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반갑다. 내 니하고 쥐똥이 억수로 궁금하고 보고 싶었는데, 맞다 쥐똥이는 어디 입학했노?”
“쥐똥이 재수한다.”
“맞나? 니 무슨과고? 나는 정치외교학과다.”
“안 가르쳐 줄란다.”
상태 옆에 있는 여자애가 웃으면서 손짓한다.
“사체과네 과 잠바에 적혀 있네.”
나는 상태를 쳐다보고는 턱으로 누군지 물어본다.
“같은 과 친구다. 같은 부산이라 친해졌다. ㅇㅇ여고 나왔데.”
“맞나?”
나는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관심이 없다.
“상태야. 니 삐삐 번호? 뭐꼬?”
“015-000- 0000”
갑자기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화를 낸다.
“야! 니 왜? 사람 무시하나? 왜 이름도 안 물어보고 그러는데?”
“왜? 물어봐야 하는데?”
“아니 보통 나는 누군데, 너는 이름이 뭐야 이렇게 하잖아.”
“맞나? 미안. 근데 굳이 알 필요.....”
“야! 됐고. 나는 구은진인데, 니는?”
“상태야 4시에 수업 끝나고 삐삐칠게. 소주 묵자.”
나는 무시하고 간다.
진짜 관심 없다.
오직 내 관심은 ‘이 학교를 어찌 다녀보나?’뿐이다.
“야~ 상태야 여기 여기”
상태는 아까 그 애를 데리고 왔다.
“미안. 하도 같이 간다고 해서 데리고 왔다. 괜찮제?”
“그래 뭐 상관없다.”
“그래. 쥐똥이는 그래서 공부 잘하고 있나? 키는 컸나?”
“하하 키 똑같다. 니는 이사 갔나? 중학교 때 너그 집 많이 갔는데, 니 동생 상미 맞제? 너그 엄마가 나한테 시집 보낸다 캤는데”
“맞다. 맞다. 우리 엄마가 니 실체를 모르고, 공부 잘하고 착하다 카니깐 그 말 듣고 그랬지 하하.”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골뱅이무침이랑 소주가 나왔다.
“내가 시켰어. 워낙 바쁘게 대화를 하셔셔요. 제 마음대로 시켰어요.”
“아~ 잘했다. 골뱅이 좋지? 니도 괜찮제? 한잔 받아라. 은진아 니도 한잔 받아라.”
상태는 괜히 어색했는지 술을 따른다.
“괜찮다. 상태야. 내 괜찮다. 너무 신경 쓰지 마라.”
“왜? 제가 뭐 그쪽을 어찌 할까 봐요? 저도 관심 없습니다.”
“네네. 술이나 드시죠. 은진 씨.”
“이봐라. 이봐라. 상태야 들었제. 관심 없는척하면서 이름 외우고 은진 씨~하는 거,”
“우와~ 내가 또 언제 은진 씨~~ 이렇게 했어요. 그리고 내가 워낙 머리가 좋아서 한번 들으면 안 까먹습니다.”
“야~너그 둘 다 그만해라. 옆 테이블 쳐다보고 웃고 난리다. 그리고 사투리 좀 그만 쓰라. 쪽 팔리게.”
“사투리가 뭐 어땠어. 뭐가 쪽 팔리노?”
“그래 뭐가 쪽 팔리노. 그런 의미에서 소주 짠~”
우리는 사투리에 금방 친해졌다.
“맞나? 맞나? 니 ㅇㅇ학교 나왔나?”
“응. 앞에 대자를 붙여줄래. 대ㅇㅇ고등학교.”
“꼭 똥통 학교 애들이 자기 학교 앞에 대 자 붙이더라.”
“하하 맞다. 맞다.”
상태가 맞장구친다.
“네. 맞습니다. 똥통입니다. 나중에 내가 우리 장군님한테 다 말할 거다. 하하.”
“뭐래? 하하”
은진이라는 애는 성격이 정말 남자답다.
말자 만만치 않는 거 같다.
“상태야. 니 어디 사노?”
“나는 서울에 고모가 살아서 고모 집에서 지낸다. 니는?”
“맞나? 좋겠네. 나는 저기 위에서 자취한다.”
얼마나 마셨는지 아침까지 술이 안 깬다.
어떻게 학교 와서 수업을 받고 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속으로 ‘대단하다.’라고 생각한다.
수업을 빠질 수 있었는데 이렇게 수업을 받고 있으니 대단 한 거다.
‘쪼매만 참자. 참자’ 속에서 요동을 친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 주는 실기 들어간다.”
무슨 실기를 들어간다 했는지 기억도 없다.
나는 교수님이 나가시는 걸 보고 화장실로 직행한다.
편안함을 느끼고 밖으로 나온다.
“웩. 웍!”
“뭐꼬?”
