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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Sep 03. 2024

성스러운 사랑 13화

1-13화 매혹(속삭임)

 선영이는 내가 누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

 “근데 선영아~ 니 내 뭘 믿고 이렇게 같이 누워 있노? 내가 니 잡아 묵으면 어쩔라고 그라노?”

 “뭘 잡아 묵어? 말 좀 이쁘게 해라 잡아 묵는다가 뭐꼬? 무식하게 양아치 같다 아이가?”

 “그러면 뭐라 할꼬?”

 “사랑한다고 해라. 사랑하면 어쩔라고 그라노? 이렇게 말해봐라. 히히 사랑하면 받아 줄게.”

 “무슨 사랑? 쪽팔리게 때리 치아라.

 “말해봐라. 내가 사랑하면 어쩔 기고 이렇게.”

 말자 하고는 다르게 선영이는 아담하고 말도 귀엽게 한다.

 “니~ 내가 이렇게 병원에 찾아오고 집에도 안 가고 같이 누워 있다고 내를 날라리로 보는 거 아니제?”

 “그렇게 안 본다. 왜? 니 날라리가?”

 “뭐라노~ 내가 얼마나 착하고, 조신하고, 얌전한데 미팅도 처음 해봤고 남자도 처음 만나서 그때 뽀뽀게임해서 처음으로 뽀뽀한 거다. 니는 까져서 6학년 때 첫사랑이랑 뽀뽀하고 그랬다면서.”

 “뭔 소리야? 누가? 내가? 아니다.”

 “미자한테 다 들었다. 내가 뭐 아무것도 안 알아보고 니 만나는 줄 아나? 다 물어봤다. 니에 대해서 미자하고 철수가 다 말했거든”

 “뭔 소리하노? 첫사랑이 누군데?”

 “교회 다니는 가시나 있었다면서, 니가 좋아서 쫓아다니고 짝지도 하고 교회에서 뽀뽀도 하고 난리였다면서”

 “누구? 영희?”

 “아직도 못 잊었나 보네? 바로 이름이 나오는 거 보니깐 못 잊었네.”

 어이가 없다.

 미자 이 가시나를 교육 좀 시켜야겠다.

 철수 놈이 아마 더 까불면서 이야기했을 것이다.

 “니~영흰가? 그 가시나 못 잊어서 말자하고는 안 사귀는 거라면서? 맞나?”

 “뭔 소리하노? 영희하고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거든, 짝지 한번 했다. 그라고 말자는.....”

 아무도 혜영이 누나의 존재를 모르니 무슨 말을 못 하겠다.


 다시 둘 다 어색하다.

 병원 침대에 다시 나란히 자세를 잡고 눕는다.

 잘 수가 없다.

 선영이는 작은 몸을 내 쪽으로 파고 들어와 안긴다.

 “내 모든 게 다 처음이다. 사실 엄청 떨린다. 미자가 그러는데 그래도 니가 의리 있고 남자답고 착하다고 말하더라. 그 말 듣고 니가 더 좋아졌다. 근데 니 거짓말하고 바람피우고 그러면 안 된데.”

 내 환자복 틈 사이가 점점 벌어진다.

 단추가 자연스럽게 풀린다.

 그 틈 사이로 선영이의 얼굴이 파고든다.

 선영이가 숨을 쉴 때마다 전율이 나의 가슴을 타고 온몸에 흐른다.

 그 전율이 머리에 닿으니 흥분이 용기를 만든다.

 나는 가슴에 안긴 선영이의 머리를 만진다.

 그리고 이마에 살짝 입을 가져간다.

 가까이 갈수록 혜영이 누나의 상큼한 샴푸 향도 아니고, 말자의 익숙한 비누 향도 아닌 아기들의 분 냄새 같은 향기가 매혹적으로 나의 코를 자극한다.

 분 냄새가 이렇게 매혹적인지 몰랐다.

 나는 선영이의 눈을 조심스럽게 나의 눈과 눈높이를 맞춘다.

 내 입술은 선영이 입술을 감싼다.

 선영이의 떨림이 너무 좋다.

 나의 오른팔은 선영이의 베개가 되어 나를 향하게 하고 입술을 떼지 않는다.

 나는 선영이의 온몸을 더듬는다.

 선영이는 내손이 움직일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몸을 떤다.

 귀엽고 아담한 선영이 몸은 정말 이쁘다는 것이 내 손으로 느껴진다.

 나는 다시 최대한 부드럽게 온몸을 더듬는다.

 부드럽고 탐스럽다.

 나는 내 몸이 빳빳해지는 걸 느낀다.

 선영이는 눈을 감는다.

 선영이의 몸이 바들바들 떨 때마다 나오는 얕은 신음과 입김은 나의 입안으로 그대로 전달된다.

 그 신음은 '사랑해' 이렇게 속삭이는 거 같다.

 그 속삭임에 나는 선영이의 몸을 포개려 한다.

 “아야~”

 순간 나도 모르게 고통의 신음이 나온다.

 나는 깁스가 된 내 다리를 본다.

 나는 환자다.

