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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Sep 13. 2024

성스러운 사랑 18화

1-18화 행운

 “여보세요? 내 누군지 알겠나?”

 “알지 내가 니 목소리 모르겠나? 내가 니 연락 억수로 기다렸다. 그래도 삐삐번호는 안 버렸나 보네, 하도 연락이 없어서 나는

버렸나 했다.”

 “우리 학교 오늘 학기말 시험 끝나서 영화 보고 싶은데 혼자 보기가 그래서….”

 “거기 어딘데? 내가 갈게.”

 나는 쥐똥이를 두고 나온다.

 다시 쥐똥이한테 간다.

 “똥우야 내 돈 좀 빌려도.”     

 

 ‘땅그랑’ 방울이 울린다.

 나는 문을 열고 주변을 본다.

 저쪽 끝에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인다.

 “오래만이다. 축제 때 보고 한 달 만이네.”

 “그래~잘 지냈나? 뭐 마셔라?”

 “저기요~ 여기 콜라 한 잔만 주세요. 얼음 가득 넣어주세요.”

 나는 주문을 하고 멀뚱멀뚱 쳐다본다.

 이쁘다.

 “근데 니 진짜 피부 하얗고 이쁘다.”

 “니는 무슨 그런 말을 쉽게 하노? 좀 능글맞다. 그라고 그렇게 보지 마라. 느끼하다.”

 “이뻐서 이쁘다 카는데, 왜?”

 내가 생각해도 좀 능글맞아진 거 같다.

 “니 근데 내 그 학교인 거 어찌 알았노? 그라고 내가 방송반인 거는 어찌 알았노? 아는 사람 없을 건데?”

 “다~ 조사하면 나온다.”

 “까불지 말고 말해라. 누가 가르쳐 주더노?”

 “그게 중요하나?”

 나는 속으로 웃는다.

 말 그대로 우연이다.

 

 “영화 뭐 볼 건데?”

 나는 급하게 말을 돌린다.

 “애들이 ‘게임의 법칙’ 재미있다 하던데? 시간 되는지 가서 보고 시간 맞는 거 보자?”

 “너에게 나를 보낸다. 그거 야하고 재미있다 카던데?”

 “으이구~근데 너그 학교도 시험 끝났나?”

 “다음 주부터 시험인데 내가 이렇게 나왔다. 시험보다 니가 더 보고 싶어서.”

 “니 진짜 많이 변했다.”

 “변하기는 똑같다. 순수하고 착하고,”

 “됐다. 다 마셨으면 나가보자. 무슨 영화하고 있는지?”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밖이 좀 어둡다.

 사람들이 어디서 몰려나왔는지 억수로 많다.

 

 나는 살짝 붙어서 영희 손을 잡는다.

 영희와 나란히 앉아 보는데,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짝지가 되는 날 내 옆에 와서 앉았던 것처럼 떨린다.     

 

 “영화 재밌게 봤나?”

 “모르겠다. 재미있게는 본 것 같은데 박중훈이 밖에 생각 안 난다. 영화 보다 니 얼굴을 더 많이 본 것 같은데?”

 “쫌!”

 내가 생각하기에도 어이없는 말이다.

 “니가 영화 보여 줬으니 내가 밥 살게. 뭐 먹을래?”

 “그라면 밥 대신 맥주 한 잔만 사도. 우리 호프집 가자. 내 한 번도 안 가봤다. 맥주도 캔 맥주 한번 먹었봤는데.”

 “맥주? 내야 좋은데, 니 괜찮겠나?”

 “호프집 한번 가보고 싶어서 그래.”

 나는 ‘영화나 보고 밥 먹고 해야지’하고 편하게 영희를 만났다.

 그런데 영희가 맥주 한 잔 하자고 한다.   

 심장이 뛴다.

 무슨 기대감인지 모르겠으나, 분명 이거는 기대감 때문에 뛴다.

 우리는 제일 크고 화려한 간판이 있는 집으로 간다.

 “우와 여기 억수로 크고 좋다.”

 “나도 처음 와 봤는데 좋네. 근데 너무 안 시끄럽나? 괜찮나?”

 “응. 괜찮아.”

 영희는 놀이공원에 처음 온 애들처럼 여기저기 보고는 해맑은 미소를 짓는다.

 우리는 저쪽 칸막이가 쳐진 곳으로 가서 앉는다.

 “뭐 먹을래?”