“야~ 니는 놀래지도 않나? 재미없다.”
화장실 앞에서 은진이가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니 근데 내 화장실에 있는 거 어찌 알았노?”
“강의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마치자마자 뛰어 가데”
“니 수업 안 들어갔나?”
“나는 자체 휴강.”
“미치겠다. 상태는?”
“내 상태는 양호해.”
“어이구. 니 상태 말고 내 친구 상태는?”
“니 친구 상태는 상태가 안 좋아서 오늘 결석~”
“니는 왜 여기 왔는데?”
“내가 이 넓은 학교에 아는 사람이 상태랑 니 뿐이라.”
“아~네~”
“내가 서울 구경시켜 줄게 가자.”
“내 수업 있다. 그라고 니도 부산 애이면서 니가 무슨 서울 구경이고?”
“수업 째라. 재미도 없는 수업 말라 듣노? 가자.”
“그래. 가자. 근데 어디 갈 건데?”
“일단 우리 학교 앞에 식당에 가서 라면 한 그릇 하자. 그리고 그 촌빨 날리는 과 잠바 좀 벗어라.”
“누가 입고 싶어서 입나?”
“라면에 소주 콜?”
“미친 거 아니가? 대낮부터 라면에 소주?”
“뭐 어때? 이모 여기 라면 2개랑 소주 1병요!”
“가시나 시킬 거면서 왜 물어보노?”
“니는 먹기 싫으면 먹지 마라.”
“누구 좋아라고 안 먹노. 니 술 취하면 누가 책임지노. 나는 책임 못 지니깐 나도 먹는 게 낫지.”
“똑똑한데. 친구.”
“내가 상태보다는 낫다.”
라면이 나온다.
“자~ 맛있게 먹어요. 누가 낮부터 소주 먹나 했더니 고향 학생이네. 여기는 누구?”
“아 이모~ 여기도 부산! 부산 친구.”
“맞나. 반갑데이. 갈 곳 없으면 온나. 이모가 그냥 막 팍팍 줄게.
마이 무거라.”
“네. 고맙습니데이.”
“많이 묵어라. 필요한 거 있으면 갖다 묵고.”
“네.”
나는 맘이 편해졌는지 속이 편해졌는지 편안해졌다.
“자~ 한잔해라.”
“근데. 니 여기는 언제 또 와봤노?”
“상태랑 몇 번 왔다. 시끄럽고 술이나 묵자.”
신기한 게 아침까지는 죽을 것 같고, 소주병만 봐도 토가 쏠리더니, 술이 맛있다. 그리고 잘 넘어간다.
“이모~ 소주 한 병 가져갑니다.”
은진이는 소주를 들고 온다.
“또 묵게? 라면 다 먹었는데?”
“기다려봐라. 이모 여기 순대 2인분만 주세용”
“대단하다. 대단해. 그리고 무슨 애교고? 맞다. 가시나야 니 내 서울 구경시켜준다며?”
“마이 구경해라. 여기가 서울이다.”
“자~ 짠~”
“잘한다. 잘한다. 둘이서 대낮부터 수업 빠지고 술이나 드시고.”
“어? 상태야 니 어떻게 알고 왔노?”
“내가 아침에 음성 남겨놨지요.”
“대단하다. 상태야 앞으로 니가 힘들겠다. 난 빼도”
“분식점에서 소주를 7병이나 먹은 게 말이 되나? 나는 이제 그만하고 갈란다. 상태야 니는 어떻게 가노? 나는 좀만 걸어가면 된다.”
“그래 가자. 오늘만 날이가? 나는 지하철 타고 간다. 내 갈게.”
“그래 잘 가래이. 근데 은진아 니는 안가나?”
“내가 술 살게 너그 집 가서 딱 한 잔만 더하자.”
“미친 거 아니가? 술을 그렇게 먹고 또 먹는다고, 안된다. 그리고 내 여자친구가 알면 죽는다.”
“니 여자 친구 있나? 상관없다. 나도 니 남자로 막 끌리고 그런 거 없거든, 그냥 친구로 술 묵자는 거지.”
“가시나야 근데 안 무섭나? 내가 술 묵고 덮치면 어쩔래?”
“어쩌기는 그라면 쿨하게 하면 되지, 우리가 애가?”
“이것도 또라이네. 아이 모르겠다. 조금만 먹고 가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술 사려 갑시다.”
“방이 작제? 뭐가 없다.”
“진짜 아무것도 없네? 없으니깐 깨끗하고 억수로 넓어 보이네.
상은 어딨노? 술상?”
“자, 근데 니 원래 이렇게 술 잘 묵었나? 고등학교 때 안 봐도 뻔했네. 공부는 또 어떻게 해서 우리 학교에 왔데? 나야 사체과라 그렇다지만, 너그는 다르다 아이가?”
