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의 질문

“파주에서 수원까지 정말 다닐 수 있겠습니까?”

by 드림맥스


MBA 면접실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 자리에 앉는 동안, 나는 주변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나 포함해서 총 다섯 명이 같은 조로 면접이 진행되었다. 테이블의 위치, 의자의 간격, 정리된 서류 더미들. 나는 낯선 공간에서 정적을 유난히 또렷하게 느끼고 있었다. 말 한마디, 의자 끄는 소리 하나까지도 평소보다 크게 다가왔다. 몇 가지 질문이 오갔다.


지원 동기, 그동안의 경력, MBA를 통해 얻고 싶은 것들. 나는 준비해 온 말들을 차분하게 꺼냈다. 과장하지 않으려 애썼고, 그렇다고 스스로를 축소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저 지금의 나를 가능한 한 솔직하게 설명하려 했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회사 면접관으로서가 아니라 면접받는 자리에 앉아 있는 내가 어색했다.


말은 하면서도 나는 계속 나 자신을 살피고 있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내가 흔들리고 있는지, 아니면 중심을 잡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한 교수님이 잠시 말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았다. 질문이 끝났다는 신호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더 묻기 위한 침묵 같기도 했다. 그리고 곧, 조용한 목소리로 질문이 이어졌다.


“파주에서 수원까지면 거리가 꽤 먼데요. 2년 동안 잘 다닐 수 있겠습니까?”


그 질문은 예상과 조금 달랐다. 합격 여부를 가르는 날카로운 질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현실을 함께 확인하려는 어조에 가까웠다. 그렇지만 그 질문은 내 고민을 정확히 찔렀다. 순간 나는 준비해 둔 답변들이 머릿속에서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 질문은 단순히 거리만을 묻고 있지 않았다.


‘정말 가능한가.’


면접관보다 먼저, 이미 내 안에 자리하고 있던 질문이었다. 나는 그동안 이 질문을 수없이 떠올렸지만, 끝까지 마주하지는 않았다. 지도 앱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지만, 누군가에게서 이 질문을 다시 듣는 순간 그 무게는 달라졌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은 유난히 길게 느껴졌다. 밤마다 지도 앱을 들여다보던 시간, 가야만 한다며 스스로에게 말하던 순간들, 그리고 그 말을 믿어도 되는지 끝없이 되묻던 나 자신을 떠올렸다. 이 선택이 쉬운 길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했다. 체력도, 시간도, 일상의 리듬도 모두 달라질 것이다. 감당해야 할 부담이 적지 않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그날의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 질문 덕분에, 마음속에 흐릿하게 떠 있던 마음이 더 분명해졌다. 나는 교수님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도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은 즉흥적인 대답이 아니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해야 하는 인식에 가까운 말이었다. 나는 이 선택이 나를 편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다만,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나는 더 오랫동안 나 자신을 외면하며 살아가게 될 것만 같았다. 그 사실만큼은 분명하게 느끼고 있었다.


교수님은 그래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면접은 그렇게 흘러갔다. 분위기는 다시 차분해졌고, 질문과 대답이 오갔지만, 통학 거리 질문은 끝까지 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합격 여부보다도, 내가 어떤 사람으로 이 자리에 앉아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게 만든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면접실을 나와 복도를 걸으며,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어차피 MBA는 내게 필수적인 과정은 아니었기에, 합격 여부에 목을 매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지만 어렵게 마음먹었던 그 과정이 순간 혼란해졌다.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나는 이미 한 가지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내가 이 길을 선택했다는 것 말이다.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서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 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만약 떨어진다면,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 길이 나와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가벼워졌다. 처음으로 결과에 덜 매달리고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합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미 이 면접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인정할 수 있었다. 이 면접은 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나를 다시 선택하는 자리였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휴대폰 화면에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문자는 예상보다 담담하게 도착했다. 짧은 문장, 정중한 표현. 알림을 확인한 뒤에도 나는 화면을 몇 번이나 다시 확인했다. 혹시 놓친 문장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미를 잘못 읽은 것은 아닌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다. 하지만 내용은 변하지 않았다. 합격 통보였다.


특별한 환희는 없었다. 소리를 지르거나 누군가에게 바로 알리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대신 숨을 길게 내쉬게 되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몸 안 어딘가에 쌓여 있던 무게가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쁨보다는 안도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이제 시작이구나.’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합격은 통과의 의미였지만, 동시에 현실의 문을 여는 열쇠였다. 상상 속에서만 머물던 가능성이 실제 일정과 책임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더 이상 고민만 하며 머물 수 있는 단계는 끝났고, 이제는 선택한 길을 살아내야 하는 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등록 안내 메일을 열어보았다. 등록금, 수강 일정, 오리엔테이션 일정 안내. 문장을 하나하나 읽을수록 마음은 차분해졌고, 동시에 조금씩 무거워졌다. 숫자와 날짜가 구체적으로 적혀 있을수록, 이 선택이 더 이상 관념이나 결심이 아니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이전 06화파주에서 수원까지의 결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