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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Aug 21. 2024

성스러운 사랑 8화

1-8화 첫 경험

 혜영이 누나다.

 “어. 어.. 누.. 나.. 안녕하세요.”

 누나는 팔짱 낀 채 나를 아래위로 훑어 본다

 “니! 그때 방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무섭고 미안해서 초콜릿 계속 준 거제?”

 ‘누나가 알고 있는 거다. 안 잔 건가?’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게.. 누나 미안해요. 진짜 잘못했어요. 누나 근데 그 일 때문이 아니라, 나 누나가 너무 좋아요.. 그래서....”

 누나는 아무 말도 없다.

 누나는 나를 한번 보고 혼자 웃고 조용히 걷는다.

 동네에 들어섰다.

 양 갈래 골목길 앞에서 멈춘다.

 누나가 손을 놓으면서 손을 흔든다.

 “잘 가라.”

 “네. 누나도 잘 가요.”

 돌아서 가는 누나를 쳐다보는데 누나가 나를 다시 쳐다본다.

 웃는다.

 너무 이쁘다.

 “야! 내일도 내 데려다줘.”

 누나가 웃으며 말한다.

 나는 바보처럼 웃는다.

 “네. 넵.”


 누나가 안 보이기 시작할 때쯤 나는 골목길을 들어선다.

 ♪♬골목길 접어들 때에~~♪♬내 가슴은 뛰고 있었지!♪

 혼자서 개다리춤에 노래까지 부르며 신이 났다.

 “좋냐? 지랄을 해라.”

 “우이쒸! 놀래라! 가시나야 간 떨어질 뻔했다 아이가?”

 말자다.

 말자가 골목 입구에서 다 보고 있었던 거다.

 “저 가시나 누구고?”

 다행이다.

 누군지 안 봤다.

 혜영이 누나 인 거를 알았다면? 상상도 하기 싫다.

 “니가 알아서 뭐 하게? 근데 니는 왜 밤늦게 돌아다니노. 그라고 골목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마라. 누가 보면 어쩌려고 그라노.”

 “니나 잘하세요. 길거리에서 손잡고. 왜 뽀뽀도 하지 그랬노.”

 말자는 주먹을 쥐고 내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한다.

 나는 그걸 또 무서워서 피한다.

 나는 말자한테 끌려가는 거처럼 졸졸 따라 걷는다.

 “야이 머스마야 따라오지 마라.”

 “뭐라노 나도 집에 가는데.”


 나는 그렇게 독서실을 공부보다는 혜영이 누나를 보기 위해 다닌다,

 아침 9시가 되면 나는 독서실로 향한다.

 혜영이 누나는 정확하게 9시 30분이 되면 독서실에 온다.

 나는 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누나가 보이면 같이 들어간다.

 집에 있는 사랑이야기 시집이라는 시집은 다 뒤벼서 짜깁기 해서 적은 편지를 매일 준다,

 그 편지 맨 밑에는 시간표를 적어 준다.

 ‘11시 휴게실에서 보기, 12시 30분 점심(짜장면 먹으려 가기)

 3시 휴식(1시간 내랑 바람 쐬려 가기) 7시 휴게실(컵라면) 11시 집에 가기(내랑 팔짱 끼고)’

 이렇게 매일 같이 다니다 보니 우리는 가까워졌다.


 3시다.

 휴식 시간이다.

 나는 휴게실에 앉아서 누나를 기다린다.

 누나가 휴게실 작은 유리문 틈 사이로 나오라고 손짓을 한다.

 “나가자.”

 “어디? 누나~ 어디 갈라고?”

 “그냥 갑갑하다. 니 시간표에 적힌 대로 바람 쐬려 가자.”

 “음~~ 그러면 어디 가지? 누나! 노래방 가봤나?”

 “야~ 내가 아무리 그래도 노래방도 안 가봤을까 봐? 내가 너보다 2살이나 많다. 이 누나가 뭘 해도 너보다 많이 해봤다, 내를 만만하게 보지 마래이.”

 “그래! 그러면 가보자. 얼마나 대단한지 봅시다.”

 “어쭈?”

 나는 노래방을 가기 전에 슈퍼 들러서 캔맥주 2개를 사서 들어간다.

 “짠짠~~ 누나 근데 맥주는 먹어 봤어?”

 “하하하 이게 누나를 뭘로 보고? 맥주는 보리차야! 시시해서 안 먹어. 애기들이나 먹고 취하는 거지.”

 “오호~~ 그럼 한잔하시오.”


 “시간 간다. 노래 빨리 불러봐라.”

 누나가 노래방 책과 마이크를 준다.

