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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Oct 09. 2024

성스러운 사랑 29화

1-29화 선택

 “고맙습니다. 아저씨.”

 “그래. 시험 잘 쳐라. 아들도 아자!”

 나는 동우 아버지 차를 타고 동우랑 편하게 시험장인 ㅇㅇ중학교에 내렸다.

 각 학교 현수막과 후배들의 응원 소리가 들린다.

 “어이~ 시험 잘 치라.”

 “반장~ 시험 잘 쳐라.”

 시험장 입구에서만 우리 학교 애들을 몇십 명을 본 것 같다.

 “똥우야. 전신에 우리 학교 애들이고? 우리 4개 시험장으로 갈라졌는데도 이리 많노?”

 “당연하지 전교생이 1천 명인데 250명은 여기서 칠 거 아니가?”

 “맞네. 똥우야 고개 숙이라. 뻥 장군이다.”

 “아이씨~ 왜 여기 와 있노? 아이씨 들켰다.”

 선생님은 우리랑 눈이 마주치고는 손짓을 한다.

 “자~ 이거 하나 묵어라. 찹쌀떡이다.”

 “쌤~ 우리 때문에 여기 나온 겁니까?”

 “교장 선생님이 가라 해서 왔지. 내가 미쳤나? 아무튼, 잘 치라. 모르면 3번 찍어라.”

 “네네네. 알겠습니다. 우리는 갈게요.”
  “잘하자!”

 그래도 마지막까지 긴장을 풀어 주신다.


 나는 마음을 잡는다.

 심호흡하고 집중한다.

 하나도 모르겠다.

 ‘무슨 놈의 시험이 이렇게 어렵노? 망했다.’ 속으로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이 시험이 니 인생의 제일 큰 시험이 될 수 있다.” 아버지 말씀이 스치고 지나간다.


 시험장 교실을 나가는데 동우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다.

 “잘 쳤나?”

 동우는 표정이 밝다.

 나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잘 쳤냐고? 왜 못 쳤나?”

 “똥우야. 나 재수 준비 해야겠다. 하나도 모르겠다. 답이 전부 2개다.”

 “그래도 니는 답을 근처까지는 갔는가 보네. 나는 하나도 모르겠더라.”

 “근데 니는 뭐가 좋아서 표정이 그리 좋노?”

 “어이가 없어서 그렇다. 울까? 당구장이나 가자. 애들 불러서 술이나 묵자.”

 “모르겠다. 가자.”     

 

 “오호~ 친구들 시험 잘 쳤나?”

 “야! 강철수~ 니 언제 내려왔노? 오늘 일 안 하나?”

 “내가 너그들 시험을 친다고 해서 이렇게 왔다.”

 옆에 조용하게 당구 치던 병팔이가 웃는다.

 “이 새끼 오늘 드디어 미자랑 1박 2일 놀러 간단다.”

 “이 새끼 우리 보러 온 게 아니고 미자랑 놀러 가려고 왔네.”

 “당연하지. 내가 미쳤나? 너그 때문에 오게. 이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아나? 미자 가시나가 맨날 수능 끝나고, 수능 끝나고 말했는지 아나? 내가 오죽하면 수능 날을 외웠다.”

 “대단하십니다. 근데 철수야 니 그라면 설마 아직도 미자랑 안 했나?”

 쥐똥이는 진짜 궁금한 눈으로 물어본다.

 “아~ 이 새끼 내가 저놈처럼 뭐 그런 거만 좋아하는 줄 아나? 우리는 응~ 그 뭐꼬 플라토뭐시기 사랑이다.”

 “혹시 그 저놈처럼에 저놈이 내가?”

 “잘 아네. 하하하”

 “니 오늘 내가 그거 못 쓰게 해줄게.”

 병팔이가 말린다.

 “그만하고 당구나 한 게임치고 남포동이나 가자.”

 “남포동? 거기는 왜?”

 우리의 쥐똥이는 또 호기심이 찬 눈으로 병팔이를 쳐다본다.

 “아~ 새끼야 떨어져라. 부담스럽다. 그냥 기분 내자고 가자는 거지.”

 “됐다. 오늘 같은 날 가면 밟혀 죽는다. 그냥 스타나 가서 소주 먹자. 차돌이 부르고.”