“내 공부 잘했다. 시끄럽다. 앉아서 술상이나 차리라. 내 화장실 갔다 올게.”
“화장실 저쪽 구석으로 가면 있다. 조심해라. 더럽디.”
참치캔 하나에 자갈치 한 봉지에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한다.
자갈치는 부산 가고 싶다고 은진이가 골랐다.
“근데 니 여자친구는 어디 다니는데? 어느 학교?”
순간 누구를 말해야 하는지 망설였다.
선영이는 연락이 끊긴 지 1년 반이 다되었다.
“그거 알아서 뭐하게?”
“여자친구 없제? 괜히 그라제, 니 같이 생긴 놈들이 꼭 뻥을 쳐요.”
“뭐라노, 부산에 있거든.”
“아~ 그렇습니까? 나도 부산에 남자친구가 한 트럭이나 됩니다요.”
“됐다 해라. 술이나 마시라. 다시 말하는데 내 술 먹다가 뻗어서 잘 수도 있다. 그라면 그냥 집에 가라.”
“알았다. 안 잡아먹는다. 나도 눈이 있다.”
살짝 눈을 뜬다. 아직 밖은 컴컴하다.
옆에 손을 뻗어 본다.
“아 씨~~놀래라.” 은진이 가시나가 속옷만 입고 자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팬티만 입고 있다.
술상은 깨끗하게 치워져 있다.
기억을 되살린다.
‘아~ 씨발! 미친놈~ 죽어라. 죽어’나는 엎드려서 얼굴을 베개에 처박는다.
“그런다고 안 죽는다. 자책하지 마라. 괜찮다.”
은진이가 일어나서 봤는지 누워서 이야기한다.
“아~ 미안하다. 술에 취해서. 그러니깐 집에 가라 캤잖아.”
“뭐 그게 니가 강제로 했나? 괜찮다. 이리와~ 좀 더 자자.”
“됐다. 내가 미친놈이다.”
“너무 그러지 마라. 내가 이상한 년 되잖아?”
“그래. 미안. 자라.”
“우리 했다고 서로 애인이니 사귀니 그라지 말자.”
“그게 되나? 내야 남자니깐 괜찮지만”
“왜? 여자는 그라면 안되나? 우리 그냥 쿨하게 지내자.”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 같다.
그렇게 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매번 들어도 모르는 수업을 듣고, 선배들 모이라면 모이고, 상태랑 은진이 만나서 술 마시고, 상태 보내고 둘이서 집에서 한 잔 더하고 같이 잔다.
은진이하고는 관계가 묘하다.
“뭐꼬? 니 왜? 너그 집 가서 자지? 왜? 여기서 자노?”
“니는 왜 이리 늦게 오노? 내 심심해 죽을 뻔했다 아이가?”
“니 오늘 미팅한다고 안 했나? 잘 안됐나 보네? 하하 누가 니를 찍겠노?”
“몰라~ 다~ 거지 같은 놈들만 나왔다. 그래서 커피숍에서 바로 와뿌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은진이 앞에서 옷도 갈아입고 눕는다.
“벌써? 자게? 술 한잔하고 자자.”
“피곤타. 술은 무슨? 가시나 술 못 묵어서 죽은 귀신 있나? 이리온나. 오빠가 안아 줄게 얼른 주무세요.~”
“우와~~덥다. 6월 말인데 왜 이리 덥노?”
“그쟈~~ 억수로 덥네. 니 방학 때 내리 갈 거제? 너그 언제 종강이고?”
“우리 내일모레? 가야지 엄마가 해준 밥도 묵고, 애들 만나서 광안리도 가서 가시나들 까대기 쳐서 놀아야지.”
“애가! 까대기 치게! 쥐똥이 만날거제? 만나면 불러라. 같이 보자.”
“오야~”
상태랑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면서 부산 갈 생각을 한다.
“저기 니 룸메이트 오네.”
“룸메이트?”
상태가 손짓 한쪽을 보니 은진이가 뛰어온다.
“야! 니 내 좀 보자.”
“와 이라노? 가시나야 옷 늘어난다. 잡아 땡기지마라.”
은진이는 나를 끌고 저쪽 구석으로 간다.
“어짤기고, 머스마야 이제 어쩔거고?”
“이게 뭔데?”
은진이가 내민 것을 자세히 보니 임신 테스트기다.
“뭔데? 이게 와? 설마?”
“2줄이다. 이제 어쩔거고?”
“가시나야. 그걸 왜 내 한테 지랄이고?”
“뭐?”
장미
31화
“가시나야. 그걸 왜 내 한테 지랄이고?”
“뭐?”
“뭐라고? 지랄이냐고? 야! 그럼 내 혼자서 지랄을 해서
이렇게 된 거가?”
“아놔~ 미치게 하네, 그러면 내 보고 어쩌라고?”
