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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7시간전

달코 오빠  5화

천방지축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주인아저씨가 안 온다.     

 나는 산 쪽을 향해 주인아저씨를 부른다.     


 “헉! 아~~”     

 순간 발을 헛디뎠다.     

 발이 살짝 삔 것 같다.     

 “아이~씨발! 어쩌지, 뛸 수도 없고. 아~”     

 나는 내려왔던 산길을 뒤돌아 봤다.     

 멈춰서 뒤돌아 보니 확실하게 보인다.     

 엄마 멧돼지, 아기 멧돼지 2마리다.     

 내가 멈춰서 뒤돌아 보니 이 녀석들도 멈춰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등줄이 오싹하다는 게 이런 느낌인가 보다.     

 혼자 말하기 시작한다.

     

 “씨발~~ 이렇게 죽나? 죽기야 하겠나?”     

 혼자 구시렁거리면서 손에 쥔 나무를 더욱 꽉 쥔다.     

 “덤비라! 돼지 새끼들아! 내가 지금 몸이 이래도 사체과 나온 놈이다.”     

 그러면서도 한 발짝도 못 움직인다.     

 신기하게도 내가 멈춰서 째려보니 멧돼지들도 꼼짝하지 않고 그냥 째려보는 거다.     

 1초가 얼마나 길게 느껴지고 무서운지 온몸이 떨리는 게 느껴진다.     

 그렇게 우리는 50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기싸움이 벌어진 거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엠버’ 울음소리다.     

 엠버 짖는 소리가 조금씩 가까워질 때 또 다른 개 울음소리가 들린다.     

 이건 바로 윗집 ‘망고’ 울음소리다.     

 엠버가 짖으니 망고가 따라 짖었는지 멧돼지 냄새가 나서 짖었는지 모르겠다.     

 엠버, 망고가 돌림노래처럼 짖기 시작한다.     

 그러자 망고 윗집 진돌이, 진순이 부부가 짖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늑대의 울부짖는 소리와 흡사한 야끼의 울음소리까지 들린다.     

 동네 개들이 다 짖는다.     

 귀가 멍하다.     

 내가 이렇게 시끄럽게 느끼는데 멧돼지 녀석들도 어쩔 수 없을 거다.     

 그렇게 한참을 나를 째려보던 녀석이 등을 돌리는 거다.     

 멧돼지 녀석들이 사라지는 걸 확인하니 순간 다리에 힘이 쭈욱 풀려 주저앉는다.     

     

 쩔뚝거리면서 조금 내려오니 엠버가 뛰어오고 있다.     

 달코는 안 보인다.  

             

엠버


 달코 오빠 5화     

     

 “우와! 오빠는 어찌 집에만 가만히 있었는데?”     

 “언제?”     

 “아까 주인아저씨 안 내려와서 다시 산에 올라갈 때? 나는 뒤따라 올 줄 알았는데 안 오데?”     

 “아이다. 내 니 안 보일 때 뒤따라 갔다.”     

 “됐다. 어이구! 잠이나 자라”     

     

 “오빠야, 오빠가 또 내 껌 씹었지! 오빠꺼는 저기 구석에 숨겨놓고 왜? 내꺼 먹는데! 진짜 쫌!”     

 “가시나야 니는 덩치가 크다고 주인아저씨가 4개씩 주고 나는 1개만 주잖아. 그러니깐 내가 니꺼 좀 먹으면 어떻노? 이 돼지 새끼야.”     

 “뭐라고 돼지? 이 땅꼬마 누더기야.”     

 아침부터 달코오빠랑 한바탕 싸운다.     

     

 “엠버 누나야! 놀자”     

 밑에 집 '트롬푸' 다.     

 트롬푸가 테라스 밑에서 부른다.     

 “못 논다. 주인아저씨 어디 갔다. 밤에 온다 캤다.”     

 그 말을 듣고는 쌩하고 위로 올라간다.     

 “저 트롬푸 새끼 또 밑에 집주인 영감님한테 혼나는 거 아니가?”     

 “몰라~~땅꼬마야!”     

 나는 아직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다.     

     

 “트~ 롬~ 푸~”     

 동네가 떠나갈 듯 들린다.     

 밑에 집주인 영감님이 부르는 소리다.     

 “트 롬 푸~”     

 한참을 불려도 트롬푸는 안 온다.     

 그러자      

 “야! 이 아배 새끼야! 너그 아들 찾아 온나!”     

 가만히 있는 아배 아줌마한테 화내는 소리가 들린다

    

트롬푸


 “엠버야~ 트롬푸 어디로 가더노?”     