 “나는 잘 모르니깐 아무거나 시켜줘?”

 “그라면 일단 500cc 한 잔씩 하자. 안주는 배고프니깐 돈가스 먹자. 괜찮제?”

 “응. 근데 우리 이렇게 막 들어와서 맥주 먹고 그래도 안 잡아가나?”

 “안 잡아간다. 하하하. 편하게 먹어.”

 “니는 호프집 억수로 갔제?”

 “학생이 어딜? 나도 몇 번 안 가봤다”


 “자~ 짠하자. 짠~”

 “그래~ 짠~”

 음악 소리가 너무 커서 영희 목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서로 얼굴을 코앞까지 맞대고 이야기를 한다.

 영희는 입술에 맥주 거품까지 묻히고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야~ 근데 니 진짜 내 방송반인 거 어떻게 알았어?”

 너무 귀엽고 이쁘다.

 나는 무슨 용기 인지 몰라도 대답 대신 내 입술 앞까지 와서 이야기하는 영희의 입술에 살짝 뽀뽀를 해버린다.

 “야~ 뭐꼬~ 뭐꼬~”

 “몰라. 니가 너무 이뻐서 그렇다 아이가~.”

 “니 바람둥이제. 니 그거 아나? 니 억수로 능글맞고 변했디.”

 “미안타. 근데 내 바람둥이는 아니다. 그라고 애들이 전부 우리 6학년 때 사귀고 뽀뽀도 맨날 한 거로 알고 있던데, 억울하다 아이가? 뽀뽀도 한번 안 했는데. 그래서 이걸로 그때 한 거로 치자.”

 “무슨 말이 그렇노. 아무튼 변했어. 변했어. 근데 재밌다. 니랑 만나서 영화 보고 이라는 거.”

 “맞나? 맨날 영화 보고 뽀뽀하고 그럴까?”

 “어이구. 참으세요.”


 “배부르나? 술 취한 거는 아니제? 집에 데려다줄게 가자. 어차피 우리 집 가는 길이다. 아이가?”

 “내 이사 갔는데? 니 내 이사 간 거 몰랐나? 나는 그것도 알고 우리 학교 축제 온 줄 알았네. 내 중학교 때 이사 가서 전학 갔다. 그래서 국민학교 친구들 아무도 연락이 안 된다.”

 “아~~ 그랬나? 왜 교회가 잘 돼서 더 크게 지어서 갔나?”

 “아니다. 다음에 이야기할게. 나는 여기서 버스 타야 한다. 니는 저쪽 건너서 타야 될 기다.”

 “안다. 나도 니 버스 타고 가는 거 보고 갈게.”

 멀뚱멀뚱 버스 오는 쪽만 쳐다본다.

 “왔다. 내간다. 또 삐삐 칠게. 또 영화 보자. 연락 니도 자주 해라.”

 “알았다. 잘 가래이.”

 나는 버스 타고 자리에 앉은 영희를 보고는 손을 흔든다.     

     

 오늘도 어김없이 내 옆에는 쥐똥이 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학교 마치고 당구장으로 향한다.

 “니 몰랐나? 영희 교회 망해서 이사 갔다 카던데?”

 “왜? 왜? 교회도 망하나?”

 “그거는 모르겠고? 니 근데 영희랑 잘 되어가나? 미팅 좀 시켜도?”

 “똥우야~ 우유 좀 더 먹고 행님만큼 키 좀 크면 말해라.”

 “그래 니 다 해묵거라. 니 조심해라. 내가 말자한테 입만 열면 니는 그날로 제삿날이다. 알고는 있제? 행님한테 잘해라.”

 “아, 네. 네. 잘 부탁드립니다. 쥐똥씨.”

 ‘윙윙 위윙’ 탱크가 시동을 건다.

 ‘2200 045’ 2200은 말자 삐삐 뒷번호다.

 “말자네, 가시나 뭐고? 자기 이야기했다고 삐삐 바로 오네. 근데 045가 뭐고?”

 “내가 어찌 아노? 나는 삐삐가 울지를 않는다. 삐삐 암호가 뭐야? 당구장 가서 전화해봐라.”     

 “여보세요. 왜? 근데 니 오늘 학교 안 갔나?”

 “우리는 어제 방학했는데.”

 “좋겠다. 억수로 빨리했네. 근데 045가 뭐꼬?”

 “하하 그것도 모르나? 빵 사 와라고.”

 “미쳤나? 끊어라.”