“됐다. 이 양아치 새끼야! 앞으로 볼 생각하지 마라. 내 혼자 지랄을 했으니 내 알아서 할게. 뭐 저런 새끼를 내가 미쳤지.”
“뭐? 양아치? 미쳤나?”
은진이는 돌아서 가버린다.
마음은 붙잡아야 되는 걸 아는데 못 잡았다.
사실 많이 무섭다.
두럽다.
선영이랑은 다른 느낌이다. 아니 사실은 똑같은지도 모른다.
그때는 말을 하기 전에 부모님들이 알게 되어 우리가 한 것은 없었다.
‘어떻게 부모님께 말을 해야 할까?’걱정이다.
누나들의 눈초리도 무섭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은진이를 좋아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제 알게 된 지 3달도 안 됐다.
도망치고 싶다.
‘나는 왜 이럴까? 뭐가 잘못됐을까?’아무리 생각해도 내 혼자 어떻게 감당할 수가 없다는 게 나의 결론이다.
은진이를 만나야 된다. 만나서 결론을 지어야 된다.
“우리 엄마가 니 보잔다. 언제 부산 와?”
“나는 내일 부산 가려고. 니는 언제 부산 갔는데?”
“니 만나고 부산 바로 왔어?”
“괜찮아?”
“뭐가 괜찮아야 되는데? 너도 힘들지 모르지만 나는 더 힘들어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근데 엄마한테 이야기 한거가?”
“아니다. 아직 이야기 안 했는데, 만나는 사람 있다고 말했어.”
“알았어. 내일 부산 가서 일단 우리 만나자. 그 이후에 엄마는 만날게.”
전화를 끊고 나는 슈퍼에 들러 소주 두 병을 사 들고 집으로 간다.
다음날 눈을 뜨니 아무 결론도 내지 못한 채 소주병만 방바닥에 뒹굴고 있다.
한심하다.
‘지금이라도 사라질까? 도망을 갈까?’온갖 생각이 다 든다.
냉정하게 우리의 앞길을 위해 수술을 택해야 하는지?
은진이가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은진이를 한 번도 결혼까지는 생각해 본 적은 더욱더 없다.
깝깝하다.
일단 부딪치자.
“내 여기 부산역 도착했는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줘.”
나는 음성을 남기고 돌아서 나오는데,
저기 끝에서 축 처진 모습으로 은진이가 걸어온다.
한 번도 은진이의 저런 모습은 본 적이 없었던 같다.
항상 밝고, 앞장서서 돌진하는 모습만 봐서 그런지 낯설고 애처롭다.
“어디 갈까? 니 밥 묵었나?”
“밥 대신 소주나 한잔하자.”
“가시나야. 미쳤나? 애한테 얼마나 안 좋은데 술을 먹노?”
정말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이다.
어쩌면 나 스스로가 결론을 지었는지 모른다.
그 말을 듣은 은진이가 날 뻔히 쳐다본다.
“니 지금 애 걱정하는 거야?”
“당연하지. 술이 얼마나 애한테 안 좋은데.”
“고마워.”
“우나? 왜? 우는데?”
“울기는 누가 우는데? 우리 고기 묵으러 가자.”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고는 은진이는 기분이 좋아진 것 같다.
“나는 소주 한 병 묵어도 돼?”
“그래 먹어.”
나는 왜 이런지 모르겠다.
부산역에 내려 나오는데 걸어오는 은진이를 보고는 나는 내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기로 한 것 같다.
“왜? 마음이 바꿨어? 그때는 당장 수술하라고 할 것 같더니.”
“난 그런 적 없어! 수술하라고 하지도 않았고, 그런 생각을 가진적이 없었다.”
“치~ ”
은진이가 웃는다.
“은진아 니 내 잘 모르잖아. 나도 니 잘 모르고, 나는 그게 제일 걸리고, 사실 무섭다. 실망하는 부모님 모습과 나도 아직 어리고 내가 어떻게 변할지도 모르니깐 무섭다. 니는 안 무섭나?”
“나는 괜찮다. 뭐 어때? 우리 성인인데 부모님 허락 없으면 우리끼리 살면 되지.”
“모르겠다.”
“우리 집은 괜찮다. 내한테 크게 관심이 없다. 너무 신경 쓰지마.”
“그래도 어떻게 신경 안 쓰나? 모르겠다.”
우리는 밥을 먹고 근처 모텔로 향했다.
술기운인지 몰라도 자연스럽게 나는 내 이야기를 한다.
은진이는 조용히 듣는다. 그러다 운다.
나도 운다.
한참을 울었던 것 같다.
“니 많이 힘들었겠다. 그래도 어떻게 잘 버텼다.
잘했어.”
“니 이야기도 해봐?”
