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부터 내려다 시작한 브런치의 이유
브런치 작가 신청이 통과된 이후, 반년 만에 첫 글을 씁니다. ‘나’를 담은 글을 모아 책을 만들고 싶어서, 글을 끄적이고, 글을 엎고, 글을 뽑아내고, 글을 지우기를 여러 번 했습니다.
원래 브런치에 작가 신청 후 통과되던 때까지는, 번아웃이 온 한 청년의 시각을 에세이로 풀어낼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생의 전 무슨 안 좋은 사람이었는지, 제 자신의 힘듦을 곧이곧대로 남 앞에 나열하는 것에 채무감을 느끼는 저주를 받았나 봅니다. 부끄럽고 괜히 남도 맘 무거워지는 것 같아 에세이는 시작도 잘 되지 않았던 겁니다. 날 담은 책 안에 그런 솔직한 감정의 글을 적나라하게 쓰는 게 잘 되지도 않을뿐더러 더 좌절하게만 되더라고요.
그래서 에세이가 아닌 다른 글, 그리고 항상 써오던 글, 시로 노선을 바꿨습니다. 지금(2024.10.1.) 이 브런치를 아무도 구독하고 있지 않지만, 시집이란 책을 늦게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위 글에는 제가 시집을 쓰게 된 이유, 즉 목적어가 빠져있습니다. 그건 바로 ‘퇴사‘입니다. - 퇴사라 하면 이젠 직장인 누구나 겪는 감정응축물이 터지는 흔한 인생의 여러 이벤트 중 하나일 겁니다. - 하도 많이 자신의 감정적 어려움을 퇴사에 빗대는 사람이 많아 제 자신도 ‘나만 힘든 게 아닌데 글까지 쓰는 건 유난인가?’ 싶게 머쓱하기도 했습니다. 더구나 전 다시 일터를 마주하기 힘들어 퇴직금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고정적인 일 대신 아르바이트 같은 것들로 밥벌이 시간을 충당했습니다. 그러니 ‘퇴사’로 시작된 글이 요즘 독자에겐 뻔하고 피곤할 법도 하여 ‘요즘 젊은것들 끈기도 없고 허튼 시간만 보낸다’고 누군가는 혀를 찰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렇게 11개월을 지내왔습니다.
그 기간 동안 전 꾸역꾸역 글을 시로 쓰게 되었습니다. 퇴사를 결정하기 전후로 느낀 감정, 그걸 직접적으로 쓰고 보이기 민망하여 시라는 색안경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들이 모여 하나의 시집이 되었습니다. 거기엔 각 시를 쓸 적에, 시를 다시 읽어보니, 시를 쓰기 전에 느낀 구름 같은 생각들을 코멘트로 달아놨습니다. 그 코멘트들과 또 코멘트를 쓰며 하고 싶던 이야기를 이 브런치에 싣고자 합니다. 여기 올라오는 글들을 읽어보시다가 혹시 ‘저 생각들이 어떤 시가 되었을까’ 호기심이 든다면, 한 번쯤 제 시들에 관심이라도 가져주시진 않을까 기대도 해봅니다.
브런치에서 연재되는 글은 시집과는 별개의 콘텐츠입니다만, 가끔 시 원문 일부가 실릴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프리퀄이기도 하고 스핀오프이기도 합니다.
시집 <봄도 없이 가을은 가고>는 아직 출간 전입니다.
(24.10.04) 출판사 휴업 이슈로 책 출간이 무기한 보류되었습니다. 연재 할 글은 별개의 콘텐츠라 관계 없이 업로드 됩니다. 출판사 휴업 종료가 되고 출간 되는 대로 다시 알려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