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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정 Sep 18. 2024

셀피시노마드, 나의 인생 선언문

50대, 나는 어쩌다 이런 내가 되었을까?

거울을 가만히 드려다 본다. 

익숙하지만 낯선 얼굴. 


유치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 대학원 졸업 사진들을 보면 볼살도 있다가 없어지고, 없었던 눈가 주름도 생기는 등 세월의 흔적들이 여실히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건 눈빛. 약간은 반항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뭔가 대단한 인생의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소위 말하는 성공을 이룬 것도 아닌데 내 눈빛은 어릴 적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누군가는 사람을 돕는 일이 기뻐서 직업도,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인생의 여정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는데,

나는 뭔가 특별히 기쁜 것도 그렇다고 딱히 싫은 것도 없이, 그 당시 시점의 선택들이 모여져 현재 내가 있을 뿐이다.


돌아보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지혜로웠다면 그리고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더 나은 모습으로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

그때 그 시점에서 내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후회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인생이라는 게 어떤 시점에 내가 뚝 떨어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게 아닌 이상, 과거의 인연들 가족들, 그리고 복합적인 환경들이 모여 나를 구성하고, 그러한 구성들에 의해 선택을 하고 다시 또 현재, 미래가 만들어지니 그걸 속된 말로 팔자라고 해야 하는지, 이미 정해진 길인지 알 수가 없다.



어릴 적 나는 내가 무척 싫었다. 유달리 병약해서 학교도 제대로 가지 못하고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항상 나를 데리고 다녔다.

학교도 많이 빠지고, 건강하지 못한 나를 반 아이들이 좋아할 이유가 없으니, 왕따를 당하고 늘 외톨이였다.


친구가 없던 나는 아버지 서재 책상 밑에 숨어서 책을 읽고 공상에 나래를 폈다. 공상 속에 나는 예쁘고 똑똑하고 건강하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그런 모습 말이다. 그럴 때는 정말 신이 났다. 그런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고 싶었던 어릴 적. 아무리 상상해도 그 모습은 되지 못했다.

그리고 나이가 들고 현실을 마주하며 더 이상 될 수 없음을 알기에, 나의 공상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올라가며 자연스럽게 멈췄다.


그리고 지금, 눈빛은 같으나 내가 꿈꾸던 내 모습이 아닌 평범한 중년의 여자가 있을 뿐이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지라고 아주 거창한 목표도, 야망이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어쩌면 지금의 내 모습은 부단히 노력했지만 좌절과 성공의 그 어딘가 어정쩡한 그 사이에 머물고 있다.


30년 전 그때, 지금의 내 모습을 나는 원했을까? 아마 그 시점에 문제들과 일로 몇 십 년 후의 나를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매일을 살아내고, 그렇게 하루하루가 쌓여서 지금에 내가 있을 뿐이다.


장기적인 목표와 인생의 가치보다, 먹고사는 문제와 여러 가지 인생의 대소사를 해결하면서.


그런 의미에서라면 지금 이렇게 살아내고 있는 나 자신을 그냥 어떤 이유 없이 

"괜찮아. 잘했어. 잘 살아냈어. 그 모습이 무엇이든. 수고 많았어... " 이렇게 칭찬을 해 주고 싶다.

"나는 어쩌다 이런 내가 되었을까?"라고 자조적인 어투나 한탄이 아니라.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인생의 쓴 맛과 단 맛도 겪었으니 조금은 지혜로운 선택과 인내로, 앞으로 10년의 과정은  내가 원하는 내 모습이 되고 싶다.


그래서 10년 이 지난 어느 날, 가만히 거울을 드려다 보았을 때,

방긋 웃으며. "잘했어. 멋지다! 훌륭해"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모습으로.

낙담도 근거 없는 희망도 아닌, 현실에 발을 딛고 한발 한발 노력하며 그렇게 내가 그리는 내 인생의 목표를 향해서 가고 싶다.


"나는 어쩌다  이런 내가 되었지?" 이렇게 기쁘게 말하면서 말이다.



이번 인터뷰 주인공은 "나는 어쩌다 공무원이 되고, 대안 학교를 세웠을까?" 그녀는 인생을 순응적으로 산 것 같지만,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평범하지만 비범한 인생을 살아낸 여성의 이야기다. 


그래서 글을 쓰는 내내 "나는 어쩌다 이런 내가 되었을까?"에 대해 내 인생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여러 가지 역할을 감당하면서도 자신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잘 살아낸 그녀의 인생을 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이제는, 나를 너무 몰아붙이지 않겠다고, 무엇보다 사랑하고 아끼고 다독거리겠다고. 

그래서 그런 마음으로 다른 사람도 사랑하고, 넉넉한 마음과 따듯하고 다정한 눈빛을 가진 사람으로 살겠노라고.


[셀피시노마드 뉴스레터 링크]

https://maily.so/selfishnomad/posts/e4c842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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