“난 그냥 평범하게 자랐어. 좀 다른 거는 지금 엄마가 내 친엄마가 아닌 거? 아빠가 내 중 3학년 때 엄마랑 이혼하고, 바로 재혼했어. 그리고 내 동생이라고 이제 4살 된 애가 있어. 아빠는 내 기억으로는 중 1학년 때부터 엄마를 때렸어. 그래도 엄마는 내 때문에 버텄는데, 더 이상은 힘들었다고 하더라.그래서 이혼을 했는데, 이혼 하자마자 재혼을 했어.
알고 보니 이혼 할라고 엄마를 때린 거야. 나쁜 놈이지?”
“에이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지.”
“내가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이 아빠랑 살고 있는데, 졸업하고 사회 나가면 안 볼까도 생각 중이야. 지금도 엄마랑 있는게 편한데 엄마 보다는 아빠가 더 부자고, 나는 돈이 필요하니깐, 왔다 갔다 해. 이해하지?”
“응. 그럼 방학 동안은 엄마랑 있을 거야?”
“그렇게 해야 되지않을까? 아마 엄마는 우리 사이 허락 해줄 거야.”
“우리 부모님도 허락은 해줄 거야. 뭐 어떻게 하겠어.”
“아버지,엄마 절 받으세요.”
“그래. 잘 갔다 온나. 몸 조심하고, 아무 생각말고, 가거라.”
“네. 걱정마세요. 아들이 체력은 좋잖아. 엄마는 울긴 왜 우노?남자들 다 가는데, 그라고 요즘 군대 옛날처럼 안길다. 2년 2개월 금방 간다. 휴가도 많고,”
“알았다. 가라. 애들 기다린다.”
나는 꼭 엄마를 안고 대문을 나간다.
대문 앞에는 은진이가 말자랑 같이 기다리고 있다.
“말자야. 니 시험 꼭 잘 쳐서 좋은 대학 가야 한다. 알았나?”
“니나 신경 써라. 사고 치지 말고, 군대에 가도 제일 더울 때 가노?”
“그게 나도 이렇게 빨리 나올지 몰랐다.”
“빵~~ 빨리 타라. 전주까지 가려면 바쁘다.”
나는 은진이를 한번 안고 차에 탄다.
동우가 아버지 차를 몰고 나온 거다.
나를 훈련소까지 태워 준다고 한다.
재수 학원 다니면서 면허증은 언제 땄는지 모르지만 운전은 잘한다고 한다.
뒷좌석에는 세 명이 나란히 앉아 있다.
나는 차에 올라탄다.
이렇게 빨리 입대할지는 나도 몰랐다.
나는 어쩌면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었는지 모른다.
나는 지금 제일 빨리 입대할 수 있는 군대를 찾아보고 지원했다.
그중에 의경이 가장 빠르고 잘 풀리면 꿀 빤다고 해서 지원을 했다.
7월에 지원을 하고 신체검사를 하고 8월에 입대하게 된거다.
“남자는 군대를 갔다 와야지. 내가 갔다오면 내가 열심히 일해서 니 다시 학교 보내줄게. 그때까지만 애기 낳고 잘 키우고 있어줘.”
나는 은진이에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두렵고 무서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서 그냥 군대를 택한 거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인지 이렇게 될 줄 알았는지
“니 인생 니가 사는 거지” 이러면서 은진이를 받아줬다.
누나들도 다 객지 생활하며 바쁘게 사는지라 내게 크게 신경을 안 쓰는 것인지 써도 어쩔 수 없다는 건지 알아서 살라고 했다.
알고있다.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거를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누나들에게도 더 미안하다.
집에는 이제 부모님과 말자만 있다.
은진이는 은진이 엄마랑 지내기로 하고 학교를 휴학했다.
1주일에 한 번 우리 집 와서 밥 먹겠다고 한다.
뒤에 앉은 철수가 비아냥거리면서 이야기한다.
“야~이새끼 이거 진짜 나쁜 놈이네?”
“내가 왜?”
“우리가 모를 것 같나? 감당이 안 되니 일단 도망치는 거?”
“아니다. 빨리 군대 갔다 와야 아기 키우지.”
“됐다 캐라.”
“철수야 행님이 군대 빨리 갔다 와서 니 군대 갈 때 모시다 줄게.”
“됐다. 탈영이나 하지마라.”
“시끄럽고 애들아~ 말자 좀 잘 챙겨 주라.”
운전하던 동우가 내를 힐끔 쳐다본다.
“니가 왜 말자 신경쓰노? 은진이 잘 챙겨 주라 해야 하는 거 아니가?”
“그래 은진이 잘 챙겨 주라. 동우 니가 말자 챙겨라.”
“근데 친구야~ 은진이도 성격이 만만치 않겠던데, 억수로 화끈하던디.”
“아니다. 보이기는 그렇게 보여도 억수로 여리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보니 훈련소에 도착했다.
