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니왕 Sep 04. 2024

성스러운 사랑 14화

1-14화 놈팽이(짧은 사랑)

 선영이는 뒤돌아보더니 놀란다.

 “엄마? 너그 엄마?. 안. 녕....”

 선영이 엄마다.

 일어나서 인사하려는데 갑자기 뺨이 얼얼하다.

 “엄마 미쳤나? 왜 때리는데 엄마 왜이라는데?”

 “가시나야 조용히 안 하나? 이 놈팽이 같은 놈 때문에 그래서 학원도 안 가고 여기 도시락 사서 매일 왔나? 이 새끼 오늘 니 죽고 내 죽자.”

 “하지 말라고, 엄마 쫌 하지 말라고.”

 “조용히 안 하나? 매일 도시락사서 도서관 가서 공부하고 학원 간다 카더니 여기 와서 니가 이라고 있을 때가! 그래 오늘 한번 니도 저놈아도 한번 죽어 봐라. 마 그냥 다 죽어 뿌자.”

 “엄마~ 쫌 집에 가서 이야기하자. 왜 이라노? 진짜 여기 병원이다.”

 “가시나야 쪽팔리는 거는 알겠나? 저리 안 비끼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치볶음밥이 들어있는 밥통이 내 얼굴로 날라 온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김치볶음밥 밥알들이 팝콘처럼 침상 위에 퍼진다.

 “괜찮나? 어디 맞았노? 안 아프나?”

 선영이는 다가와서 울면서 더 이상 안 맞게 나를 안고는 엄마를 막는다.

 “안 비끼나? 가시나야 같이 맞을래?”

 선영이 엄마는 선영이를 잡아 밀쳐버린다.

 선영이는 힘없이 구석으로 밀려버린다.

 선영이는 다시 일어나서 엄마를 말려도 선영이 엄마는 선영이를 뿌리치고 쉴 새 없이 얼굴이며 몸이며 보이는 대로 때린다.

 막고 피할 수도 없다.

 팔에는 링거 꽂혀있고, 이제는 머리를 쥐어뜯는다.

 “이 놈팽이 새끼가 할 짓이 없어서 어린애 꼬셔서 이라고 있나? 이 새끼 죽어봐라.”

 “그. 게. 저도.”

 말할 기회를 안 준다.

 선영이는 말리다 주저앉아서 울기 시작한다.

 잠시 선영이 엄마는 숨을 고르더니 다시 무섭게 달려든다.

 얼굴부터 때리기 시작하더니 머리를 또 쥐어뜯는다.

 “니는 여동생도 없나. 이놈의 새끼가 어디 어린 우리 딸을 꼬시가...”

 이제는 들리지도 않는다.

 선영이는 계속 울기만 한다.

 “내가 우리 딸을 어찌 키웠는데....”

 머리카락을 잡고 이리 흔든다.

 점점 포기 상태다.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갑자기 병실 문이 다시 열린다.

 순간 정적이 흐른다.

 “이놈의 여편네가 미쳤나, 어디 귀한 우리 아들에게 손찌검이고?”

 말자 엄마다.

 말자 엄마는 상황 판단이 끝났는지 부웅 날라 들어와서 선영이 엄마의 머리카락을 잡더니 내동댕이친다.

 “오라~~ 잘 만났다. 니가 놈팽이 엄마가?”

 “놈팽이? 미쳤나? 이 여편네가 진짜 한번 죽어볼래?”

 “죽여봐라.”

 “그래 한번 니죽고 내 죽자.”

 말자 엄마 뒤로 말자, 말숙이, 쥐똥이가 서 있다.

 말숙이가 뛰어오더니,

 “우리 오빠, 오빠, 때리지 마라. 때리지 마라. 그러면 말숙이 화난다. 화난다.”

 말숙이가 무섭게 울면서 계속 같은 말 하니깐 다들 말숙이 말린다.

 “괜찮다. 말숙아 오빠 괜찮다.”

 “오빠. 오빠. 때리지 마라. 말숙이 말숙이 화난다.”

 말자가 뒤에서 힘으로 말숙이를 진정시키면서 꽈악 안는다.

 상황이 정리되는 것 같다.

 “가자. 가시나야! 한 번만 더 만나면 머리를 밀어 뿐다.”

 “내 나중에 다시 올게.”

 “오기는 어디와.”

 선영이는 머리를 잡혀가면서도 울먹이면서 말한다.

 “나중에 보자.”


 말자랑 쥐똥이는 개판이 된 병실을 정리한다.

 말자는 돈가스가 든 도시락을 쓰레기통에 집어던지면서 내 들으라고 욕을 한다.

 “미친놈~ 으아아~ 미친놈 아니가?”

 말자 엄마가 내쪽으로 다가와서는 이리저리 만져본다.

 “괜찮나? 안 아프나? 저 여편네 억수로 억세네.”

