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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Oct 04. 2024

성스러운 사랑 27화

1-27화 다짐

 “선생님! 저 진로상담 좀 하겠습니다.”

 “무슨 진로? 누구 진로? 니? 니 진로?”

 “네. 제 진로를 상담하지 누구 진로 합니까?”

 “알았다. 눈깔 깔아라. 샘을 잡아 묵을라 카네. 해봐라. 진로? 하하하~ 알았다. 알았다 안 할게. 보자 우리 반장이 3학년 올라올 때 몇 등 했는지?”

 “54등요.”

 “히야~~맞네. 54등 대단하다. 56명에 54등 니 설마 4년제 대학 진로 고민하나?”

 “네”

 “히야~ 역시 반장답다. 용기가 멋지다. 근데 4년제는 못 간다.어느 지방대학교도 못 간다. 전문대는 저기 촌구석에 처박힌 데는 갈 수 있다. 진로상담 끝.”

 “선생님 그게 아니고요, 주호 있다 아입니까?”

 “그래. 주호가 왜?”

 “주호 그놈아 체대 학원 다닌다카데예. 태권도 단증 있고 그라면 내신 쪼매만 받으면 괜찮은 대학교 갈 수 있다 하던데요?”

 “인마야. 주호는 공부도 그 정도면 괜찮은 거고, 니 성적으로는 단증 100단이라도 대학 못 간다. 그라고 실기 그거 쉬운 게 아니다.”

 “그러니깐요. 저도 체대 학원 다닐까 합니다.”

 “아놔~~ 꼴통 이거 이제 알겠다. 니 지금 야자 하기 싫어서 이라제?”

 “아! 진짜 아닙니다. 대학갈라고예”

 선생님은 내 얼굴을 아래위로 다시 쳐다본다.

 그리고는 책상 서랍에서 똥 종이 한 장을 꺼내주신다.

 “자~~ 여기 사유란에 사유 적고, 부모님 사인 도장 찍어서 내일 가지고 와, 한번 믿어본다.”

 “네. 가보겠습니다.”

 “야~ 꼴통~ 단증도 단증인데 시상을 해야 해. 아무 대회라도 나가서 뭐라도 따와라.”

 “네, 알겠습니다.”     

 

 “맞나? 씨발~ 좋겠다. 나도 체대 간다 할까?”

 “됐다. 새끼야~ 근데 똥우야? 니 3학년 올라올 때 반에서 몇 등 했노?”

 “내? 묻지 마라. 새끼야 쪽 빨린다.”

 “뭐 어떻노?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

 “내 33등인가? 32등인가? 니는?”

 “몰라. 새끼야. 들어가라. 내일 아침에 보자.”     

 

 얼마 만에 책상에 앉아보는지 모르겠다.

 나는 아무 노트나 꺼내서 적는다.

 ‘아~ 얼마나 공부를 안 했으면 쥐똥보다 못하노? 쥐똥이 새끼 중학교 때는 쨉도 안됐는데. 아~ 씨발 쪽팔리라. 공부 좀 하자.’

 “밥 묵거라.”

 “가시나야~ 노크 좀 해라.”

 나는 괜히 말자한테 짜증 낸다.

 “아버지. 여기 싸인 좀 해주세요.”

 “뭔데? 니 또 무슨 사고 쳤나?”

 옆에 있던 말자가 뺏더니 읽는다.

 “체대학원 및 체육관을 다니기 위해 야간 자율학습을 할 수 없습니다. 이게 뭐꼬? 니 별짓을 다한다.”

 “아니다. 가시나야. 진짜 대학 가려고 운동해가지고, 체육학과 가려고 그란다.”

 아버지가 다시 차근차근 읽는다.

 “도장 가져온나?”

 “네.”

 아버지는 두말 안 하시고 도장을 찍어주신다.

 “아버지~그거 학원비 비쌉니다. 그라고 운동 실기만 잘한다고 못가예. 그래도 웬만한 대학은 반에서 중간은 해야지 갑니다.”

 말자 가시나가 자꾸 끼어든다.

 말자는 아버지라 불렀다가 아저씨라 불렀다가 지 마음대로다.

 “안다. 가시나야 나도 안다. 내 그래서 공부할 기다. 봐라.”

 “하하하~~지나가는 개가 똥을 안 싼다캐라.”

 “조용히 해라. 가시나야.”     

 그렇게 나는 체대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다들 각자의 생활로 바빴다.

 쥐똥이도 마음을 독하게 먹었는지 열심히 공부한다.

 야자도 도망 안 치고, 끝나면 독서실에서 만난다.

 나는 월, 수요일은 체대학원가고, 화, 목, 금은 막내 삼촌 태권도장을 간다.