이제 실감이 난다.
‘괜히 지원했나?’ 갑자기 무섭다.
“내 간다.”
“그래. 화이팅. 퇴소식때 올게! 편지해라.”
나는 그렇게 훈련소 문을 들어간다.
“안 일어나나. 일어나서 연병장까지 5분”
조교는 매일을 이렇게 악을 쓴다.
‘씨발~ 누가 요즘 군대 편하다고 했는지. 잡아서 패고 싶다.’ 나는 매일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4주라는 시간이 흐르니 훈련소 훈련도 할 만하다.
자연스럽게 집 생각 앞으로 살아갈 생각을 한다.
모든 걸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훈련소 퇴소를 한다.
의경은 훈련소를 퇴소하고는 경찰 학교에 가서 2주를 더 교육을 더 받아야 자대배치 받기 전에 가족들과 면회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경찰 학교 2주를 교육받고 드디어 수료식 하는 날이다.
부모님이 보인다. 뒤를 은진이가 조심스럽게 걸어온다.
나는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운다.
“그래 훈련은 할만했나?”
아버지는 내 등을 쓰다듬는다.
“네 할만했어요. 아버지는 아프신 데 없죠?”
“그래.”
아버지는 눈시울이 붉어졌다.
엄마는 보따리를 풀기 시작하신다.
“묵으라. 니 김밥 좋아해서, 은진이하고 새벽부터 말았다.”
“오~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은진아 잘 먹을게.”
“많이 묵어라. 이제 자대가면 전화도 마음대로 할 수 있나?”
“신병이 그래도 마음대로 할 수 있겠나? 내가 몰래몰래 전화할게. 근데 몸은 어떻노? 애는 잘 있다나?”
“안 그래도 어머니가 걱정이 많아서 매주 병원간다. 건강하게 잘 있다 카더라.”
“그래. 힘들어도 좀만 참아라.”
“아이다. 니도 군대에서 고생할 거 생각하니깐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말자는 학교 때문에 못 왔다. 그리고 수능도 이제 한 달 밖에 안남아서 어머니가 동우도 못 오게 했다.”
“잘했네.”
방송이 나온다.
이제 면회시간이 끝이다.
교육장으로 모이라고 한다.
“아버지, 엄마 가세요. 은진아 나도 가봐야 겠다.”
“그래 자대 배치 받으면 전화하고.”
“네. 충성”
은진이는 한참을 손을 흔든다.
“자~ 번호가 호명되는 훈련생들은 앞으로 나온다.”
“2번, 55번, 60번, 68번, 70번 .88번 100번”
번호가 호명된 동기들은 의경 복장을 한 선임병은 체크를 하고 데리고 간다.
그렇게 한 조에 7명~8명씩 부르면 각 선임병은 체크 후 데리고 간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 번호가 안 불린다.
주위를 보니 동기가 한 놈만 남았다.
우리는 어리둥절하다.
“11번, 29번”
“네.네”
우리는 대답과 함께 나간다.
무섭게 생긴 선임병이 우리늘 데리고 나간다.
연병장에는 의경 버스가 수십 대가 와서 각 중대 신병을 태워갈 준비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버스가 아니고, 지프에 타라고 한다.
우리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
“승차~”
눈만 뜨면 데모다.
눈 뜨면 닭장 버스에 타기 바쁘다.
의경 버스를 닭장 버스라는 걸 군대 와서 알았다.
닭장 버스에서 밥묵고 대기하다가
“하차~”하면 어디 왔는지도 모르고 각잡고 뛴다.
매일을 이렇게 반복하니 시간 가는 줄 모른다.
32화
“중대 승차! 승차!”
눈을 금방 감은 것 같은데 일어나란다.
“안 일어나나 새끼들아! 승차 방송 안 들리나!”
고참들은 잠도 없는지 언제 일어났는지 벌써 출동 준비를 마치고, 입에서 쌍욕을 발사한다.
“소대! 승차!”
“승차!”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버스에 타면 진압복을 갈아입고, 헬멧을 무릎 위에 올리고. 각을 잡고 앉는다.
‘씨발~ 누가 의경 편하다고 지원해라 했노?’ 잡아서 패고 싶다.
힘든 자세로 앉아도 엉덩이가 의자에 닿으면 졸린다.
이리저리 눈치 보며 살짝 눈을 감다 보면 어디서 누가 때리는지 모르지만 뒤통수를 한 대 맞는다.
“소대! 하차!”
“하차.”
쫄따구들은 방패 든다.
고참들은 봉을 든다.
분위기가 다르다.
냄새부터가 지독하다.
우리가 내리니 저기 끝에서 차례대로 순찰대 중대가 빠진다.
순찰대 중대 애들이 못 막으면 우리가 오는 식이다.
근데 여긴 학교가 아니다.
