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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Sep 11. 2024

성스러운 사랑 17화

1-17화 새로운 시작과 사랑

 “아이씨~~ 놀래라. 왔으면 벨을 눌려라. 아침마다 니 때문에 놀래서 죽겠다.”

 매일 아침 쥐똥이는 대문 앞에서 나를 기다린다.

 “가자~ 니 있나?”

 “내 있다. 가자~”

 우리는 학교 가기 전 항상 골목 끝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운다.

 그리고 냄새를 없앤다.

 냄새에는 로즈마리 잎이 최고다.

 나의 친구 쥐똥이 매번 준비한다.

 “쥐똥아 벌써 5월이다. 참 빠르다.

5월은푸르구나~우리들은 자란다.”

 “신났네~ 진짜 벌써 5월이네. 근데 니 진짜 몸 회복력은 짱이다. 전 보다 살이 더 쪘다.”

 “그쟈. 나도 이놈의 몸이 신기하다.”

 진짜 살도 붙고 키가 이제 자라는 것 같다.

 남들 중학교 때 크는 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몰라보게 크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5개월이라는 긴 꿈에서 깨어나 일상으로 돌아왔다.     

 

 “일어나라. 어찌 니는 학교에서 눈떠 있는 걸 본 적이 없노! 집에 가자.”

 쥐똥이가 집에 가자고 깨운다.

 “안 된다. 내 오늘부터 야자 도망 안 갈 거다.”

 나는 가방에 책을 넣는다.

 “가방에 책은 왜 넣고 다니노?”

 “지는?”     

 

 “사장님 안녕하세요.”

 오늘도 나는 쥐똥이랑 사이좋게 당구장 문을 열고 들어간다.

 “오호~~ 병팔 벌써 마치고 왔소?”

 병팔이도 괜찮은 건지 괜찮은 척하는 건지 돌아왔다.

 우리는 모두가 예전이랑 똑같다.

 “큐대 잡아라. 맥주캔 내기 한 판 하자.”

 “쥐똥아. 겜돌이 부탁한다.”

 “옙! 맥주는 맛있게 먹겠습니다.”

 ‘땡그랑’ 당구장 문이 열리는데 철수가 온다. 말하지 않아도 학교 마치면 자연스럽게 모인다.

 “나도 치자~뭐 내기인데?”

 “맥주 내기, 그라면 편 묵고 치자. 내가 쥐똥이랑 먹을게. 너그 둘이 먹어라. 오케이?”

 “콜~~”

 “쥐똥아. 이기야 된다. 내 돈 없다. 알제?” 나는 쥐똥이에게 귓속말한다.

 쥐똥이는 씨익 쪼갠다.

 “살살 치라. 목숨 걸고 치나?”

 철수 새끼가 말로 자꾸 옆에서 겐세이(해방)놓는다.

 “근데 좀 있다가 선영이 온다는데 미자랑 밑에 ‘유노’에서 보기로 했다.”

 ‘삑’ 삑사리가 난다.

 “역시 아직 선영이가 보고 싶은 거제?”

 “아 이 새끼는 입으로 당구 친다니깐.”     

 “좋았어. 굿~~”

 쥐똥이와 하이파이브를 하면서 화장실로 손 씻으러 간다.

 “니가 그거 못 쳐서 진 거 아니가?”

 병팔이랑 철수는 구시렁거리면서 화장실로 따라온다.

 “미자하고 선영이 온다니깐 같이 가자.”

 철수는 나를 보면서 깐죽대며 말한다.

 그걸 또 병팔이가 받아 더 깐죽 된다.

 “선영이 엄마한테 들키면 맞아 죽을 긴데 괜찮겠나?”

 또 아픈 기억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뭐~ 죄짓나? 가자. 내는 맥주 얻어 마셔야겠다.”

 쥐똥이 새끼는 오직 맥주다.

 술도 제일 약하다.


 “안녕. 안녕”

 “잘 있었나?”

 선영이가 나를 보고 손을 흔든다.

 철수는 또 까분다.

 “이야 선영이 오래만이다. 근데 오늘은 엄마 안 오시제?”

 ‘퍽’ 아프겠다.

 “아프다. 가시나야.”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라. 1년이 지났다.”

 철수는 미자한테 뒤통수 한 대 맞고 조용하다.

 “근데 괜찮나? 학원 안 가고 이렇게 돌아다녀도?”

 나는 선영이를 쳐다본다.

 “괜찮다. 뭐 맞기밖에 더하겠나? 근데 니 그때 내 욕 억수로 많이 했제?”

