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해야 하는 것

by 봄날의꽃잎


오늘의 문장

“삶을 지탱해주는 건 화려한 순간이 아니라, 잊지 않고 기억하는 마음이다.”


죽음을 떠올리면 나는 늘 두려움이 앞섰다.

죽는 순간 모든 것이 끊어지고,

나라는 존재는 더 이상 어떤 생각도 이어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치 깊은 절벽 끝에 홀로 서 있는 듯한 공포가 밀려왔고,

그 끝없는 허무와 불안은 지금의 삶조차 무의미하게 만드는 듯했다.


하지만 어제 외할머니를 보내드리며

죽음에 대한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아흔여섯해라는 세월이 만든 기억은

장례식장에서 가족들과 나눈 대화 속에

눈물로 또는 웃음으로 섞여 있었다.

누군가는 국수를 삶아주시던 손길을,

또 다른 이는 늘 괜찮다며 웃어주시던 목소리를 떠올렸다.

외할머니는 세상을 떠나셨지만,

그분의 따뜻한 마음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순간 알았다.

죽음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기억이라는 다른 모습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사람은 떠나도, 남겨진 이들의 마음속에서

그의 삶은 계속 숨 쉬고 있었다.


죽음은 여전히 두렵다.

그러나 그 공포 속에서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건

내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사실이다.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가치를 붙잡으며

하루하루를 쌓아가느냐에 따라

내가 떠난 뒤에도 남겨질 흔적은 달라진다.


화려한 성취나 큰 업적이 아니어도 된다.

성실히 살아내고,

소중한 이들과의 관계를 지켜내며,

내가 걸어온 길을 후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누군가에게는 지탱이 될 수 있다.


삶을 지탱해주는 건 결국 기억이다.

그리고 그 기억이 따뜻할 수 있다면,

죽음조차 두려움이 아닌 또 다른 시작일지도 모른다.


오늘의 다짐

나는 오늘, 내 삶의 방향을 잃지 않고

누군가의 기억 속에 따뜻하게 남을 하루를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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