 선영이와 나는 피식 웃는다.

 “우리 니 다리 괜찮아지면 그때 이쁘게 사랑하자.”

 나는 대답 대신 선영이의 입술을 다시 감싼다.

 다시 선영이는 내 가슴속으로 내려와 내 가슴에 안긴다.

 작은 숨소리가 내 가슴을 타고 와서 내 귀에 ‘사랑해’라고 속삭이는 거 같다.

 밤새 껴안고 그 속삭임을 듣다 나도 모르게 잠든다.     


 “주사 맞자~~ 바지 내리 세옹. 바지 내리라고!”

 간호사 누나의 앙칼진 목소리에 눈을 뜬다.

 나는 얼떨결에 엉덩이를 깐다,

 “찰싹~누가 병원에서 맥주 먹으래!”

 “아파요~냉장고에 한 캔 남았는데..”

 말도 끝나기 전에 간호사 누나는 냉장고에서 꺼내 간다.

 “땡큐~~”

 정신 차려 본다.

 선영이는 언제 갔지?

 이리저리 둘러본다.

 “나 너 잠든 거 보고 일찍 간다. 고마워. 그리고 우리 이쁘게 만나자. 오늘부터 1일 하자. 그리고 점심 먹지 말고 기다려.”

 나는 침대 옆에 놓인 쪽지를 보고는 다시 눕는다.

 잠깐 누워있다가 나는 벌떡 일어나서 목발을 짚고 1층 공중전화 부스에 내려간다.

 “니 돌아다니지 마라 그라다 넘어지면 큰일 난다.”

 “네~ 안 돌아다녀요.”

 맥주 한 캔 들고 간 간호사 누나가 억수로 친절하게 말한다.

 아마도 벌써 한 캔 다 마셨는지 모른다.

 “여보세요.”

 “어~ 병팔아 내다. 니 혼자 있나? 아무도 없나?”

 “그라면 내 혼자 있지? 누구랑 있노?”

 “니 나중에 병원에 올거제? 올 때 슬럼덩크 1편부터 다 들고 온나? 내 심심하다.”

 “알았다. 더 필요한 거는 없나?”

 “없다. 나중에 보자.”

 오늘도 혜영이 누나는 안 왔나 보다.


 선영이는 도시락통을 흔들며 들어온다.

 병실 주변을 힐끔힐끔 보더니 아무도 없는 걸 보고는 뽀뽀를 한다.

 “와 이라노?”

 “뭐 어때? 아무도 없는데?”

 도시락을 하나씩 꺼낸다.

 무슨 출장 뷔페를 부른 것 같다.

 “이야 맛있다.”

 “맛있나? 천천히 묵어라.”

 “진짜 맛있다. 이 불고기도 네가 했나? 근데 이 소고기는 어디서 낫노?”

 “니 몰랐나? 우리 집 ‘ㅇㅇ정’ 이잖아.”

 “맞나. 거기 삼거리에 있는 거?”

 “응. 천천히 묵어라.”

 “잡채도 니가 했나? 니 이런 것도 할 줄 아나?”

 “그러면 누가 해주노? 왜 맛없나?”

 “아니 맛있다. 근데 니 학원 안 가도 되나? 오늘부터 학원 간다 안 했나?”

 “안 그래도 오늘은 가야 한다. 니 다 먹으면 갈 거다.”

 “도시락 줄라고 온 거가? 괜찮은데 미안하게끔.”


 다음날도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병실 문이 열린다.

 “짜잔 오늘은 김밥이지롱. 니 김밥 좋아한다며 있어 봐! 내 컵라면에 물 받아올게. 김밥은 컵라면이 먹어야 맛있지.”

 컵라면을 들고나가는 줄 알았는데 다가오더니 뽀뽀하고는 다시 나간다.

 “이야 김밥 진짜 맛있다. 이것도 니가 만든 거 맞나?”

 “응~ 맛있나? 내 요리 잘한다. 니 배는 안 굶길게. 히히.”

 자기가 말하고도 어색한가 보다.

 누가 뺏어 먹는 것도 아닌데 두 개씩 꾸역꾸역 집어넣는다.

 병실 문이 빼꼼하게 열린다.

 쥐똥이 두리번거리면서 들어온다.

 “니는 그냥 오면 되지 꼭 누가 쥐똥 아니라 할까 봐, 쥐새끼처럼 들어오노?”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김밥을 손으로 입에 넣는다.

 “니는 언제 왔노? 병원에 살림 차렸나?”

 “뭐라노 그만 처먹어라.”

 나는 쥐똥이 손을 치면서 째려본다.

 “네네! 니는 전생에 나라 구했나? 저기 병원에서는 말자가 똥 닦아줘! 여기서는 선영이가 밥 해줘. 부럽사옵니다.”

 말자 이름을 듣더니 선영이는 나를 힐끔 본다.

 근데 기분이 이상하다.

 죄책감이 드는 것 같다.

 갑자기 시무룩해진다.

 “그게 문제가 아니고, 니는 못 들었제.”

 “뭘? 이 새끼는 꼭 말을 뜸 들이노?”

