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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니왕 Nov 18. 2024

달코 오빠 4화

도망

 새벽 몇 시가 됐는지는 모르지만 아직 깜깜하다.

 순간 하얀 무엇이 보였다.

 나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서서히 다가온다.

     

 “오빠야 누가 왔다.”     

 “이 새벽에 누가 오노. 자라.”     


 “누가 왔다니깐 사람이다.”     

 “누가 왔....”

     

 “달코, 엠버! 잘 있었나?”     

 “할아버지?”     

 “그래 잘 있었제”     

 

 이러면서 현관문 쪽으로 가더니 사라졌다.     

 나는 무서웠다.     

 

 “오빠야?”     

 나는 무서워서 달코 오빠한테 붙어서 물어봤다.     

 

 “혹시 주인아저씨 아빠가?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고, 안 했나?”     

 “맞...다.”     

 달코 오빠는 덜덜 떨고 있었다.


 갑자기 춥다.     

 ‘뭐지 왜 이리 춥노’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고 옆으로 돌아눕는데     


 “아빠? 아빠가 왜 여기 있노? 언제 왔노!”     

 내 옆에는 아빠가 나를 웃으며 쳐다보고 있다.     

 

 “우리 아들 잘 있었제? 내가 우리 아들 못 보고 가서 이렇게 왔다.”     

 “아빠! 미안해. 내가 사고만 쳤지.”

     

 “아이다. 우리 아들 멋진 아들이었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그러면 꿈인가?     

 꿈이 아니다.     

 그렇게 못 본 것이 한이 맺혔는데 보고 싶었던 마음보다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움직이고, 고함을 치려 해도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말 한마디가 나오지 않았다.

    

 “아들아! 잘 지내고 너그 엄마한테 잘해라. 이제 진짜 간다.”     

 “아.. 빠.”     

 그렇게 사라져 버리고 몸이 조금씩 움직여진다.     

 눈가에는 눈물자국이 남아있다.     

 나는 시계를 본다.     

 3시 30분이다.      

 다시 자려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     

 너무 생생하다.     

 아버지의 모습은 편안해 보였다.     


 나는 일어나 테라스 불을 켠다.     

 테라스에 앉아 캔맥주를 따서 옆에 두고는 아버지를 떠올려 본다.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분명 보고 싶은데 얼굴이 생각나지 않는다.     

 함께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추억이 없는 것 같다.     

 나는     

 그날 마음껏 소리 내어 울었다.                    

     



달코 오빠 4화     


 “달코야! 놀자.”     

 나는 소리 나는 쪽으로 가서 팔을 뻗어 걸쳐서 보니 감자 아저씨다.     


 “오빠야 감자 아저씨인데?”     

 달코 오빠는 키가 작아서 테라스 밖을 잘 볼 수가 없다.     

 사이사이 틈새로 본다.     


 “저기 컨테이너 근처 풀밭에서 보자 캐라. 좀 있으면 주인아저씨랑 거기로 산책 갈 거 같다고.”     

 나는 달코 오빠가 시키는 대로 말했다.     


 “알았다. 거기서 기다릴게.”     

 감자 아저씨는 놀 생각에 신이 났는지 꼬리를 힘껏 돌리면서 사라진다.     

     

 

 “어? 오빠야 오늘은 그쪽으로 산책 안 가는가 보다.”     

 “하하~ 감자 새끼 눈 빠지게 기다리겠네.”     

 산으로 가는가 보다.     

 나는 뒷산 올라가는 걸 좋아한다.     

 거기는 낙엽에 뒹굴고 곳곳이 내 놀이터다.     

 산 입구에 들어서자 주인아저씨는 목줄을 풀어준다.     

 쌩~하고 산으로 올라간다.

      

 달코 오빠는 뛰는 게 꼭 토끼 같다.     

 달코 오빠는 전력 질주를 해도 내가 천천히 뒤따라가도 충분하다.     

 나를 따돌리려고 이리저리 잽싸게 뛰어가고     

 숨고 하는데 나는 조그만 움직여도 따라잡고 잘 보였다.               


 중턱쯤 올라와서 아래를 보니 주인아저씨는 헉헉거리며 어디서 주웠는지 나무를 지팡이 삼아 이리저리 집고올라오고 있었다.     

 11월인데 제법 춥다.     

 바람도 많이 불고 겨울인가 보다.     

 낙엽 사이사이에 숨어 있는 달코 오빠 뒤쪽으로 가서 덮쳐야겠다.     

 나는 살살 걷는데 어디선가 '킁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달코 오빠가 나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엠버야 거기 가만히 있어 오지 말고 조용히 있어.”     


 나는 본능적으로 엎드렸다.     

 조용했다.     

 바람 소리 사이로 다시 '킁킁' 소리가 들린다.     

 뭐지 무서워진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다.  

   

 “엠버야! 뛰어!”     

 

 달코오빠는 이 말과 항께 밑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쏜살같이 튀어나간다.     

 나는 순간 얼음이 됐다.     

 달코오빠가 올 줄 알았다.     

 근데 언제 저까지 내려갔는지 희미하게 보인다.     

 

 정신 차려 보니 멧돼지 가족이다.     

 내가 태어나기 전에 미실이라는 언니가 산에서 놀다가 물려서 죽었다고 양파 아줌마가 이야기해 줬다.     

 나는 정신을 차려야 했다.     

 나도 모르는 순발력과 질주 본능이 살아났다.     

 잽싸게 달코 오빠가 향하는 쪽으로 뛰었다.

     

 정신없이 뛰어내려 가 보니 주인아저씨가 올라오고 있었다.     

 큰일이다.     

 주인아저씨도 위험할 텐데 어쩌지 하는 찰나 나는 그냥 주인아저씨를 지나쳤다.     

 등 뒤에서 고함지르며 빠르게 따라오는 게 느껴진다.     


 “엠버! 달코! 어디 가노. 이 새끼들아!”     


주인아저씨도 멧돼지인지 알고 뛰어서 내려오는지는 모르겠지만     

뛰어오는 것 같다.     

     

달코 오빠는 보이지가 않았다.     

어떻게 저렇게 빠른지 모르겠다.     

'배신자'혼자 중얼거리며 길가까지 내려왔다.     

안심하면서 숨을 고르고 집으로 걸어갔다.     

대문 앞에 헉헉거리며 엎드려 있는 달코 오빠가 보인다.     

나는 혼자 도망간 달코오빠가 얄미워 떨어져서 엎드려 주인아저씨를 기다렸다.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주인아저씨가 안 온다.     

나는 산 쪽을 향해 주인아저씨를 부른다.

달코.엠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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