 “아줌마 죄송해요. 근데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세예?”

 조용히 듣던 말자가 한소리 한다.

 “내가 다 말할 거다. 저 가시나는 또 왜 왔는데?”

 내가 고개를 돌리니깐 말자는 쥐똥이를 째려본다.

 “야! 지동우~ 멀뚱멀뚱 쳐다보지 말고 내리 가서 간호사한테 이불하고 좀 받아 온나?”

 “알았다.”

 조금씩 정리가 다 되어가는 것 같다.

 말자는 분이 안 풀리는지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나를 째려본다.   ‘무슨 말을 하겠는가’ 나는 고개를 돌린다.

 “자~ 갈아입을 속옷하고 점심 도시락이다. 엄마! 우리는 가자.”

 “그래 가자. 밥 챙겨 먹고 있어라. 오늘 말숙이 상담받으러 가는 날이다.”

 “네!”

 “말숙이, 말숙이 금방 올게, 올게 있어 밥묵고 묵고.”

 “그래. 갔다 와. 말숙이 안녕.”

 말숙이는 병실 문을 나가면서 끝까지 손을 흔든다.     

 “하하. 야~~ 선영이 엄마도 대단하더라. 근데 아줌마가 더 멋있더라.”

 쥐똥이 깐죽 되면서 이야기한다.

 “봤나? 아줌마 그 큰 키에서 나오는 위압감! 붕 떠서 날라 가는데 나는 배구 선수가 스파이크하려고 붕 뜨는 것처럼 보이더라. 그라고 니가 얼마나 늙어 보였으면 하하 놈팽이란다. 미치겠다. 하하.”

 “조용히 해라.”

 내가 몇 달을 입원하다 보니 이발을 안 해서 머리 스타일이 고등학생이 아니다.

 “이야 이거는 사진을 찍던가? 어찌했어야 하는데.”

 쥐똥이는 웃으면서 병실을 나간다.

 “어디 가노?”

 “몰라~ 놈팽아~”


 병실이 조용하다.

 나는 아무 생각이 안 든다.

 ‘이게 무슨 막장 영화인가?’ 나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그냥 병실 천장만 쳐다본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쥐똥이가 검은 봉지를 흔들면서 들어온다.

 맥주하고 새우깡이다.

 “내 이거 몰래 들고 온다고 식겁했다.”

 “왜? 간호사 누나들이 째려보더나?”

 “응. 근데 먹어도 되나?”

 “한 캔 정도는 안 괜찮겠나?”

 “몰라 마셔라.”

 쥐똥이는 나를 안쓰럽게 본다.

 “그렇게 보지 마라. 쪽팔린다.”

 “부러버서 그란다. 씨발~”

 “근데 선영이 괜찮겠지? 엄마한테 많이 안 맞았겠제?”

 “선영이가 걱정되나? 놈팽이씨. 하기야 걱정해야 되겠다. 이걸 말자가 봤으니.”

 진짜 큰일이다.

 “맞네. 큰일이다. 니 나중에 철수한테 들러서 미자한테 전해라 카라. 한동안 말자 전화도 받지 말고, 피해 다니라고. 잡히면 아마 오미자부터 죽을 거 같다.”                    



 “야~쥐똥아 이거 좀 들어라.”

 “병팔아~ 니는 이불하고 베개 좀 싸라.”

 드디어 퇴원이다.

 방학을 3일 남겨두고, 퇴원이다.

 목발 짚고 쩔뚝거리며 병원을 나온다.

 그래 봐야 1주일 한 번씩 진료받으러 와야 한다.

 “짐 갖다 놓고 5시까지 우리 집으로 온나. 엄마, 아빠 시골 갔다 오늘 다 모여서 인생 이야기 좀 하자. 하하”

 “너그 부모님 또 시골 갔나?”

 “응, 요즘 자주 간다. 할배가 몸이 좀 안 좋아서 아빠가 할 게 많다고 하더라.”

 나는 혜영이 누나와의 그날이 생각이 난다.

 입꼬리가 나도 모르게 씨익 올라간다.

 “이 새끼는 선영이 엄마한테 그렇게 얻어맞고도 술 먹는다는 생각 하니깐 좋은가 보다. 쪼개는 거 봐라.”

 병팔이가 비꼰다.     

 “철수는 왜 이리 안 오노?”

 “올기다. 차돌이는 이번에 전국체전 때문에 합숙 들어가서 못 온다 하더라.”

 “술은?”

 “철수가 술 가져온단다.”

 쥐똥이 이놈 완전히 술꾼이 된 것 같다.

 술부터 찾는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철수를 기다린다.

 “병팔아! 놀자. 이 형님이 왔다.”

 까부는 거 보니 철수가 왔나 보다.

 “야~살아있네? 똥 상고 애들한테 맞아 뒤졌는 줄 알았네?”

 “아, 이 새끼 봐라. 환자가 시비를 거네 한 판 할까?”