‘마장동 시장’ 큰 간판이 얼룩진 헬멧 사이로 희미하게 보인다.
“씨발! 시장이다. 마장동 시장이다. 시장 사람들 철거 데모다. 조심해야 한다. 정신 차려라. 대학생 하고 다르다. 아무나 때리면 안 되고, 잘 막아야 한다.”
내 뒤에서 진압복을 잡은 고참이 흥분했는지, 신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들떠있다.
뭔가가 내 앞으로 날아온다.
나는 본능과 훈련으로 익힌 방패술로 막는다.
그런데 방패가 피투성이가 된다.
“잘했어. 선지다. 선지 던진 거 니가 막은 거다. 쫄지마라.”
“네! 알겠습니다.”
방패는 온통 피로 물들였다.
저쪽 끝 소대에서 고함이 들린다
“뒤로 빠져!”
“우리 소대 아니다. 신경 쓰지 마라. 3소대 신병 새끼가 헬멧 뺏긴 거 같다.”
뒤에 고참이 상세히도 중계해 준다.
진압하다 보면 시위대가 방패고 헬멧이고 무작정 뺏어간다고 들었다.
‘씨발~’ 신병이면 내 동기다.
걱정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막다 보면 시위대가 물러난다.
뒤에서 무전 소리가 대충 들린다.
“이동하라”는 것 같다.
한숨 돌린다.
“잘했다. 신병!”
“감사합니다.”
내 뒤를 잡은 고참이 칭찬해 준다.
우리는 닭장 버스 옆에서 두 줄로 마주 보고 줄을 서서 담배 한 대씩 핀다.
정말 꿀맛이다.
“아이~ 씨발~ 또 우리 소대야!”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저기 끝에서 분대장이 소대장 무전을 듣고는 “씨발 씨발”거린다.
대충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2소대, 3소대 애들은 철수하고 중대로 들어가는데 우리 소대는 이동한다는 것 같다.
“소대 승차해서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승차!”
“승차!”
닭장차에는 없는 게 없다.
간단한 사복과 운동화가 항상 있다.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진압복을 갈아입고 사복으로 갈아입는다.
사복을 갈아입어도 누가 봐도 군인들이다.
“지금 청구동으로 간다. 누가 JP 테러한다는 소리가 있어 불심 검문 및 순찰 업무가 떨어졌다.”
소대장님은 짜증이 가득한 말투로 전달한다.
“2인 1조로 움직이는데 조는 ‘방패와 봉’ 알지? 새끼들아! 짱박히지 말고, 무전 잘 받고 알았나?”
“네~ 알겠습니다.”
“야~ 신병~ 전화할 때 있으면 해라.”
“괜찮습니다.”
“괜찮기는 빨리해.”
내 사수 고참은 공중전화카드를 준다.
“자~ 이거로 해.”
“감사합니다. 근데 부산인데 괜찮습니까?”
“하하~ 왜 이 새끼야? 내가 짠돌이로 보이나? 그냥 다 써~”
“감사합니다.”
공중전화부스 안에 들어가서 수화기를 드는데 손이 덜덜 떨린다.
번호를 하나씩 누르는 손은 상처투성이다.
“여보세요”
“충성! 아버지! 아들입니다.”
“그래 아들 괜찮나? 몸은 괜찮나?”
아버지 목소리 듣자마자 터져버린 울음은 멈출 줄 모른다.
“왜? 왜 우노? 누가 괴롭히나? 맞았나? 아들?”
“괜찮습니다. 다 잘해줍니다. 아버지는 어디 아픈 데 없습니까?”
“그래~ 괜찮다.”
“나도 쫌 바꿔줘 보소.~”전화기 너머로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아~ 있어봐라. 은진이 같이 밥 먹고 있는데 바꿔 줄게.”
“내 바꿔 달라는데 와 은진이 바꿔 주는교?” 엄마는 고함을 지른다.
“여보세요.”
“은진아~ 괜찮제? 아픈 데는 없제?”
“응~ 나는 괜찮다. 있어봐라. 어머니 바꿔줄게.”
“여보세요. 아들~ 아이고~ 아들 괜찮나? 어디 안 아프나?”
“괜찮다. 엄마는 아픈 데 없나?”
“없다. 나는 세상 마 편타. 걱정하지 마라. 있어봐라. 은진이 바꿔줄게.”
엄마는 내 목소리 한번 들으려고 그렇게 바꿔 달라고 했나 보다.
“여보세요. 니 지금 어딘데? 이제 전화할 수 있나?”
“아이다. 사복 근무 나와서 고참이 전화해라 캐서 하는 거다.
근데 니 괜찮제? 검사도 계속 받고 있제?”
“그래. 안 그래도 어머니랑 검사받고 밥무고 오늘은 여기서 잘라고.”