 내가 뛰어다니기 시작할때 부터 중학교때까지는 다닌 도장이다.

 국민학교때는 태권도 도장 츄리닝만 사시사철 입었다.

 덕분에 체육에는 관심도 없는데, 선생님은 츄리닝만 입고 다니는 모습보고 줄곧 체육부장을 시켰다.

 고등학교 올라와서 뭔가를 이렇게 열싱히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까지라도 해야 살 것 같다.

 가만히 있으면 서울까지 어떻게든 찾으려 다녔을것 같다.

 그러다 지치면 울고 했을거다.

 그렇게 나는 내 방식대로 기다린다.

 “삼촌! 근데 작은 대회 같은거 없나?”

 “무슨 소리고? 무슨 대회?”

 “아니~ 태권도 시합같은거 있을거 아니가 전국대회 그런거

아니면 부산시 대회 그런거?”

 “와? 대회 나갈라고 꿈깨라. 1회전탈락이다. 그라고 니 살을 빼던가? 찌우던가? 니 체급이 애들 제일 많다. 잘하는 애들 쌔삣다.”

 “맞나? 어짜노?”

 “일단 몸 부터 만들어라.다음달 부산회장배 있을기다. 거기는 고등부 운동부애들은 안나온다. 체육관 소속만 나온다.”

 “오케이”     

 

 “일어나라. 새끼야. 독서실에 오자마자 잤는가보네. 침봐라.”

 “언제왔노?”

 나는 운동 끝내고 독서실에 왔다.

 쥐똥이는 야자 마치고와서 피곤했는지 자고 있다.

 “똥우야~ 나가자. 컵라면 하나묵자.”

 “그라자.”

 우리는 독서실앞에 편의점에 자리잡았다.

 “운동은 잘되나? 니 근데 공부 억수로 열심히 하는가 보더라. 아까 니책상에 있는 연습장 보니 빽빽하게 영어단어도 외운 흔적있고, 문제집도 제법 풀었더라.”

 “똥우야. 이행님이 누고? 한다면 한다. 그라고 새끼야 중학교때 내 공부잘한거 잊었나?”

 “아. 네네. 어찌 잊겠사옵니까? 고등학교 와서 여자만 안 밝히고 안 만나서도 지금 이라고 있지 않을건데. 하하하.”

 “거기서 그 말이 왜나오노?”

 “니 마산에 누나는 연락안하나?”

 “안한다. 그때 이후로 안했다. 이야기했다. 근데 이 새끼 잊고 있었는데 말 꺼내고 지랄이네.”

 “미안타. 하나만 더 물어보자. 영희는?”

 “니 오늘 죽어보자.”

 영희는 먼저 대학가서 보자고 연락이 왔었다.

 나는 당연히 '그러자' 하고는 연락을 끊었다.


 새벽 5시가 되면 독서실 문을 열어준다.

 12시30분에 문을 잠그고 5시반에 열어준다.

 그사이에는 집에 가고 싶어도 못간다.

 독서실이 집인거다.

 이불하고 배게는 기본이다.

 “이야~ 오늘은 상쾌하다. 맞제?”

 “몰라. 니는 어제 많이 잤으니 상쾌하지.”

 “맞나? 니 내 잘때 같이 안잤나? 일단 씻고 밥묵고 보자.”

 “그래. 들어가라.”

 이렇게 우리는 집에 오면 씻고 밥 묵고 다시 학교를 간다.

 그러니 학교가면 병든 닭이 되는거다.     

 

 “똥우야~ 잘쳤나?”

 “대충 쳤다. 니는?”

 “내야 찍었지.”

 “시험도 끝났는데 오늘 병팔이하고 차돌이 불러서 맥주 한잔 하자.”

 “안된다. 내 일요일 시합있다. 말 안 했나?”

 “아~ 맞다. 부산협회무슨대회라 캤노?”

 “그거는 알 필요 없다. 니 애들 한테 말하면 죽이뿐다. 그라고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응원 오고 그라면 알제?”

 “몰라~ 새끼야! 금메달 따라. 하하하”

 “내 바로 도장간다. 니는 독서실 가서 공부해라. 학기말 시험대비비 공부해라.”

 “미친놈 아니가. 나는 서울대 안 갈거다. 가서 운동이나 해라. 당구장 가서 병팔이한테 삐삐나 치봐야겠다.”

 그렇게 똥우는 똥우대로 가고, 나는 체육관으로 간다.

 ‘이게 맞겠지. 선택 잘한거지.’속으로 몇 번을 내 자신에게 물어본다.

 체육관에 오면 제일 먼저하는게 전화기 앞에 앉아 선영이한테 삐삐친다.