 “잘 지냈나?”

 

 철수 뒤에서 미자가 인사한다.

 “야~ 오~~미자! 니가 왜?”

 “병팔이가 와도 된다 캐서 같이 왔다.”

 철수가 대변한다.

 “철수 이 새끼는 눈치가 없노? 오~미자를 보면 점마가 선영이 생각나겠나? 안 나겠나?”

 쥐똥이 나를 위해주는 척하면서 한 방 먹인다.

 “됐다 술이나 꺼내라. 근데 미자 너그 집 바로 옆 아니가?”

 “맞다. 쪼매만 있다가 갈게. 니 선영이 안 보고 싶나? 가시나 외출 금지다고 하더라. 학교나 가면 보겠다. 그라고 니 바람피우는지 잘 지켜봐라 하던데.”

 “됐다 캐라. 휴~아직도 머리가 띵하게 아프다.”

 말은 이렇게 해도 보고 싶다.

 “퇴원 축하한다.”

 “그랴 한잔하자.”

 우리는 술맛도 모르면서 무조건 부어 넣는다, 많이 먹으면 잘 먹는 거다.

 “이야! 오~~미자 니 술 억수로 잘 묵네. 님이 짱입니다.”

 쥐똥이랑 병팔이는 뻗었다.

 “야! 근데 너그 둘이 안 지겹냐?”

 “지겨울 거는 뭐꼬? 우리는 서로 일편단심이다.”

 “니 일편단심 뜻은 알고 씨부리나?”

 “야! 니 왜 우리 철수한테 그라는데? 철수가 좀 공부는 못해도 그라지 마라.”

 “하하 네네. 알겠습니다. 근데 일편단심이라는 놈이 맨날 미팅하나?”

 “야. 강철수 니 미팅했나?”

 미자가 철수를 꼬집는다.

 “야~미자야. 가시나야 니가 미팅시켜줬다 아이가?”

 나는 둘을 진정시킨다.

 “그때 말고는 안 했나?”

 “나야 모르지? 그길로 병원 갔으니.”

 둘은 너무 잘 맞는 거 같다.

 “안주 좀 먹어라. 아~~”

 “아~맛있다. 미자야~”

 “니 한 번만 더 미팅하면 죽이 삔다.”

 “안 했다. 안 했다고.”

 둘이서 신이 났다.     

 “야! 니는 그러면 안 된다. 선영이가 얼마나 순진하고 착한데, 아마 미팅도 그때 처음 한 거다. 우리 선영이 으아아 앙”

 “가시나 울고 지랄이고 어쩌라고 나도 어쩔 수 없잖아. 지금은”

 “그라고 니 말자한테도 그라면 안 된다. 이 나쁜 놈아! 으앙 말자야 말... 자야”

 발음도 안 되고 횡설수설에 울고 처음같이 먹었다,

 다시는 먹고 싶지 않다.

 “미자 술 취했나 보다. 데려다주라.”

 “알았다. 니 있어라. 내 금방 갔다 올게.”

 철수는 미자를 데려다준다고 나간다,

 

 나는 혼자 한잔한다.

 나는 쩔뚝거리면서 혜영이 누나 방에 들어간다.

 혜영이 누나 향기가 난다.

 좋다.

 누나 책상 앞에 적힌 글들을 읽어본다.

 ‘할수있다.’

 ‘가자. 갈 수 있다. 서울대학교.’ 무섭다.

 잘하는 줄은 알았는데 서울대학교라니 나는 돌아와서 혼자 한잔한다.

 비참해지는 것 같다.

 초라해지는 것 같다.

 ‘안 되는 건가?’ 누나가 대학 가면 내 같은 꼴통 고삐리가 보이겠나? 온갖 생각에 잠긴다. 혼자 한잔 두 잔 한다.

 자책도 잠깐이다.

 술에 취하다 보니, 자책보다 외로움인지 그리움인지 모를 뭔가가 꿈틀거린다.

 선영이 생각이 난다.

 나는 용기 내서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뚜뚜’ 나는 끊어버린다.

 ‘선영이 아버지인가? 오빠인가?’ 나는 또 한잔한다.

 5분쯤 지났을까? 나는 다시 전화한다.

 “여보세요.” 또 그냥 끊어버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다.

 다시 전화기를 든다.

 “여보세요.”

 “야! 니 어디고? 퇴원했으면 집으로 안 오고 어디 갔노?”

 “나? 병팔이 집이지롱”

 “니 술 묵었나?”

 “몰라.”

 “미치겠다. 술을 얼마나 마셨노?”

 “근데 니 내 좋나?”

 “뚜뚜뚜”

 전화를 끊어 버린다.

 철수 이놈도 안 온다.     

 

 “일어나 봐라.”

 누가 발로 툭툭 치면서 나를 깨운다.

나팔꽃


이전 13화 성스러운 사랑 13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