 느껴진다.

 서슴없이 자기 이야기를 솔직히 말한다.

 멋있다. 심지어 진짜 누나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내 니 많이 좋아했다. 우리 엄마 말로는 맨날 니한테 시집간다 캤다 하더라. 그래서 니 앞에서 내숭 떨었나 보다. 니 그때 기억나나? 니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영희 가시나하고 소문낸 거 따지러 왔잖아?”

 기억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날 첫 몽정을 했다.

 “응~기억나지. 니 그날 밤에 사고 났제?”

 “아니다. 됐다. 자라. 똥 마려우면 말하고, 그냥 기저귀 채울까?”

 “안 마렵다고! 가시나야!”

 내라는 놈은 참 못됐다는 걸 느낀다.

 그렇게 혜영이 누나 생각하고 걱정하고 며칠 전만 해도 누나 없으면 못 산다고 하더니 이제 말자가 이쁘게 보이고 말자 향기가 좋다.

 

 나는 수십 번 속으로 말한다.

 ‘참아야 한다. 인내력을 가지자. 참아야 한다. 헉 배에서 요동을 친다. 큰일이다. 신호가 온다.’

 도저히 못 참겠다.

 “말자야~”

 “응”

 말자는 벌떡 일어나더니 내 엉덩이 쪽으로 손을 넣고 엉덩이를 들더니 기저귀를 깐다.

 “한 손으로 바지 내리고 기저귀 차라.”

 나는 시키는 대로 한다.

 말자는 나가더니 세숫대야에 물을 받아온다.

 어디서 꼭 해본 솜씨 같다.

 나는 결국 말자에게 모든 걸 맡기게 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말자는 어릴적부터 말숙이를 돌보다 보니 간호를 잘하는 것 같다.     

 그렇게 나의 몸은 하루하루 몰라보고 빠르게 회복한다.

 말자는 맨날 자기의 사랑과 정성 때문이다고, 부모님은 말자를 며느리 삼는다고 한다.

 나는 점점 혜영이 누나를 잊어가고 있는 건지, 말자를 좋아하게 됐는지? 말자가 몸을 닦아줘도 싫지가 않다.

 좋다. 말자가 내 몸을 닦을 때는 내 몸에 전율도 흐르고 극도로 흥분할 때도 있다.

 가끔 자는 말자를 보면 너무 이뻐서 말자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대고 그런다.

 그러면 말자는 잠에서 깨어서 내 손을 꼭 잡아준다.

 그렇게 멀쩡한 나의 오른손은 침상 옆에 보조 침대에 누운 말자 손과 마주한다.


 “여기 맞네. 여기다.”

 멀리서 들어도 알 것 같다.

 이 목소리는 철수다.

 특유의 까불이 목소리가 있다.

 철수는 그날 철수 아버지한테 죽도록 맞았다는데 아직도 오토바이를 탄다고 쥐똥이가 며칠 전 말해줬다.

 철수와 미자가 들어온다.

 말자랑 눈이 마주치자 미자와 철수는 움찔한다.

 “오~~미자 오래만이다.”

 “어..어. 말자야 니가 여기 왜?”

 미자 성이 오 씨다.

 그래서 별명도 오미자다.

 “안녕! 오래만이다.”

 미자 뒤에서 누가 나를 보고 이쁘게 인사한다.


다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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