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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Sep 06. 2024

성스러운 사랑 15화

1-15화 이룰 수 없는 사랑

 “일어나 봐라.”

 누가 발로 툭툭 치면서 나를 깨운다.

 ‘기절한 건가?’ 말자다.

 나는 거실에서 전화기를 들고 뻗은 거다.

 “야! 말자야? 니가 여기 왜? 언제 왔어? 어떻게?”

 “미치겠다. 니가 오라고 전화를 몇 통이나 했는지 아나?”

 “내가? 몇 시야?”

 “11시다.”

 선영이 집 전화하고, 말자한테도 전화 한 기억이 난다.

 ‘미치겠다. 술이 원수지.’ 두 시간이 지난 것 같다. 기억이 없다.

 “좀 나가자.”

 “어디를?”

 나는 술에 취해, 잠에 취해 몽롱하다.

 “어디 가는데?”

 “따라온나? 조심해라. 잡아줄까?”

 말자는 나를 부축해서 병팔이 집 옥상으로 내를 데리고 간다.

 매번 놀려 왔어도 한 번도 안 와봤다.

 평상도 있고 시원하고 너무 좋다.

 

 술이 확 깬다.

 언제 가져왔는지 말자가 캔맥주를 하나 준다.

 “언제 챙겼노?”

 “올 때 사 왔다.”

 “우와 억수로 좋네? 니 여기 어떻게 알았노?”

 “저기 옆에가 미자 집이다. 내 어릴 때 미자랑 단짝이었던 거 모르나? 너그들이 그래서 맨날 우리 둘이 다니면 ‘말미잘’ 하면서 놀리고 도망 다녔다 아이가?”

 “하하하 맞다. 맞다.”

 “야! 근데 니는 여자가 그렇게 좋나?”

 “뭔 소리고?”

 “내 다 알고 있다. 니 작년 겨울방학 때 독서실 다닐 때 맨날 혜영이 언니하고 만나는 거?”

 “니가 그걸 어찌 아노?”

 “맨날 골목에서 봤다. 그냥 모르는 척했다. 첫날부터 알았다. 니 병신이가? 이 동네에서 혜영이 언니 모르는 사람 있나?”

 나는 맥주를 딴다.

 “그라면 혜영이 언니만 만나지 왜 미팅이란 걸 해서 사고 나고 어이구, 그라고 그 쪼깨만 한 가시나가 뭐가 좋아서 그렇게 병원에서 난리 블루스를 추노? 안 쪽팔리나?”

 나는 아무 말도 못 한다.

 “니 입원하고 한 달쯤 됐나? 혜영이 언니 병실 왔었다. 나는 알아봤는데 혜영이 언니는 내 못 알아보고 내가 너 간호하는 거 보고 가더라.”

 ‘왜 이제 말하냐고’ 평상시 같으면 화를 내야 하는데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니 그거 아나?”

 “뭐?”

 “니 해바라기 알제? 해바라기가 일편단심으로 해만 바라보는 줄 알제?”

 “아이가?”

 “아이다. 해바라기는 다 크면 해를 등진다거나, 그리고 해를 피해 고개를 숙이는 경우도 있다. 어렸을 때는 영양분이 필요해서 해 쪽으로 줄기가 향하는 거란다.”

 “오호 니 똑똑하네. 근데 그게 왜?”

 “아이씨 머스마야, 그러니깐 일편단심 같은 거 없으니깐 니 좋다 할 때 잘해라고!”


 ‘공부를 따라갈 일이 없지. 공부했어야 따라가지.’ 아무것도 모른다. 1학기를 거의 통째로 날렸으니 안 그래도 못하는 공부가 점점 멀어진다. 그런데 어찌 노는 거는 이렇게 가까워지는지 학교 앞 당구장은 나의 독서실이 된다.

 당구장 사장님은 나의 수학 선생님이 된다.

 각도가 어떻고? 여기를 몇 프로 힘으로 치면 얼마만큼 된다.

 역시 사람은 공부해야 한다.

 나는 빠르게 공부해서 습득한다.

 매일 야자(야간자율학습) 땡땡이치고, 당구장으로 간다.

 말자는 외고 시험 준비를 한다.

 막내 누나가 일요일마다 과외를 해준다.

 말자는 몰라보게 달라졌다.

 누나 말로는 엄청나게 똑똑하고 잘 따라온다고 한다.

 괜히 하는 말이겠지.

 요즘 외국어 고등학교 어렵다고 하던데 가겠나 싶은 생각이 든다.     

 

 “우와 춥다. 올해는 왜 이리 빨리 추워지노?”

 “그러게 근데 원래 수능 칠 때 춥다.”

 쥐똥이랑 쭈그려 앉아서 담배를 피운다.

 “근데 말자는 언제 시험이고?”

 “몰라? 니가 물어봐라. 나는 지금 말자한테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아~ 네. 네... 담배 피우고 당구장 갈 시간은 있으시고.”

 “쥐똥아, 내 만 원만 빌려도?”

 “만 원? 뭐 하게 또 어느 가시나 만나러 가려고?”

 나는 병팔이 집으로 간다.

 아무도 없다.

 나는 골목 끝에서 기다린다.

