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임이 끝난 다음 날 아침, 나는 의도적으로 약속을 잡지 않는다.
사람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즐거웠지만, 그것만으로는 내게 남는 게 없다. 오히려 속이 비워진 듯 허전하고, 머릿속은 소음으로 가득하다. 그런 날은 혼자 있어야만 한다.
“엄마, 오늘은 어디 안 나가세요?”
막내가 묻는다. 나는 웃으며 대답한다.
“응, 오늘은 집이 제일 좋아.”
사람들 틈에서 흩어진 마음을 주워 담는 건, 늘 이렇게 집 안에서 보내는 고요한 시간 속에서다.
쉬는 날이면 핸드폰을 무음으로 두고 깊게 잠들기도 한다. 일부러 연락을 피하고, 의도적인 잠수를 타는 편이다. 그렇게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자리에 누워 있으면, 피로가 서서히 가라앉는다. 잠에서 깬 뒤에는 가족을 위해 밥을 차려주기도 하고, 집안 구석구석을 정리하기도 한다. 사실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꼭 집안 정리에 시간을 쓴다. 깔끔해진 방과 정리된 서랍을 보면 개운한 숨이 절로 깊어진다. 쉬는 날인데도 온전히 쉰 것 같지 않지만, 이것 또한 내 방식의 루틴이다.
집안일을 시작할 때면 나는 늘 발라드 음악을 켠다.
한때 아이들은 그 음악이 흘러나오면 바로 눈치를 챘다.
“이제 엄마 청소 시작이구나.”
아이들이 그렇게 말하며 웃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따라 웃음이 났다. 음악이 흐르는 동안 나는 먼지를 털고, 바닥을 닦고, 빨래를 개며 나만의 리듬을 찾았다.
그러다 창밖에 비라도 내리면 내 기분은 더 차분해진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흘러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묘한 평화를 느낀다. 세상은 어수선해도, 집 안에 머무는 나의 마음은 빗소리와 함께 고요해진다.
다른 이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모임이 잦을수록 기운이 난다고도 한다.
하지만 나는 정반대다. 웃고 떠드는 자리에서는 즐거움만큼 에너지가 빠져나가고, 혼자만의 고요한 시간에서야 다시 살아난다. 내향인에게 고요는 사치가 아니라 필수다.
그래서 나는 안다.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게는 반드시 필요한 충전이라는 것을. 고요 속에서 다시 숨을 고르고 나서야, 비로소 사람들 속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
혹시 당신도 그런가요?
사람들 틈에서는 누구보다 잘 웃지만, 집에서 음악을 틀고 청소를 하거나 빗소리를 들으며 고요히 쉬는 순간에만 비로소 살아나는 사람.
그렇다면 당신 역시 ‘외향적인 내향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