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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Oct 07. 2024

성스러운 사랑 28화

1-28화 고아

 “학생~~ 집에서 전화 왔어. 받아봐. 어머니시라네. 급하다고 하네.”

 “여보세요...응.....알..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전화를 끊고 가는데 앞이 안 보인다.

 무슨 놈의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말인가.

 다리가 후들거린다.

 “동우야... 짐.. 챙기라..집에가자. 엄마가 올라오란다. 니도 같이 오란다.”

 동우도 내 표정과 내 말투에 심각함을 느꼈는지 물어보는 목소리가 떨린다.

 “무.....슨 일인데?”

 “일단 간단히 챙기라. 나가자. 가면서 이야기해줄게.”

 우리는 짐을 챙겨 나온다.

 “무슨 일인데? 씨발 말을 해라.”

 “그게 자세한 거는 집에 가봐야 아는데, 말자 시골집에 불이 나서 다 죽었단다.”

 “뭔 말이고, 누가 죽어? 누구 집에 불나? 말자 가족들 경주로 이사 갔잖아.”

 “그래 경주집에 불이 나서 아줌마, 아저씨, 말숙이, 동식이 다 죽었단다. 으아아”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온다.

 동우는 아무 말이 없다.

 

 “아버지 나도 가면 안 됩니까? 학교는 빠져도 됩니다.”

 “오늘은 말자랑 경주 경찰서 갔다가 병원 갈 거다. 니는 오늘 동우랑 같이 자고 내일 동우랑 학교 가라. 아버지가 내일 오전에 담임 선생님한테 전화할게. 그때 오라는 대로 온나? 알았나?”

 “네.”

 “갑시다. 동우 아버지요. 밤에 운전 괜찮은교?”

 “괜찮습니다. 갑시다.”

 말자는 넋이 빠진 채 엄마 손을 잡고 동우 아버지 차에 같이 올라탄다.

 “말자야~”

 나는 말자를 불렀다.

 말자는 대답 대신 고개를 돌려 나를 본다.

 “아니다. 가 있어라. 내 내일 갈게.”

 나는 동우 아버지 차가 사라질 때까지 멍하게 서 있기만 한다.

 “일단 들어가자. 누나들도 없는가 보네.”

 “누나들도 경주 병원으로 갔는가 보던데, 모르겠다. 근데 어짜노 우리 말자”

 “동우야~ 괜찮겠제. 말자 괜찮겠제.”

 “괜찮겠나? 괜찮은 게 이상한 거 아니가? 내 같으면 아마 서 있지도 못할 것 같다.”

 우리는 그 이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감는다.

 몇 번이고 잠을 잤다가 깼다가 반복을 한다,

 동우도 몇 번을 뒤척이는 것 같다.

 ‘누가 불을 지렀을까? 아니면 무슨 전기 누선 그런 걸까?’ 별 생각을 다한다.

 그러다 ‘말자 불쌍해서 어쩌노’생각에 눈물이 울컥 나온다.

 왜? 자꾸 나한테 겨울이 다가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말자 가족도 설마 나 때문에 불이 났나?

 내가 재수가 없어서 내 주변 사람들이 죽는 걸까?

 이제는 무서운 생각까지 하게 된다.

 나는 소설을 쓰듯 온갖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아침을 뜬눈으로 맞이한다.

 해가 뜨고 알람시계가 울리기 시작하자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거 없이 일어난다.

 동우를 쳐다보니 눈이 팀팀 부어 있다.     

 

 “반장, 동우랑 샘이 교무실 오라던데!”

 1교시 마치고 엎드려 있는데 반 친구가 내 등을 두드리면서 이야기한다.

 “동우야~ 가보자.”

 “그래”

 교무실로 가는 길이 왜 이리 힘들고 멀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그냥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선생님! 저희 왔는데요?”

 “그래. 잠깐만 앉아 있어 봐라.”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멍하게 있는데, 지나가는 선생님이 한마디 하신다.

 “야! 김 꼴통 1년 동안 조용하더만 막판에 또 뭔 사고 쳤노?”