 “누나야! 잘 지냈나?”

 “놀래라. 다리는 괜찮나? 맨날 시간이 안 맞아 전화하면 안 받고, 만나지도 못하고, 병원도 못 가보고, 미안하다.”

 “아니다. 내 누나 왔다가 간 거 알고 있다.”

 “니 내 봤나? 내는 누가 있어서 그냥 와 버렸는데 못 들어가고.”

 “그게 중요하나? 내일 시험이제? 자 누나 좋아하는 초콜릿 하고 시험 잘 보라고 떡 하고, 이거는 엿”

 “고맙다.”

 “누나야 누나는 아마 잘 칠 거야. 내가 플랜카드 준비할게.

 ‘축. 서울대학교 수석 합격 이혜영’ 어떻노?”

 “까불지 말고 요즘 오토바이 안 타제?”

 “안 탄다. 무섭다. 나도.”

 “그래 그라면 시험 끝나고 토요일에 우리 서면 나가자. 영화도 보고 밥도 먹고 하자.”

 “오케이 뽀뽀도 하고 그러자. 으흐흐”

 “뭐라노? 어이구. 빨리 집에 가라. 누가 보겠다.”

 “응! 누나 파이팅.”     

 

 “오늘 유난히 헝클어진 머리 너무나 맘에 안 들어 그녀가 직접 써준 전화번호” 가사도 기억 안 나는 노래를 나는 흥얼흥얼 한다.

 머리에는 무스를 바른다.

 아끼고 아끼던 청바지를 꺼내 입고, 하얀 운동화를 한 번 더 물걸레로 닦는다.

 ‘잘 생겼네. 좋았어. 가자.’

 ‘우와’ 나도 모르게 많은 사람 보고 감탄사가 나온다.

 수능이 끝나고 토요일이고 해서 그런가? 진짜 사람들 많다.

 나는 서면 영광도서 앞에서 까치발로 지하철역 출구만 바라보고 있다.

 나를 못 찾나?

 왜 안 오지?

 안 보이나?

 무슨 일 있나?

 나는 줄이 10명이 넘게 서 있는 공중전화부스 앞에 줄을 선다.

 ‘뚜~~~~ 뚜~~’ 안 받는다.

 나는 한 번 더 한다.

 ‘뚜~~~~’ 안 받는다.

 나는 다시 영광도서 정문부터 옆문 뒷문을 돌아본다.

 없다.

 왜 안 오지?

 무슨 일 있나?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든다.

 뭐라 말할 수 없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에이 오겠지. 30분만 더 기다려보자.’ 시계를 본다.

 까치발로 이리저리 보다가 아예 화단 위를 올라가서 누나를 찾아본다.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인다.

 ‘뭐지~~ 피곤해서 자나? 아니면 친구들하고 놀러 갔나? 약속은 항상 잘 지키는 누나인데 설마?’

 

 나는 1시간 30분을 기다리고 마지막으로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택시를 탄다.

 택시를 타면서도 자꾸 힐끔힐끔 주변을 본다.

 뭔지는 모르지만,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들면서 살짝살짝 소름 같은 게 몸에 돈다.

 ‘뭐지 이런 기분’ 나는 택시에 내린다.

 건널목을 건너기 위해 기다리는데

 “삐뽀 삐뽀~~”

 경찰차 2대가 불법 좌회전을 하면서 좁은 길을 속도 내서 올라간다.

 ‘뭐지?’ 뒤이어 구급차 한 대도 뒤따라 간다.

 나도 모르게 뛴다.

 나는 혜영이 누나 집으로 뛴다.

 ‘뭔 일이지 왜 저쪽 골목으로 들어가지? 아닐 거야?’ 구급차 한 대가 골목에서 나온다.

 바쁘게 간다.

 혜영이 누나 집 앞에는 경찰차 두 대가 주차되어 있다.

 동네 사람도 구시렁거리며 몰려있다.

 “잠시만요! 뭔 일입니까? 아! 잠시만요. 들어갈게요.”

 나는 대문을 막고 있는 경찰에게 고함을 지른다.

 “무슨 일입니까? 어떤 관계입니까?”

 누구랑 관계를 묻는지도 모르겠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

 나는 막고 있는 경찰을 억지로 풀고 들어가려 한다.

 병팔이가 보인다.

 “병호야!”

 병호는 넋이 빠진 채 걸어 나오다가 내 앞에서 주저앉는다.

 “병호야! 무슨 일이고? 뭐고? 말해봐라. 씨발아 말 좀 해봐라고.”

 나는 울먹이면서 병호를 흔든다.

 “혜영이 누나가... 혜영이 누나가...”

 “혜영이 누나가 왜? 왜?”

 “약 먹고 죽었다.”

 “뭐라고 뭐라고 누가? 왜? 무슨 약? 씨발놈아 똑바로 말해봐라.”

 “몰라~ 나도 모른다.”

 

 나는 주저앉는다.

 ‘아니야 살아있을 거야.’ 나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저씨 그 구급차 무슨 병원으로 갔어요?”

 나는 정신 차려야 한다.

 경찰을 붙잡고 물어본다.

 경찰은 이리저리 무전한다.

 “백병원으로 갔단다.”

 나는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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