 “나는 좀 있다가 가야 한다. 미자 만나려~~”

 “가라 새끼야~ 나쁜 새끼.”     

 

 “자~~마시라.”

 “짠~~”

 1시간쯤 지나니깐 차돌이가 온다.

 그 옆에 대갈공주가 붙어서 온다.

 우리는 현주를 대갈공주라 부른다.

 애가 이쁘고 미용학교 다니고 해서 머리 스타일도 좋다.

 그런데 머리 크기는 어떻게 안 되는 것 같다.

 “어이~ 친구들! 시험 잘 쳤나?”

 “잘 칠 턱이 있나. 앉아라. 근데 너그 둘이 뭘 그렇게 붙어 다니노.”

 “왜? 부럽나?”

 “아니 안 부럽다.”

 우리의 쥐똥은 솔직하다.

 술에 취하는 것인지 뭔가에 짓눌렸던 것이 폭발하는 것 같다.

 “고생했다. 쥐똥~ 한잔하자.”

 “그래 니도 억수로 고생했다. 니 진짜로 내가 존경한다. 공부하는 거 보고 놀랬다.”     

 

 “이야 멋진데. 폼 좀 난다.”

 쥐똥이가 대문 앞에서 정장 차림에 구두를 신고 폼을 잡으면서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졸업식이다.

 우리는 어제 남포동 국제시장 가서 옷을 한 벌씩 뽑았다.

 요즘 유행하는 세미 정장으로 깔 맞춤했다.

 “이야 역시 남자는 옷빨이다. 봐라. 새끼야 내가 요즘 유행하는 세미 정장이 어울린다 캤제. 내 말 듣기 잘했제?”

 나는 쥐똥이를 치켜세운다.

 “맞나? 괜찮나? 니도 억수로 잘 어울리네. 니 솔리드 애들 같다. 나는 Ref 안 같나?"

 “WWF 같다. 하하하 농담이다.”

 “근데 오늘 부모님들 오나?”

 “야~ 고등학교 졸업식에 누가 오노?”

 “그라면 말자도 안 오나?”

 “말자? 말자 학교 갔을 거? 모르겠다. 가자.”

 학교 가는 길에 만난 친구 놈들은 비슷비슷한 옷을 입고 온갖 깔롱은 다 지으면서 간다.

 “이야~똥우야 저 새끼들 뭐고? 평상시는 학교 잘 오지도 않더니만 졸업식은 왔다."

 “그러게 그래도 마지막에 보니 반갑네.”

 운동장에서 교장 선생님의 연설을 듣고 교실로 갔다.

 

 몇몇 학부모님과 여자친구들이 꽃다발을 들고 교실 뒤에 서 있다.

 드디어 앞문이 열리고 우리의 대장 뻥 장군님이 들어오신다.

 우리는 모두 일어난다.

 나는 미리 애들한테 일어나서 이렇게 저렇게 하자고 말해놓았다.

 “전체 차렷! 뻥 장군님께 대하여 경례!”

 “충~성”

 애들이 다 같이 한 목소리로 “충성” 외치며 거수경례를 한다.

 뻥 장군님은 잠시 당황하더니 거수경례로 받아준다.

 “충성”

 “바로”

 애들은 졸업식 노래가 아닌 ‘스승의 은혜’를 떼창 한다.

 노래가 끝나자 박수와 울음소리가 들린다.

 국민학교, 중학교 졸업식 때는 못 느낀 감정이 울컥 올라온다.

 “번호대로 나와서 졸업장 받아가라.”

 뻥 장군님도 목소리가 떨린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그래 우리 꼴통 반장! 수고했다. 무슨 일 있으면 샘 찾아와라.”

 “네. 찾아가면 소주나 사주세요.”

 “그래. 언제든지 사줄게. 와? 그냥 오늘 한잔할까?”

 “됐습니다. 저도 바쁩니다.”

 “그래, 생활 잘하고, 부모님께 잘하고.”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야~ 이제 진짜 자유다. 가자.”

 “내가 볼 때는 이제부터 고생 시작이다.”

 “맞는 것 같다. 니 말이 다 맞는 거 같다. 똥우야 저기 교문 앞에 보이나?”

 “아이씨~ 쪽팔리라. 철수 저 새끼 머리는 왜 저렇노? 바지 봐라? 미치겠다. 우리 돌아갈까?”