 나는 가만히 있는다.

 “자~ 여기 밑에 너그 이름 쓰고 그 밑에는 부모님 이름 쓰고 연락처 적고, 원래 친척만 되는데 아버지 전화도 있고, 샘이 한번 잘 올려볼게. 상 잘 치르고 온나. 자~ 여기로 오라더라.”

 “네. 고맙습니다.”

 우리는 인사하고 나오는데 선생님이 만 원짜리 한 장을 주시며

음료수라도 사 먹고 가라고 한다.

 어떻게 됐는지 메모지에는 ‘부산 백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이렇게 적혀 있다.

 분명 경주에 갔는데 어떻게 부산인지 모르겠다.

 우리는 일단 바로 택시를 타고 간다.

 우리는 아무 말도 안 한다.

 조용히 그냥 서로 창가만 본다.

 서로 다른 창 밖을 쳐다보지만 아마도 생각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무슨 병원에 죽은 사람이 이리도 많은지 장례식장 안에서도 찾는 게 복잡하다.

 

 “아버지~”

 “어 왔나? 둘 다 저기 가서 옷 갈아입어라.”

 우리는 상주 옷으로 갈아입는다.

 가족이 없다.

 말자 가족이라고는 경주에 몸이 불편하신 작은 아버지뿐이다.

 말자 혼자 상복을 입고 멍하게 앉아 있다.

 누나들은 언제 왔는지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동우는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는 누나들 따라다니며 심부름을 한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말자 옆에 앉자마자 손을 잡아 주는 그것밖에 없다.

 “말자야”

 말자는 그냥 나를 쳐다본다.

 “괜찮나?”

 나의 바보 같은 질문에 말자는 조용히 고개만 숙인다.

 나는 아저씨, 아줌마, 말숙이, 동식이 사진을 차례로 본다.

 눈물만 주룩 흐른다.

 아버지는 나랑 말자에게 상주 예의를 가르친다.

 그러다 아버지는 말자를 안고는 우신다.

 “이 이쁜 것만 남기고 가면 어짜노, 말자야 정신 챙겨야 한다.”

 아버지의 낡고 커다란 검은 수첩이 뒤 호주머니 밖으로 반 이상이 나와 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참 모르겠다.

 경찰은 LPG 가스 폭발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왜? 터졌는지

 명확하게 알 수 없다는 거다.

 경찰은 주변 마을 사람들에게 조사한 결과 말숙이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말숙이가 잘못해서 터진 것 같다고 결론을 지었다고 한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 어처구니없는 조사를 결과로 내세우는지 말이 안 된다.

 단지 방화 흔적이 없고, 가스 폭발인데 집에 장애가 있는 아이가 있으니 그 애가 실수했다 이 말이다.

 아버지는 가족들 시신 확인하고 경주에서는 장례를 치를 수 없다고 생각해서 부산 백병원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옮긴 것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조문객들이 오시기 시작한다.

 조문객이라 해도 다 동네 사람들이다.

 예전에 살던 산동네 사람들, 지금 사는 동네 사람들이다.

 말자 외가 쪽 친척이 하나도 없다는 거를 나는 처음 알았다.

 아버지 쪽도 작은아버지 한 분뿐인데 그분마저 거동이 불편하시다는 거다.

 아버지는 조문객들을 안내하시고, 누나들은 음식 나르고. 동우는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심부름한다.

 애들이 왔다.

 병팔이, 차돌이, 철수, 미자까지 왔다.

 철수는 어떻게 급하게 염색했는지 검은 머리를 하고 왔다.

 미자는 오자마자 말자를 안고는 울기 시작한다.

 병팔이가 겨우 떼어내어 진정시키고 절을 한다.

 동우는 애들을 데리고 자리에 앉힌다.

 “니 가서 너그 친구들 다 데리고 이리 와봐라.”

 “네? 네. 알겠습니다.”

 나는 애들을 데리고 왔다.

 “너그들은 있는 동안 거기 있지 말고 말자 뒤에 있거라. 뒤에서 말자 절하면 따라 절하고 그렇게 좀 해주거라. 할 수 있제?”