 “없는번호이니.....”아직도 친절하게 없는 번호라고 가르쳐준다.

 벌써 몇개월째다.

 ‘기다려보자. 연락오겠지.’     

 

 “잘들어라. 덤벼드면 안된다. 치고 들어오면 빠지면서 치고 붙고. 좀 비겁해도 그렇게 안하면 진다. 알았나? 삼촌 말 들어라.”

 “알았다.”

 “친구야~ 파이팅~ 이기자. 죽이뿌라. 파이팅.”

 고함 소리가 들린다.

 ‘아~ 씨발 쪽팔리라.’ 쥐똥이 새끼가 다 연락했는가보다.

 차돌이, 병팔이, 빨간머리한 철수까지 왔다.

 미자, 말자도 왔다.

 “차렷. 경례, 준비, 시작”

 나는 가볍게 스텝을 밟는다.

 상대방 새끼가 얄미운 기합소리를 내면서 발을 살살 내민다.

 그러다 갑자기 얼굴쪽으로 발이 날라와 찍기를 하는 거다.

 안면을 제대로 맞았다.

 “씨발~이 새끼 봐라.”

 나는 열 받아서 덤비기 시작했다.

 뒤에서 삼촌은 고함지르고 난리다.

 “빠지라고~ 새끼야, 치고 빠지라고!”

 나는 잘 들렀는데 안 들리는 척하고 무조건 들어갔다.

 근데 상대방 이 새끼가 자꾸 치고 빠지고, 치고 빠지고 한다.

 결과는 비참했다.

 ‘11대3 1라운드 예선탈락’

 “으이구~ 내가 해도 이기겠더라. 1라운드 탈락이 뮈꼬?”

 “아놔~ 내가 방심해서 진거다. 그만해라.”

 말자는 집에 오자마자 누나들한테 결과를 중계한다.     

 

 “학기초 시험 결과가 나왔다. 우리반에서 전교 학생들 중에 제일 성적이 많이 오른 놈이 나왔다.”

 “오오오~~~~뚜뚜뚜”

 애들이 책상 두드리고. 난리다.

 “반장 일어나봐라.”

 “네”

 “자~ 박수~ 우리 꼴통 반장이 무려 반에서 20등이나 올랐다.전교에서는 150등이나 올랐다.”

 “오오~~~ 와와.”

 애들이 난리다.

 쥐똥이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짖는다.

 “반장이 반에서 34등했다. 박수~”

 애들이 한참 뒤에 웃는다.

 ‘아이씨 등수는 말하면 안되지 샘도 참’나는 혼자 구시렁 거리면서 앉는다.

 쥐똥이는 웃기 시작한다.

 “니 그라면 꼴찌 앞잡이 앞잡이 였나? 하하.”

 “조용해라. 새끼야~”

 “번호대로 나와서 성적표 받아가라.”

 쥐똥이는 성적표를 받아오면서 알 수 없는 표정을 한다.

 “왜 몇등인데? 보자.”

 “이거는 뭐가 잘못됐다. 아이씨”

 나는 쥐똥이 성적표를 봤다.

 ‘35등’이다.

 “아놔~~이새끼 뭐했노? 내 뒤에 붙어있노? 열심히 해라.”

 우리는 1학기말 시험때도 성적이 올랐다.

 나는 반에서 20등까지 성적을 올렸다.

 쥐똥이는 25등이다.

 공부는 내보다 많이 하는것 같은데 등수가 안 나오는것 같다.

 담임선생님도 나에게 이제 상담 같은 상담을 해주신다.

 대학 리스트를 뽑아주신다.


 그렇게 우리는 제법 수험생답게 변했다.

 수능을 한달 남기고 막바지 공부를 한다.

 성적이란게 반에서 20등까지 오르니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많이 오르지 않는다.

 더이상 떨어지지도 않고 항상 비슷한 등수다.

 그 사이에 나는 뛰어난 삼촌 전략 때문에 작은 대회 수상을 2개했다.

 체력도 올린 상태다.

 모든게 뜻대로 되어간다.

 매일 빠지지 않고 했던 삐삐 치는 것도 어느 순간부터 1주일에한 번 2주일에 한 번 그렇게 쳐본다.

 여전히 없는 번호다.

 항상 하던대로 체육관 갔다가 독서실을 간다.

“똥우야 니 이불 좀 주라. 와이리 춥노! 내 한 시간만 잘게~ 좀 깨워도.”

 “알았다. 자라.”

 잘라고 책상 밑에 이불깔고 걸상치우고 누웠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방에 들어왔다.     


 “학생~~ 집에서 전화왔어. 받아봐. 어머니시라네. 급하다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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