 “그랄까? 근데 말자도 있는 것 같은데.”

 “맞나? 가자. 애들 기다리네.”

 그렇게 우리는 스무 살이 되었다.     


 “무슨 대학교가 이렇노?”혼자 구시렁거린다.

 내가 생각하는 대학교가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낭만의 캠퍼스는 없다.

 입학을 하자마자 시작되는 많은 수업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어색한 공간은 더욱 나를 절망하게 한다.

 나는 서울에 있는 대학교에 당당히 입학했다,

 명문대학교에 ‘사회체육학과’에 입학했다.

 수능시험 성적도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와서 다들 컨닝 했다는 소리를 들었다.

 모르는 건 역시 3번이었다.

 그렇게 혼자 서울로 상경했다.

 비록 제일 싼 동네에 있는 작은 자취방이지만 만족한다.

 문제는 학교도 학교지만 과를 잘못 택한 것 같다.

 물론 다른 과는 내가 어찌 갈 수도 없는 성적이다.

 우리 과는 선·후배 문화가 너무 철저하다는 거다.

 그리고 동문인지 뭔지 지랄 같다.

 자기 동문끼리 똘똘 뭉쳐서 챙겨주기 바쁘다.

 한 명도 없다. 우리 과에는 우리 고등학교 선배가 하나도 없다.

 심지어 부산 출신도 2학년은 없다.

 그러니 점점 외톨이가 된다.

 수업을 하나씩 빠지게 되고, 혼자 팔각정에 멍하게 앉아 있다가 집에 오기도 한다.

 이놈의 과는 어떻게 됐는지? 1학년은 과티에 과잠바만 입고 다니라 한다.

 완전히 교복이다.

 혹시나 다니다가 선배가 보이면 뛰어가서 경례를 하라 한다.

 그리고 여학생도 몇 명 없다.

 무슨 군대도 아니고 아무튼 지랄 같다.

 “으아 지겹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서 매번 혼자 하는 말이다

 다음 수업이 2시간이나 남았다.

 나는 애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길로 걷는다.

 항상 앉는 벤치에 누웠다.

 하늘은 더럽게 맑다.

 ‘내가 여기서 뭐 하는지? 비싼 등록금 내고 뭐 하고 있는지?’혼자 별생각을 다 한다.

 “여보세요. 오~ 쥐똥 집에 있었네. 학원은 갔다 왔나?”

 “갔다 왔지. 밥 묵고 독서실 갈라고, 니는 아직도 적응 중이가?

무슨 놈의 대학교가 그 지랄이고?”

 “그러게, 씨발 나도 때리치 우고 내려가서 니랑 재수나 할까?”

 “행복한 소리 하네, 니 재수가 쉬운 줄 아나? 나도 후회 중이다. 그냥 아무 대학교나 갈 거.”

 “시끄럽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 삼수는 안 된다.”

 “알았다. 니도 적응해라.”

 나는 가끔 공중전화가 보이면 애들하고 통화하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한다.

 동우는 재수를 택했다.

 성적도 잘 나왔다.

 근데 재수를 택했다.

 말은 하지 않았는데 아마도 말자랑 같이 대학 갈라고 재수를 택한 것 같다.

 아무튼, 대단한 놈이다.     

 

 오늘도 과잠바 하나 걸치고 학교에 왔다.

 옷 안 사 입어서 좋긴 하다.

 괜히 울리지도 않은 삐삐 한번 보고, 선배들 있나 없나 보면서 걷는다. 있으면 피해 갈 준비 한다.

 그런데 내 같은 놈들이 제법 있다는 것을 나는 알게 되었다.

 다 지방 출신이다. 그것도 내처럼 운동부가 아니었던 애들이다.

 나는 위안이 되는 것 같아 어깨가 자연스럽게 펴진다.

 ‘그래 참고 열심히 해보자.’ 새롭게 마음을 잡아본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가 억수로 멋지게 보인다.

 오늘은 안 다니는 길로 구석구석 뒤져 본다.

 ‘우와~ 이쁘다. 이쁜 애들 억수로 많네. 역시 서울이야.’ 나는

열심히 학교 다니기로 마음 잡았다.     

 

 “야~몇 번을 부르는데 그냥 가노?”

 누가 뒤에서 내 가방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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