 “니 욕할 게 뭐 있노? 괜찮다.”

 나는 애써 쿨한척한다.

 “우리 이번 여름방학 때 선영이 집 별장에 놀러 가자. 죽인다 카더라!”

 “우와 선영이 너그 별장도 있나? 집이 몇 채고 억수로 부자네.”

 쥐똥이는 부럽다는 눈으로 말한다.

 “몰랐나? 고깃집도 저그 거다. 가시나 이거 말 안 해서 그렇지. 재벌이다. 재벌!”

 미자는 쥐똥이랑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말을 한다.

 “재벌 집 딸이 왜 저놈 좋아하노? 하하하”

 “하하하. 맞다 맞다.”

 애들이 신났다.

 “근데 니 몸은 괜찮나? 많이 아팠다면서?”

 애들이 순간 내 눈치를 본다.

 뭔가를 아는 건지? 모르고 그냥 눈치 보는지 모르겠다.

 나는 병팔이를 쳐다봤다.

 병팔이는 고개를 돌린다.

 “괜찮다. 이제 다 나았다.”

 “내 오늘 일찍 들어가야 한다. 이거 주려고 온 거다.”

 “뭔데?”

 선영이는 1ㆍ5ℓ 페트병 2개를 준다.

 “곰탕이다. 뼈에 좋다 해서 푹 삶아서 가져왔다. 냄비에 부어서 끓어서 밥 말아먹어라. 그리고 이거는 영양제다. 뼈에 좋다 하더라.”

 “근데 이걸 니가 했나?”

 “그러면 엄마 보고 해달라고 하겠나?”

 “이야 부럽다. 미자야 나도 몸이 영 요즘 허약한 거 같다. 아침마다 일어나지를 않는다. 이놈이.”

 “그거는 니가 야동을 너무 많이 봐서 그렇다.”     


 “차돌~”

 나는 멀리서 봐도 보이는 차돌을 부른다.

 오랜만에 다섯 놈이 모였다.

 우리는 나란히 버스 맨 뒷좌석에 앉는다.

 오늘은 ㅇㅇ여고 축제다.

 “근데 그 학교에 아는 애 있나?”

 “그게 왜 중요하노 가서 꼬시야지? 내만 믿어라.”

 “아~ 네. 네. 철수님 믿습니다.”


 “야~ 입구 팜플렛 나눠주는 가시나 억수로 예쁜 거 같다?”

 “보이나? 미친놈!”

 “야 딱 보면 모르겠나? 나는 백 미터 떨어져도 안다.”

 철수는 자신 있게 앞장선다.

 “하하하 철수야 진짜 억수로 이쁘네? 역시 강여포다. 미자가 더 이쁜 것 같은데. 하하”

 우리는 철수를 발로 찬다.

 “이야 저 가시나 노래 진짜 잘하네”

 “니는 입에 가시나 좀 떼라. 너 때문에 오던 가시나도 안 오겠다.”

 철수랑 쥐똥이는 뭐가 웃기는지 신났다.

 공연을 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꽃 사세요.”

 여자애들이 잡는다. 줄 사람도 없는데, 나는 멋있게 장미 꽃다발을 산다.

 “미친놈아. 돈 아깝게 줄 사람도 없는데 왜 사노?”

 “똥우야! 니가 그래서 여자가 없는 거다. 항상 준비된 자만이 여자를 만날 수 있다.”

 좀 쪽팔리기는 하다.

 이걸 누굴 주노?

 뭐라 하면서 주노?

 “우리 이렇게 우르르 다닐 필요 있나? 2명 3명 다니자. 내가 쥐똥이랑 갈게.”

 쥐똥이가 나는 제일 편하다.

 “이야 애들 준비 진짜 많이 했네.”

 “관세음보살 반 한번 가보자.”

 불교 반도 있다.

 “됐다. 여기까지 와서 거기 왜 들어가노?”

 나는 쥐똥이 팔을 잡는다.

 근데 웃긴 게 그 옆에 기독교 반도 있다. 종교적 대통합인가?

 우린 아주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쥐똥아! 찾았다. 내가 구경하고 싶었던 반.”

 나는 쥐똥이를 끌고 간다.

 댄스반이다.

 “오오~~ 쥐똥아 입 다물어라.”

 “우와 저 애 몸매 죽인다. 그쟈?”

 “니는 몸매 억수로 보네?”

 몸매를 보는 것보다, 가슴을 보는 것 같다.

 

 “2부 때 다시 오자.”