 “앗! 아배 아줌마 안녕하세요~~”     

 “그래 트롬푸 못 봤나, 이놈의 손이 밥시간 때만 되면 기어 나가서 안 오노!”     

 “저 위로 갔어요.”     

 나는 트롬푸가 갔던 곳을 향해 말했다.     

 “그래 고맙다.”     

     

 나는 아배아줌마를 좋아한다.     

 우리 동네에서 최고로 어른이다.     

 키도 크고 다리도 날씬하다.     

 그래서 이 동네 저 동네 아저씨들한테 인기도 많다.     

 예전에 달코오빠도 고백했다가 차였다.     

 어리고 작다고 차였다.     

 그래서 달코 오빠는 아배 아줌마를 똑바로 못 보는 것 같다.     

 아직도 좋아하는지 모른다.     

 아배 아줌마는 벌써 아이를 두 번이나 낳았다.     

     

 ‘우리 동네 골통 천방지축’ 트롬푸가 두 번째 임신해서 나온 아이다.     

 동생들은 다 입양 보내고 트롬푸만 남았다.     

 이제 5개월 됐다.     

 동네 골통이다.     

 동네 안 가는 집 없고, 닭장이고, 비닐하우스고,     

 완전 개판을 만들고 다닌다.     

 동네 사람들이 항상     

 ‘이놈의 트롬푸야 철 좀 들어라’ 매번 고함을 지른다.     

 트롬푸는 아배아줌마랑 똑같이 생겼다.     

 병원에서 트롬푸 아빠랑 만났다고 했다.     

 트롬푸도 아빠가 누군지 모른다.     

 나는 아배 아줌마가 멋지고 좋다.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     

 근데 나는 살이 찌고, 엉덩이가 크고, 다리도 뚱뚱하다.     

 그래서 인기가 없는지 모르겠다.     

 아배 아줌마는 싸움도 잘한다.     

 아마 달코오빠도 질 거다.     

     

 나는 봤다.     

 몇 달 전 우리 집 마당으로 족제비 녀석이 내려와     

 나는 어찌할 줄 몰라 짖고만 있었다.     

 달코 오빠는 무서운지 방에만 처박혀서 나올 생각도 안 하고     

 나는 너무 무서웠다.     

 저 녀석은 점프도 잘해서 이 정도 테라스는 넘어올 텐데     

 동네 사람들 이야기로는 어제도 족제비가 내려와     

 옆집 닭도 잡아가고 난리였다고 했다.     

 무서웠다.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다.     

 살짝 뒤로 몸을 기울인 채 점프를 하려는 것 같았다.     

 

 에잇 모르겠다.     

 나는 눈을 감았다.     

 갑자기 "찌이찌익 찍찍" 소리가 난다.     

 놀래서 눈을 떠보니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아배 아줌마가 족제비 목덜미를 물고 우리 집 마당을 가로지어가고 있었다.     

 너무 멋있었다.     

 아배아줌마처럼 늙어 가는 게 내 소원이다.

                   

아배


 “트 롬 푸”     

 아배 아줌마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부르고 있다.     

 “이 새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건지?”     

 아배 아줌마가 투덜대며 내려오고 있었다.     

 “아줌마 트롬푸 못 찾았어요?”     

 “응. 보이면 집으로 빨리 가라고 해라!”     

 “네~아줌마 내려가세요.”     

 아배 아줌마가 가고 나는 달코 오빠를 쳐다보니     

 달코 오빠가 테라스 틈 사이로 아배 아줌마를 훔쳐보고 있었다.     

 “으이구~ 아직도 좋아하나?”     

 “아니다. 가시나야.”     

 툭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더니 돌아누워 버린다.     

     

 “그래 최사장아~ 트롬푸 그 새끼 꽉 잡고 있어래이.”     

 밑에 집주인 영감님이 통화하면서 몽둥이 들고 올라간다.     

 그 뒤를 힘없이 아배 아줌마도 졸졸 따라간다.     

 아마도 트롬푸가 최 사장님 집에서 난장 부리다가 잡혔나 보다.     

 오늘 트롬푸 많이 맞겠다.     

 걱정된다.     

 “이 새끼 한 번만 더 담 넘어가 돌아다니면 진짜 저 멀리 보내뿐다.”     

 트롬푸가 잡혀 내려온다.     

 많이 맞지 않았는지 잡혀 내려오면서도 나를 보고 웃는다.     

 ‘저 꼴통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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