 나는 끊어버린다.

 “똥우야. 내 집에 좀 갔다 올게 10분이면 온다. 애들 오면 연습구 치고 있어라.”

 “왜? 집에는 왜?”

 나는 대꾸 안 하고 나온다.

 “아줌마. 아줌마.”

 “아이고 씨끄러버라.”

 가게 안쪽에서 아줌마가 ‘씨끄럽다’ 하면서 나온다.

 “장사 안 하는 교? 소보루 빵 3개만 주세요.”

 말자는 소보루 빵 아니면 안 먹는다.

 나는 빵을 사 들고 집으로 간다.

 2층으로 올라간다.

 티브 소리를 얼마나 크게 틀어놓았는지 시끄럽다.

 나는 열린 안방 창문으로 머리를 넣는다.

 “놀래라.”

 “가시나야 아무리 더워도 옷 좀 입고 있어라. 그게 입은 거가?

벗은 거가?”

 “니는 왜 맨날 내 옷 입는 거 가지고 그라노.”

 “자! 소보루 빵이다.”

 나는 창문으로 빵을 던져주고 계단 내려가는데

 “땡~큐~~”하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여름방학이다.

 “무슨 이게 방학이냐? 1주일 뒤부터 보충수업 한다고 하노?”

 “몰라. 짜증 난다.”

 쥐똥이는 투덜댄다.

 나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보충수업이 필요 없는데 받으라고 한다.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당구장으로 향한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방학이라 사장님의 수업이 필요합니다.”

 나는 당구장 사장님한테 최대한 공손하게 인사한다.

 방학이라 보충수업이 필요하다.

 담임 선생님보다 더 존경하는 마음으로 인사한다.

 당구장이 제일 시원한 거 같다.

 “오호~병팔이 와 있었네? 철수는?”

 “몰라? 삐삐 남겨 놨다.”

 “안녕하세요. 충성”

 말이 끝나기 전에 까불면서 철수가 사장님 한테 경례하고 들어온다.

 “빨리 한판 치자. 오늘 저녁에 마산 가자.”

 “마산은 왜?”

 “너그 민호 형님 알제? 우리 한 해 위 행님!”

 “알지? 너그 집 옆에 살고 같이 예전에 오토바이 타고 그랬다 아이가?”

 나는 몇 번 같이 다닌 적 있다.

 “응 그 행님이 학교 때려치우고 작년에 마산 갔는데 이제 자리 좀 잡았다고 놀러 오라는데?”

 “그 형님 학교 관뒀나? 어쩐지 안 보이더라. 그래서 무슨 일 하는데? 호스트바? 아님 단란주점 삐끼?”

 똥우는 억수로 궁금한가 보다.

 “아 이 새끼 똥우야! 그 행님 그렇게 나쁘게 보지 마라. 착한 행님이다.”

 “그래서 어디 일하는데?”

 나는 똥우 대신 물어본다.

 “마산에서 제일 큰 나이트에서 웨이터 한다던데?”

 “하하하. 억수로 착한 행님이네.”

 우리는 철수 말에 크게 웃는다.

 “새끼들아 웨이터 아무나 못한다.”

 “알았다. 근데 가면 술하고 다 쏜다 카더나?”

 “그라면 당연한 거 아니가, 그 행님이 집 나갈 때 나한테 빚진 게 있다.”

 철수는 어깨를 한번 올렸다가 푼다.

 내가 이런 놈이다. 보여준다.

 

 “위위윙”

 “누구 집 탱크가 이리 시끄럽노?”

 “미안하다. 우리 집 탱크다.”

 나는 탱크 시동을 끄고 본다.

 ‘000ㅡ0000’

 “영희네”

 “뭐라고? 영희? 니 영희랑 만나나? 이 새끼 뭐고?”

 철수랑 병팔이가 나를 쳐다보면 물어본다.

 쥐똥이는 모르는 척한다.

 그래도 쥐똥이가 입이 무겁다.

 “여보세요. 응. 오늘? 오늘 저녁에? 일단 내가 다시 전화할게. 바로 연락 줄게.”

 큰일이다. 오늘 영희가 보잔다. 어쩌지 마산 가야 하는데?

 “영희가 뭐라는데?” 쥐똥이가 붙어서 물어본다.

 “오늘 저녁에 보자는데 어짜노?”

 “하하 잘 생각해라. 나 같으면 영희 만난다.”

호접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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