 나는 이런 날이 오면 부르려고 준비해 온 이승환의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를 있는 폼 없는 폼을 다잡고 부른다.

 누나는 나를 한번 보고 노래방 화면을 한번 보고 맥주를 마신다.

 “한곡 더 해봐.”

 나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이승철의 ‘사랑하고 싶어’를 누나를 쳐다보면서 애처롭게 부른다.

 나는 열창을 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마이크를 놓는다.

 누나가 나를 진지하게 쳐다본다.

 “니! 음치다. 앞으로 이런 노래 부르지 마라. 하하하하”

 엄청 크게 웃는다.

 ‘내가 음치’라는 걸 그날 처음 알았다.

 친구들하고 가면 애들이 댄스곡을 부르고 다 같이 떼창을 하고 고함만 지르고 나오니 누가 노래 잘하고 음치인지 몰랐던 거다.

 그날 누나는 내만 보면 ‘기다린 날도 지워진 날도’를 이상하게 부른다.


 다음날 아침 독서실 문 앞에서 누나를 기다린다.

 멀리서 누나가 손을 흔들면서 온다.

 그런데 복장이 오늘은 평상시랑 다르다.

 “누나~ 어디 가나? 복장이 왜 이래?”

 “왜? 이상하나?”

 “아니 이상한 거는 아니고 그렇게 입고 공부할 거는 아니지?”

 “우리 놀려가자. 내가 도시락도 싸왔다.”

 누나는 가방을 열어 도시락을 보여준다.

 “우리 어린이 대공원에 바이킹 타려 가자.”     

 

 “우리 오늘은 해운대 가자. 아니다. 송정 가자.”     


 “오늘은 영화보러 갈까?”     

 

 “오늘은 우리 사직동에 자전거 타러 가자.”     

 

 “누나 공부 안하나?”

 “몇일 놀아도 됩니다.”

 

 나와 혜영이 누나는 아무도 모르게 그렇게 밤11시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났다.


 7시에 혜영이 누나랑 휴게실에서 컵라면 먹기로 했다.

 나는 성문 영어 문법책을 펼친다.

 졸린다.

 엎드린다.

 누군가가 어깨를 툭툭 친다.

 “밖에 친구 왔는데?”

 독서실 아줌마가 소심하게 나를 깨운다.

 “네?”

 나는 침을 쓰윽 닦는다.

 “빨리 짐 싸서 나온나?”

 쥐똥이다.

 “야~내 공부하는데 여기까지 와서 방해를 하노?”

 “오늘 병팔이 부모님 시골 갔단다. 다 모이기로 했다. 가자.”

 나는 갈등한다.

 7시에 혜영이 누나랑 컵라면 묵고 밤에 같이 가야 하는데, 아니지? 병팔이 부모님이 시골 갔으면 아무도 없다는 말이다.

 “기다리라~내 짐 싸서 나올게.”

 나는 가방만 대충 챙기고 메모한다.

 ‘누나 나 친구들이 찾아와서 어쩔 수 없이 가요’

 “아줌마 이것 좀 혜영이 누나한테 전해주면 안 돼요?”

 나는 최대한 귀엽게 부탁한다.

 아줌마가 인상을 쓴다.


 나는 신이 나서 쥐똥에게 묻는다.

 “똥우야? 니 돈 얼마나 있노?”

 “4000원”

 “병팔이 집에 먹을 거는 있나?”

 “몰라?”

 “맥주는 한잔해야 할 거 아니가?”

 “니 술 먹어봤나?”

 쥐똥이가 놀란 눈으로 물어본다.

 사실 안 먹어봤다.

 “엄마 마마! 오늘 병호 부모님께서 시골을 갔다 하여 병호 집에서 잘 거 같습니다.”

 “그래서?”

 “엄마 마마의 지원이 필요하오?”

 “으이구 이번 달 용돈 없다이.”

 엄마는 단풍잎을 꺼내주신다.

 나는 쥐똥이 앞에서 신나게 단풍잎을 흔든다.

 

 우리는 슈퍼에서 술을 산다.

 소주 맥주 자랑스럽게 들고 병팔이 집에 간다.

 “병팔아~~이리 오너라.”

 소리치면서 방문을 연다.

 차돌이랑 철수가 앉아서 슬램덩크 만화책을 보고 있다.

 나는 철수를 발로 툭툭 친다.

 “치아라~~한잔해야지, 근데 병팔이 어디 갔노?”

 “라면 사러.”

 우리는 라면에 소주,맥주 번갈아 가며 마신다.

 병팔이는 담배 피우는 손 모양을 애들한테 한다.

 “야! 한 대 빨려가자.”