 “철수도 병원에 입원했다.”

 “왜? 오토바이 사고 났나?”

 “그게 아니고 똥 상고 학교 애들한테 쳐 발렸단다.”

 “똥 상고? 근데 철수가 맞고 입원할 정도로 쳐 발리지는 않을 텐데?”

 나랑 선영이는 쥐똥이를 쳐다본다.

 쥐똥이는 김밥 두 개를 입에 넣더니 뜸 들이며 말한다.

 “그게 3명한테 발렸단다. 다구리 당하다가 의자를 들어서 한 놈 대가리를 찍었단다. 그래서 똥 상고 한 놈은 대가리 터지고 철수는 갈비뼈 나가고 팔 뿌싸지고. 경찰 조사도 받고 난리도 아닌가 보던데.”

 “진짜가? 근데 똥상 애들이 철수 왜 발랐는데?”

 “그거는 모르겠고, 그래서 지금 병팔이하고 차돌이가 똥상 애들 잡으러 갔다.”

 “깡패가 잡으러 가게. 근데 니는 왜 안 갔노?”

 “몰라. 병팔이가 내보고는 니한테 가 있으라고 해서 왔다.”

 병팔이를 이해한다.

 쥐똥이는 짐만 될 수 있다.

 그런데 차돌이가 걱정이다.

 운동하는 놈이라 잘못되면 안 되는데. 병팔이 새끼가 무슨 생각이 있겠지.

 “니는 이제 싸우지 마라.”

 선영이가 이야기한다.

 그걸 쥐똥이가 들었는지 신났다.

 “하하 이 새끼 병원에 있는 게 다행일 거다. 아니면 오늘 일 났을 거다.”

 “뭔 개소리고 김밥이나 쳐드시라.”

 “뭔 일 없겠제?”

 선영이도 걱정이 되는지 나를 멀뚱멀뚱 쳐다본다.

 선영이는 학원 마칠 시간 맞춰서 집으로 갔다.


 “괜찮나?”

 “어. 왔나 어찌 됐노?”

 병팔이와 차돌이가 저녁 즈음 병원으로 왔다.

 “쥐똥이는 갔나?”

 “응 아까 갔다. 그래 똥 상고 애들 만났나?”

 “별일 아니던데 크게 싸운 것도 아니고 그냥 이야기하고 왔다.”

 “철수는 괜찮나? 가봤나? 쥐똥이 말로는 갈비뼈하고 박살이. 났다 카더만.”

 “아이다. 갈비뼈는 무슨 쥐똥이 그 새끼는 오버하는 거는 알아줘야 한다. 그냥 팔 좀 삐고 갈비뼈는 멀쩡하다.”

 “근데 왜 병원에 있노?”

 “몰라 철수 아빠가 보험 때문인지 자세히는 모른다. 근데 철수랑 미자하고 사귀나? 어울리더라.”

 “왜? 병원에 같이 있더나?”

 “응 밥을 갖다 바치던데, 아~ 해봐 하면서 내가 웃겨서 못 있겠더라.”

 “하여튼 철수 그 새끼는 여포다.”

 순진한 차돌이가 나를 쳐다본다.

 “여포가 뭐꼬?”

 “여자 보는 눈 포기한 놈.”

 한참을 웃는다.

 “병팔아! 근데 너그 누나 왔나?”

 “누구? 혜영이 누나?”

 “응. 방학이라 또 와서 독서실 다니나 해서? 내 작년에 같이 다녔다 아이가?”

 “아 이 새끼 뭐지 니 우리 누나 좋아하나? 니도 여포가? 이번에는 안 온다 카던데! 학교에서 방학 때 보충수업에 하여튼 시험 칠 때까지 잡아놓는가 보더라. 니도 안다 아이가 그 학교 빡세게 시키는 거.”

 “아~그래.”

 금방까지 선영이랑 손잡고 뽀뽀도 하고 그랬는데 병팔이 보니깐 혜영이 누나 생각나고 궁금하고, 이건 무슨 놈의 감정인지, 내가 생각해도 참 못 쓸 놈인 것 같다.

 “근데 차돌아. 니 시합 언제고?”

 “니는 신경 끄라. 니 몸이나 추스르라. 그라고 새끼야 병원에 드러누워서 똘똘이만 만지지 말고 영어 단어나 좀 외워라.”

 “미친놈 니가 내한테 할 말은 아니자노.”


 “밥 먹자.”

 선영이는 오늘도 도시락을 흔들면서 들어온다.

 점심시간 딱 맞춰서 들어온다.

 오늘은 더 귀엽다.

 선영이랑 있으면 그냥 다 잊는 것 같고 좋다,

 “오늘은 김치볶음밥에 돈가스입니다.”

 “와우~~ 대단한데 이것도 니가 했나?”

 “당연하지. 맛있는지 먹어봐라.”

 “먹어볼까? 잘 먹겠습니다.”

 자세를 바로잡고 나무젓가락을 떼서 이쁘게 비비는데 병실 문이 빼꼼 열린다.

 “엄마.. 엄마가 어떻게 여기..”

백화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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