“잘했다. 은진아~ 내 이제 전화 끊어야 한다. 아~ 맞다. 말자는 잘 있제? 니가 좀 챙겨 주고 공부도 좀 가르쳐주고 해도.”
“안 그래도 그리한다. 혼날라? 빨리 끊어라. 또 전화해라.”
“응”
그렇게 자대 와서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전화통화를 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새끼야~ 눈물이나 닦아라. 가자.”
나는 한 번의 휴가와 몇 번의 외박을 갔다 왔다.
그사이 나는 계급도 하나 올라갔다. 그리고 나의 공주님이 태어났다. 다행히 아무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
중대에서 포상휴가 3박 4일을 받아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왔다. 군 생활도 적응이 되고, 애기도 잘 크고 있다니 나는 문제가 없다.
말자는 원하는 대학에 원하는 과에 합격했다.
동우는 뒤늦게 공부에 맛을 들었는지 그만하면 괜찮은 대학을 갈 수 있는데 다시 삼수를 택했다.
벌써 군대 온 지 1년 2개월이 됐다.
시간이 참 잘 간다.
이제 1년만 참으면 집에 간다.
1997년 나라가 난리다.
처음 들어보는 IMF라는 게 터졌단다.
여기저기서 데모다.
진짜 이때 군대 왔으면 나는 탈영을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중대 내무실에서 잠을 잔 적이 1달에 5번도 안 된 것 같다.
닭장 버스에서 자고,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씻고 한다.
고참들도 힘들어서 퍼지는데 신병들은 얼마나 힘들겠나 싶다.
힘이 들어도, 편해도 군대 시간은 똑같이 흘러간다
조금씩 사회도 안정을 찾아가는 것 같다.
우리가 내무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 밖이 조용한 거다.
“충성! 면회 왔는데 말입니다.”
“면회가 왔으면 왔지? 왔는데 말입니다는 뭐고?”
행정반에 있는 놈이 뛰어와서 보고한다.
“그게 여자인데, 형수님이 아닌 것 같다는데 말입니다.”
“니가 어떻게 아노? 우리 와이프인지? 아닌지?”
“정문 근무자가 무전이 왔는데 아닌 것 같다고 합니다. 키가 크고 이쁘다고 했습니다.”
“네네. 그럼 우리 와이프는 작고, 못났네?”
“그게 아니지 말입니다.”
“시끄럽지 말입니다, 당직사관님한테 외출증이나 끊어놔 주지 말입니다.”
“여기 있지 말입니다. 외박증. 당연히 형수님인 줄 알고 소대장님께서 1박 2일 외박을 주셨지 말입니다.”
“오호~ 좋았어. 내 올 때 맛있는 거 사 올게.”
말자는 부대 휴게소에서 멀뚱멀뚱 있다.
“야~ 말자야~ 가자.”
“뭔데? 어디가? 왜 사복이고?”
“소대장님이 1박 2일 외박 끊어졌다. 마누라 면회 왔다고 놀다 오라는데? 돈도 3만 원 주던데.”
“무슨 군대가 이렇노? 내 올라가서 말해야겠다.”
“됐다. 가시나야. 가자.”
“그라고. 내가 이제 말자라 부르지 마라 캤지? 이름 바꾼 지가 1년이 다 됐다.”
“알았다. 미안. 근데 니 서울에 무슨 일로 왔노? 내 보러 온 거는 아닐 거고?”
“아버지가 갔다 와봐라 카더라. 사고 치고 있나 없나 보라 카던데? 괜히 왔네. 얼굴에 살찐 거 봐라. 굴려 가겠다.”
“가시나야. 그럴 거면 은진이랑 우리 공주랑 같이 오지? 공주는 잘 있지?”
“네네. 공주는 잘 있다.”
“공주는? 잘 있다? 그럼 은진이는 못 있나?”
“잘...있다.”
“뭐지? 이 대답은? 그건 그거고 우리 뭐 좀 먹자. 내 외박이라도 내일 집회 있어서 오전에 복귀라 오늘 부산은 못 간다.”
“부산을 왜 가노? 왔다 갔다 힘들게. 그래 뭐 먹으러 가자.”
“가시나 이거 이거 수상한데? 니. 사고 쳤나? 오빠한테 말해봐라. 이말자 씨”
“말자라 하지 마라 캤제?”
우리는 가까운 통닭집으로 갔다.
나는 가자마자 은진이한테 호출했다.
“반반에 우리 1700하나 주세요.” 주문을 하고 얼마뒤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0000번 호출하신 분?”
“내다. 어디야? 어딘데 이리 시끄럽노? 집 아니야?”
“어? 근데 이 번호 뭐야? 니가 이 시간에 왜? 외출 나온 거야? 아직 휴가 3달 남았잖아?”
“말자가 면회 와서 1박 2일 외박 나왔어. 근데 집에는 못 간다. 내일 일찍 복귀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