 다 일어선다.

 “야~~너그 담배도 피우나?”

 나는 의아하게 물어본다.

 그런데 이 순둥이 쥐똥이도 같이 나간다.

 “야! 쥐똥 니도 피나? 이 새끼들! 양아치네.”

 우리는 이렇게 다같이 모여 술을 처음 마셔 본다.

 어른이 된 듯 온갖 폼은 다 잡으면서 잔을 친다.

 최고로 어른이 척하던 병팔이는 1병도 못 마시고는 토를 한다.

 그러고는 “나는 다이” 외치면서 침대에 그대로 뻗는다.

 이상하게 나는 술이 시원하고 맛있다.

 다들 뻗는다.


 ‘아~~~속아~우욱~’

 나는 속이 너무 아파 뒤척이다 눈을 뜬다.

 정신을 차려 본다.

 네놈 다 뻗어있다.

 방이 엉망진창이다.

 나는 술병이고, 과자 부스러기도 치운다.

 한 놈 한 놈 똑바로 눕힌다.

 너무 찝찝하기도 하고 도저히 저 무리에 끼어서는 잠을 잘 수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주방으로 가서 물을 마신다.

 좀 살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새벽 1시다.

 너무 찝찝해서 샤워하고 나오니 정신이 든다.


 ‘아! 혜영이 누나’ 그제서야 혜영이 누나 생각이 난다.

 혜영이 누나 방에서 불빛이 살짝 새어 나온다.

 “똑똑! 누나~”

 누나가 문을 빼꼼 연다.

 “야! 너그들 간 크다. 술도 마시고 병호 이 새끼는 내일 좀 뭐라 해야겠어!”

 화내는 모습도 이쁘다.

 천사가 속삭이는 것 같다.

 누나 방에 들어오니 누나의 향이 난다.

 너무 좋다.

 “누나~안자?”

 “자야지. 이제 잘 거야.”

 “누나 나 저놈들하고 같이 못 잘 거 같아. 냄새에 방도 엉망이고, 방도 좁고, 나 여기서 얌전히 누나 손만 잡고 자다가 갈게”

 “미친 거 아니야?”

 누나가 토끼눈을 한다.

 “진짜 손만 잡고 잘게.”


 불을 끄고 나란히 눕는다.

 너무 좋다.

 돌아누워 있는 누나를 살며시 안는다.

 향기가 너무 좋다.

 누나도 떨고 있는 게 느껴진다.

 나는 누나의 목을 살짝 들어 팔베개를 해준다.

 그리고 나를 향하게 한다.

 누나와 나는 눈만 멀뚱멀뚱 쳐다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나는 연애를 책과 비디오로만 배웠다.

 누나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는 누나 입술을 내 입술로 찾는다.

 누나가 심하게 떨고 있는걸 느낀다.

 나는 누나를 똑바로 눕게 하고는 누나 몸 위를 올라간다.

 밤새 수십 번을 입을 맞춘다.

 어색하던 둘의 몸부림은 어느 정도의 익숙함으로 변해 버린다.

 나는 꼬옥 껴안는다.

 어떻게 이렇게 아침이 빨리 오는지 나는 애들이 깨기 전 병팔이 집을 나온다.

 나는 어른이 된 것처럼 뿌듯하다.     

 

 혜영이 누나는 방학이 끝나자 다시 학교 기숙사로 갔다.

 누나는 저녁 6시~7시 사이 전화한다고 했다.

 고3이라 자주 못 올 거라는 쪽지와 하트가 그려진 메모를 몇 번이나 읽고 지갑 속에 넣는다.

 나와 쥐똥이는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전통이 있고 꽤 공부 잘하는 학교로 유명한 고등학교에 입학했다.

 평상시 책을 자주 멀리했던 철수는 아주 멀리 있는 상고에 입학했다.

 병팔이는 올해부터 남녀공학이 되었다는 공고에 입학했고, 차돌이는 어떻게든 운동의 끈을 놓지 않고 지방의 체고로 입학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친구 놈들이 똑같은 행동을 한다.

 나쁜 거는 안 가르쳐 줘도 잘한다.

 나는 어느새 담배를 피우고 있다.

 “니는 몇 반이고? 내는 4반이다.”

 “내는 6반”

 쥐똥이랑은 그렇게 붙어 다녀도 중학교 때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었다.

 그렇게 날마다 쥐똥이랑 같이 학교 가고, 집에도 같이 오고, 둘은 항상 같이한다.     

 

 “철수야 나도 한번 타 보자.”

 “니 타봤나?”

 “탈 줄 안다. 키 줘봐라.”

산딸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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