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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Oct 02. 2024

성스러운 사랑 26화

1-26화 변화

 “자~ 받아라.”

 “이기 뭐꼬?”

 “보면 모르나? 편지아이가.”

 “그래 편지는 편지인데 무슨 편지냐고?”

 “선영이가 니 갔다 주라고 하더라. 내 오늘 마치고 선영이한테 갔다 왔다. 괜찮다고는 하던데 모르겠다. 그리고 내일이나 모레 서울 간다 카더라. 내 올라갈게 자라. 그라고 머스마야! 어깨 펴라. 뭐꼬?”

 “말자야”

 “왜? 빨리 말해라. 올라 갈기다. 배 아프다.”

 “배는 또 왜 아프노?”

 “아이~ 진짜 왜? 왜? 부르노?”

 “가시나 배 왜 아프냐고 물어봤는데 지랄이고?”

 “생리한다. 왜? 대신 아파줄래?”

 “아 근데 이 편지 내 안 볼란다. 니가 좀 들고 가서 버리던지 알아서 해라.”

 “이리도, 확 불 지르게 나중에 편지 보여도 하면서 질질 짜기만 해라. 내간다.”

 말자는 두 번 안 물어보고 편지를 뺏어 간다.

 그냥 이렇게 있으면 선영이가 마음 정리 되고 편해지면 올 거라고 믿는다.

 

 “니! 괜찮나? 겨울 방학 동안 뭐 할기고?”

 “뭐 하겠노? 1주일 뒤부터 보충수업 하는데, 그냥 집에 있어야지.”

 “야~ 니는 희한하게 겨울만 되면 쭈그리가 되노? 그렇게 잘 놀고 이리저리 잘 돌아다니더만 겨울만 되면 일이 터지노?”

 “이 새끼 봐라. 니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나? 죽을래. 근데 똥우야?”

 “왜?”

 “아니다. 애들 어디 있다노? 다 온다 카더나?”

 “저기 지하 스타소주방에서 보기로 했다 아이가.”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이기도하고, 철수하고 차돌이가 나름 위로주라고 한잔 쏜다고 한다.

 “오오오~~ 강철수”

 철수가 제일 큰 테이블에 혼자 앉아 있다.

 “빨리 좀 온나. 새끼들아 뻘쭘해 죽을 뻔했다.”

 “다른 애들은?”

 “이제 온다 카던데 차돌이는 일 마치고 온다고 1시간 정도 늦는다고 하더라.”

 “근데 철수야~ 니 대가리 색깔이 왜 이렇노? 너무 노란 거 아니가? 누가 봐도 가스 배달 같다.”

 “빠라빠라빠~~”나는 쥐똥이랑 둘이서 오토바이 타는 흉내를 낸다.

 “아~ 이 새끼 힘들어하고 있을까봐, 걱정이 돼서 술 한 잔 사줄라고 내려왔더니만 지랄이고, 그라고 새끼들아! 이게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이다. 뭘 알겠노? 어린 고삐리 새끼들이.”

 “아, 네. 그래 잘 지냈나? 강 스타일님.”

 “그라면 이 형님이 또 적응력은 짱이다 아이가.”

 

 ‘땅그랑~~’ 가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웃음소리가 들린다.

 병팔이다.

 병팔이는 철수를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삿대질하며 웃기 시작한다.

 “푸하하하~~~ 무꼬 저 새끼.”

 “아 저 새끼 왜 저러노? 조용히 좀 해라 캐라.”

 우리는 병팔이를 진정시킨다.

 “근데 병팔아~ 그게 뭐꼬? 니 기타 배우려 다니나?”

 “응~ 내 요즘 기타 배운다. 두 달 정도 됐다. 뭐 할까? 생각하다가 너그 진성이 형님 알제? 그 형님이 보기에는 삐리 하게 보여도 우리나라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다. 내 그래서 그 형님이 있는 동래에 학원 다닌다.”

 “맞나. 이 새끼 멋진데. 근데 왜 말 안 했노?”

 “지랄 니가 내 만날 시간이라도 있었나? 선영이 때문에...”

 “그래 미안타. 근데 니 쫌 어울린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한잔을 한다.

 “짠~~~”

 철수가 이상하다.

 “야 강철수 니 왜 자꾸 시계를 보노? 바쁘나?”

 “아이다. 바쁘기는 마셔라.”

 

 “땅그랑~~”가게 문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어~~ 여기 여기”

 철수새끼가 입이 찢어진 채 손을 흔든다.

 우리는 돌아본다.

 “오~~ 미자”

 우리 셋은 동시에 입에서 미자이름이 나온다.

 근데 미자뒤에 말자가 따라 들어온다.

 확실히 미자하고 같이 있으니 말자는 미스코리아다.

 나는 말자를 보자마자 고함을 지른다.

 “야~가시나야 니 집에 안 가고 여기 왜 오노?”