 “네.”

 “잘 들어라. 아저씨가 무슨 자격으로 이런 말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 하고 아줌마는 말자 곁에 지금은 같이 있지만, 나중에 세월이 지나서 어른이 되면 너그들이 우리 말자를 좀 지켜주라. 아저씨가 부탁할게.”

 “네.”

 애들은 다 울기 시작한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말자 옆을 지켰다.

 

 집으로 온 나는 말자 손을 잡고 옥상으로 간다.

 캔맥주 하나를 까서 준다.

 “마셔라. 괜찮다. 한 캔만 마시고 자라.”

 말자는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맥주를 조금 마시고는 고개를 푹 숙인다.

 “말자야 울어도 된다. 나도 울기다. 말숙이도 보고 싶고, 동식이도 보고 싶다.”

 “니 그거 아나? 내 이제 고아 됐다.”

 “가시나야 니가 무슨 고아고? 아버지도 있고 엄마도 있고, 누나들도 있고, 나도 있다 아이가? 그라고 가시나야 니 내일모레면 스무 살이다. 어른이다.”

 말자는 다시 나를 한번 쳐다보고는 맥주를 마신다.

 “야야야 저 봐라. 봤나. 봤나. 별똥별 떨어지는 거.”

 말자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말자야 니가 여태껏 내 억수로 많이 챙겨주고, 걱정해 주고 한 거 다 안다. 이제 내가 니 챙겨 줄게! 응?”

 “됐다. 징그럽다. 내려가자.”


 그렇게 조금 더 슬퍼할 시간도 없이 우리는 고3의 수험생으로 돌아간다.

 마지막까지 조금이라도 공부해야 1점이라도 더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똥우야~ 나가자. 바람 좀 쐬고 오자.”

 우리는 독서실 밖으로 나간다.

 “뭐 마실래?”

 “나는 그냥 콜라~”

 날짜가 다가올수록 목에서 뭔가가 꽉 막혀서 안 내려가고 있는 것 같다.

 “똥우야. 어떻게 마무리되어 가나?”

 “몰라. 말자는 괜찮나?”

 “이 새끼 무슨 소리하노? 말자 걱정하지 말고, 니 시험부터 걱정해라.”

 “안다. 새끼야 갑자기 말자 생각이 나서 그란다. 말자도 만약 1년 안 쉬었으면 같은 고3이라 엄청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나더라.”

 “근데 만약에 말자가 1년 안 쉬고 그 여상 계속 다녔으면 아줌마 따라 경주 갔을 거 같은데. 그라면? 어이어이 무슨 생각 하노? 이게 다 니 때문이다.”

 “웃기는 놈이네. 그게 왜 내 때문이고?”

 “들어가자. 공부나 하자.”


 “말자야. 니 뭐하노?”

 말자는 대문 앞에 멍하게 쭈그려 앉아 있다가 우리가 오는 걸 보고는 일어난다.

 “자~~ 이거는 니꺼, 이거는 동우 니꺼,”

 “내꺼도 있나? 고맙다. 말자야. 내 니 때문에라도 시험 잘칠게.”

 “똥우야. 그냥 고맙다 캐라. 무슨 말이 많노? 들어가라.”

 “알았다. 새끼야. 맞다. 내일 아버지가 시험장까지 태워준다 하더라. 혹시 모른다고. 그리 알고 아침에 온나.”

 “오케이. 말자야 우리도 들어가자.”

 “동우야. 시험 잘 쳐라.”

 “응”

 말자는 동우를 향해 끝까지 응원을 해준다.

 “올라가서 자라. 둘째 누나 없나? 왜 무섭나?”

 “아니다. 언니 있다. 올라가야지. 야! 시험 잘 치야 된다. 괜히 내 때문에 못 쳐다는 생각 안 들게 잘 쳐라.”

 “알았다. 무슨 개똥 같은 소리를 하노? 못 치면 그냥 못 친 거지. 니 때문은 무슨? 알았다. 잘 칠게.”

 “그래. 잘 자라.”

코끼리마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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