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MidnightBlue
Apr 23. 2024
무심코, 주의를 기울이면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직도 많다
봄이다, 라는 것을 이제는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계절이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던 쌀쌀함도 어느새 차츰 옅어져 가고, 점심식사 후 커피를 사러 나가는 짧은 산책길엔 더운 기운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봄의 존재감을 확연히 각인시켜 주는 것은 아무래도 봄꽃이 아닐까 싶다. 지난주, 생각보다 집 앞 벚나무 몇 그루가 본격적으로 흐드러져 있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주는 어느새 만개에 가까운 나무들이 늘어났다. 꽃구경과 장보기를 핑계 삼아 나선 집 근처 시장으로 향하는 산책길에서 아이와 나는 그만 재미있는 것을 발견해 버렸다.
"엄마, 저게 뭐야?"
아이의 눈높이에 마주하고 있던 것은, 나무 기둥에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피어 있는 벚꽃 두 송이.
아니, 나뭇가지가 아니라 저 두꺼운 기둥에도 벚꽃이 피었던가? 40년 가까이 살아가면서 한순간도 몰랐던(어쩌면 굳이 알려고조차 하지 않았던) 사실에 나는 문득 놀랐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경이롭기까지 했다.
생각해 보면, 위치만 다를 뿐이지 나무의 아랫부분에도 얼마든지 가지가 나고 꽃도 필 수 있는 것이지 않은가. 어릴 적부터 익혀온 정형화된 나무의 모양에서는 늘 꼭대기 즈음하여 가지가 뻗고 꽃이 피었기에 으레 그러려니 하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스스로 가지고 있던 어느 정도의 상식, 또는 고정관념이 이런 식으로 살짝 비틀어지는 경험은 참 재밌다. 삶이 반복되는 것 같아 무료하고 지루할 때면 이런 경험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또 다른 새로움을 발견하는 재능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 거기에도 연습은 많이 필요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