 “니는? 미자가 하도 가자 가자 해서 왔더니만, 그라고 강철수! 미자한테 월급 타서 맛있는 거 사줄게 나와라 캤다면서 이게 뭐꼬? 소주가? 애가? 쇠주먹게?”

 철수는 얼굴이 빨개진다.

 “야~ 가시나야 오랜만에 보면서 그러지 마라. 그라고 우리가 애지? 어른이가? 고삐리 주제에~ 그라고 성질 좀 죽여라. 어이구”

 “그만해라. 말자야. 그냥 먹자.”

 “자~~ 말자야 한 잔 받아라.”

 우리의 쥐똥이는 말자가 오자마자 입이 찢어지면서 술잔을 따라준다.

 “똥우야 니는 착해가지고 이런 애들하고 어울리면 안 된다. 물든다.”

 “괜찮다. 짠 하자. 짠~”

 쥐똥이는 말자 앞에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근데 차돌이는 안 오노?”

 “누구? 차돌이? 차영석이? 꺽다리?”

 “응. 그놈아가 와야 다 모이는 거다.”

 쥐똥이는 말자랑 대화가 잘되는 것 같다.

 드디어 차돌이가 왔다.

 무슨 30대 아저씨가 들어오는 줄 알았다.

 키도 큰 놈이 수염까지 안 깎고 누가 봐도 30대 아저씨 같다.

 “친구들아.”

 입구에서 큰 목소리로 손을 흔드는데 쪽 팔려 죽을 거 같다.

 “아 저 새끼 뭐꼬? 쪽팔리게? 근데 뒤에 있는 애는 누꼬?”

 차돌이는 여자아이를 소개해준다.

 “인사들 해라. 현주라고 내 여자 친구다. 그때 안 봤나? 내 시합 때?”

 “아~그 건너편에 혼자 앉아 있던 사람?”

 “응 맞다.”

 “오오~ 앉으세요. 병팔아! 안으로 쫌 땡기라.”

 차돌이는 앉자마자 내한테 물어본다.

 “니 괜찮나?”

 “괜찮다. 니는 어떻노?”

 “내야 똑같지. 할만하다. 힘 쓰는거야 잘한다 아이가. 근데 선영이라는 애는 완전히 갔나? 그라면 니 마산에 그 누나 이제 만나나?”

 “이 새끼 뭐라노? 오자마자 뭔 개소리고?”

 애들이 전부 놀래서 눈치 없는 차돌이를 말린다.

 “헛 소리하지 말고 술이나 쳐드세요. 니 여자 친구나 소개해봐라.”

 “그래. 여기는 김현주 우리보다 한 살 어리다. 학교는 부산미용고등학교.”

 “그런 학교가 있는지 몰랐네? 아무튼. 반갑다... 요. 미용학교면 스타일을 잘 아시겠네요? 저기 저 우리 친구 노란 머리 스타일이 어떤가요?”

 “그만해라. 새끼야~”

 철수얼굴이 또 빨개졌다.

 그렇게 우리는 처음으로 고2 겨울 크리스마스이브 때 다 모였다.     


 나는 조금씩 참고 견디는 법을 배운다.

 하루하루 버티고 참는다.

 이제는 조금씩 참는 방법을 터득한 것 같다.

 아니다. 참는 방법을 터득한 것이 아니라, 참을 수밖에 없다.

 선영이는 그렇게 연락이 없다가 삐삐번호마저 바꿔버렸다.

 그리고 선영이 집도 급하게 처분하고 이사를 갔다고 한다.

 나는 선영이를 먼저 찾을 길은 없는 것 같다.

 지금처럼 기다린다.

 사람을 잊는다는 게 익숙해지는 게 아니라 그리움을 조금씩 잊어간다고 했다.

 나는 잊어갈까봐 무섭다.

 

 “이야! 이제 고3이다. 좋은 날 다 갔다. 죽어라고 공부해야 되는데 공부가 되겠나?”

 “공부는 포기해야 안 되겠나? 어떻게든 대학은 갈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자.”

 고3 첫 등교날이다.

 여전히 내 옆에는 쥐똥이 있다.

 국민학교 6학년 때 이후 쭉 같은 중학교 고등학교 다녔지만 같은 반을 한 번도 된 적이 없었던 쥐똥이랑 고3 때 나의 학창 시절 마지막에 같은 반이 되었다.

 점심시간 맞춰서 기다려서 같이 밥 먹을 필요 없고, 같이 땡땡이치기도 편하고 좋다.

 “아이 씨발! 뻥장군이 우리 담임이란다.”

 “맞나? 왜? 나는 그 샘 좋던데! 남자답다 아이가? 재미도 있고.”

 “좋기는 내 2학년 때 야간 자율학습 시간 도망가다가 잡혀서 열나게 맞았다. 죽는 줄 알았다. 아무튼 난 그 새끼 별로다.”

 쥐똥이는 입에 거품을 물고 흥분한다.