 쥐똥이가 나가서 담배 한 대 피우고 오자 한다. 우리는 운동장 한쪽 구석으로 간다.

 “다음 곡은 이오공감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들려드리겠습니다.”

 방송으로 나오는 여자애 목소리가 너무 좋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낯설지가 않다.

 ♪힘들게 보낸 나의 하루에♬ ♪짧은 입맞춤을 해주던 사람♪♪~

 나는 쥐똥이를 끌고 간다.

 “방송반 찾아라.”

 방송반 창문 사이로 이쁜 애가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게 보인다.

 왠지 꽃다발을 사고 싶더라.

 

 “똥식아~ 밤에 어디 가노?”

 오늘도 밤 10시가 다 되어서 당구장에서 하교한다.

 학교로 등교하고 당구장에서 하교한다.

 동식이는 말자 막냇동생이다.

 “행님아~ 요즘 밤늦게까지 공부하는가 보네?”

 “열심히 해야지 대학 갈라면 근데 니 어디 가노?”

 “말자 누나 마중 간다. 엄마가 골목길 무섭다 캐서 버스정류장에서 말자 누나 내리면 같이 오라 캐서 내가 요즘 맨날 이리 나온다.”

 “맞나? 오늘은 행님이 데리고 갈게 니 집에 들어가라.”

 “진짜가? 행님아 고맙데이! 내는 그라면 간다.”

 나는 그렇게 말자를 기다리려 버스정류장으로 간다.     

 “이야~~ 이말자. 이쁜데? 교복이 이쁜데? 이제 학생답네.”

 나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리는 말자를 어깨동무한다.

 이제 키 높이가 바꿨다.

 말자가 큰 편이라 해도 내랑 한 뻠은 차이 난다.

 “오빠가 니 무서워할까 봐. 마중 나왔다 아이가?”

 “동식이는?”

 “동식이 대신 오빠가 온 게 불만이가? 동식이 집에 보냈다. 오랜만에 데이트나 할까?”

 “미친놈. 근데 니 왜 이렇게 느끼하고 능글능글 해졌노? 그때 충격에 뭔가 잘못된 거 아니가?”

 말자는 외고에 당당히 입학했다.

 중국어과에 입학했다.

 “가방 이리도~들어줄게, 학교는 다닐만하나? 애들 안 때리제? 애들 때리지 마라. 그 학교에서 짤리면 니는 잘못하면 동식이랑 고등학교 다닌다.”

 “니가 요즘 맞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 하제?”

 “뭔 책을 이리 많이 들고 다니노? 너그 학교는 사물함 없나?”

 째려본다.

 무섭다.

 “니 요즘도 가시나들 꼬실라고 돌아다니나?”

 “뭐라노 가시나야. 내가 그럴 시간이 어딨노? 이 오빠는 고2다. 니는 고1이고, 하하”

 ‘퍽’ 뒤통수 한 대 맞았다.

 “아프다. 가시나야? 근데 공부는 할 만하나?”

 “니 아직도 쪼그마한 가시나 선영이 만나나? 니 내가 이야기했다. 한 번 더 만나면 죽이뿐다고.”

 “무서버라. 가시나야 공부할 만하냐니깐? 이상한 소리 하고 지랄이야. 자~가방이나 가지고 올라가라.”

 나는 대문을 열고 말자 가방을 준다.

 “야! 삐삐 치면 마칠 때 이제 마중 좀 나온나?”

 “미쳤나! 잠이나 자라!”     

 

 나는 탱크만 매일 쳐다본다.

 나는 내 삐삐를 탱크라 부른다.

 억수로 크고 묵직하게 생긴 놈이다.

 애들은 작고 색깔도 다양하다.

 “위윙윙~~”

 탱크가 진동이 온다.

 ‘1004 100024’

 선영이다.

 ‘천사가 많이 사랑한다.’라는 뜻이란다.

 고맙지만 나는 다른 호출을 기다린다.

 그렇게 기다리던 삐삐는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


 “우와 덥다. 쥐똥아~시원한 캔맥주 내기 어떻노?”

 “오케이 가자.”

 열심히 집-학교-당구장을 다닌다.

 “토요일은 밤이 좋아~”

 쥐똥이랑 나는 토요일이라 신나게 노래 부르며 당구장으로 간다.

 “위위윙~~”

 탱크가 시동을 건다.

 ‘000-0000’ 모르는 번호다.

 “여보세요. 3300 호출하신 분...”

 무슨 커피숍이라 하는데 시끄럽다.

 “여보세요? 내 누군지 알겠나?”

백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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