 “맞나? 걱정하지 마라. 이 형님이 보호해 줄게. 형님한테 잘해라. 하하하”

 “지랄! 니나 잘하세요.”

 

 ‘쿵’ 교실 앞문이 열리더니 키 185에 100킬로 넘는 거구가 들어온다.

 뻥장군님이시다.

 매번 볼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장군이다.

 “다들 반갑다. 알제! 내 성격 건들지 마라.”

 헉! 저 말이 고3 학생들에게 담임 선생님이 말한 첫마디다.

 “보자! 이놈들! 누가 내 새끼가 됐는지.”

 2학년 때 지리 과목을 맡았으니 애들 얼굴은 익숙할 것이다.

 뻥장군님은 출석부를 보고 애들 얼굴을 찾는 듯 두리번거린다.

 “그냥 부르면 될 것을 왜 저러냐?”

 나는 쥐똥이에게 속닥거린다.

 “우리 반에서 누가 제일 꼴통이고? 누가 제일 잘 치노?”

 미쳤나 보다. 담임쌤이 첫날부터 왜 저런지 모르겠다.

 애들이 두리번거리면서 구시렁거린다.

 “누가 제일 잘 치노?”

 뭘 자꾸 치는지 물어본다.

 쌤이 조금 굵은 목소리로 묻는다.

 그런데 애들이 나를 쳐다본다.

 옆에 앉은 쥐똥이 새끼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킨다.

 “이야! 김 꼴똥이가 우리 반이었네?”

 담임 선생님은 나를 손가락을 일어나라는 식으로 까닥거린다.

 “내가 왜 김꼴통인데?”

 나는 일어나면서 쥐똥이 쳐다보면서 말한다.

 쥐똥새끼는 웃고 있다.

 “나와봐라. 김꼴통!”

 나는 어스렁 걸어 나간다.

 “자! 인사해라. 니가 오늘부터 우리 반 반장이다.”

 “예? 쌤요 안 되는데요. 반장 못하는데요.”

 “왜? 왜 못하노? 손이 없나? 발이 없나? 한 대 맞고 할래?”

 “아이씨~잘 부탁한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인사한다.

 애들은 웃고 난리다.

 쥐똥이새끼 웃음소리가 제일 크다.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반장을 걸쳐서 전달해라. 알았나!”

 “네”

 “이상! 조회 끝! 꼴통 반장 내 따라온나.”

 

 나는 뻥장군님 뒤를 졸졸 따라 교무실로 간다.

 “니! 앞으로 잘해라. 반장으로서 모범을 보이면서 잘해라. 그라고 인마 반장하면 나중에 대학 갈 때 뿔라스된다.”

 “진짜입니까? 뻥 아니지예?”

 “아 이 새끼 내가 뻥을 왜 치노?”

 쌤도 별명이 뻥장군님이신거를 아시면서 저런 말을 하신다.

 나는 교실로 돌아왔다.

 “야! 쌤이 뭐라데?”

 “어. 니 관리 잘해라 하더라.”

 이렇게 나는 반장이라는 직급을 차지하게 되었다.

 반장이라 야간자율학습을 도망을 못가는 게 제일 힘들다.

 덩달아 쥐똥이도 도망을 못 가고 우리는 책상에 엎드려 도장을 찍는다.

 

 “반장! 나는 오늘부터 야간 자율학습 안 하기로 했다. 샘한테 허락받았다. 내 간디.”

 “어~ 맞나? 가래이~”

 나는 다시 엎드린다.

 ‘왜? 가지? 왜 안 하기로 했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야~ 주호야~ 최주호!”

 저기 계단을 내려가는 주호를 불려 세운다.

 주호는 1학년때 같은 반을 했던 친구라 친하지는 않아도 알고 지내는 사이다.

 “어~ 왜?”

 “바쁘나? 뭐 좀 물어보자?”

 “말해라.”

 “니 근데 왜 야자 안 하는데? 샘한테 뭐라 말했는데?”

 “아~ 내 2학년때부터 체대 준비 했거든. 그래서 마치면 따로 체대 준비 학원 간다.”

 “체대 준비 학원? 그런 곳도 있나? 근데 니 운동부 아니잖아? 그래도 체대 갈 수 있나?”

 “체대를 가는 게 아니고 체육학과를 가는 거지. 그리고 단증 있으면 기본 점수 올려주고 실기만 잘 보면 수능 어느 정도만 치면 괜찮은 대학교 체육학과 간다.”

 “맞나? 니 무슨 운동했었는데?”

 “내 어릴 때부터  뭐 유도하고 태권도하고 그런 거 좀 했다.”

 “어~ 그러면 태권도 단증 뭐 그런 것도 점수에 뿔라스 되나?”

 “된다. 내신 조금 받쳐주고 실기 잘 치면 충분히 갈 수 있지?”

 “니? 반에서 몇등하노? 평균?”

 “내도 못한다. 보통 25등?”

 “씨발 존나 잘하네. 아니다. 가래이~ 낼 보자.”

 “그래 수고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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