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국수

내가 좋아하는 것

by 봄날의꽃잎


내가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고기국수다.

그런데 나는

고기국수를 자주 먹지는 못한다.

밀가루 음식을 많이 먹으면

소화가 힘든 편이라서.


좋아하는 마음이 생겨도

그냥 바로 먹어버리기보다

참고, 또 참고,

정말 먹고 싶을 때까지

죽게 참다가 먹게 된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걸 참는 마음은

어떤 사람들은 다 알 거다.

‘지금 먹으면 후회할 것 같아서’가 아니라

‘지금은 몸이 힘들 것 같아서’

그런 조심스러움.


그래도 어느 날은

정말 못 참겠는 날이 있다.

그날은 마음이 먼저 결정한다.

오늘은… 고기국수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고기국수는 이미 냄새로 시작된다.

뜨끈한 국물 냄새, 고기 삶은 향,

김이 살짝 올라오는 그 공기.

그 순간부터 나는 이미 반쯤 위로받는다.

고기국수가 나오면

나는 먼저 국물을 본다.

맑다기보다 부드럽게 뿌연 빛.

그 위에 얇게 떠 있는 기름기마저

이상하게 반갑다.

“그래, 이게 고기국수지.”

괜히 혼잣말이 나온다.

그리고 면.

나는 가는 면보다

중면이 좋다.

중면은 젓가락으로 들어 올릴 때

힘이 있다.

너무 가늘면

입에 넣자마자 금방 사라지는 느낌인데

중면은 한 젓가락이

제대로 한 젓가락이다.

씹는 맛이 있고

입안에서 조금 더 오래 머문다.

그 ‘머무는 시간’이 좋다.

면을 후루룩 삼키는 그 순간,

따뜻한 국물이 목으로 내려가면서

속이 천천히 풀리는 느낌이 든다.

마치

엉켜 있던 마음까지

같이 풀리는 것처럼.


사람들은 고기국수에

고춧가루도 넣고

김가루도 넣고

취향대로 더한다.

그게 또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그걸 싫어한다.

고기국수는

그냥 고기국수 그대로가 좋다.

무언가를 넣는 순간

내가 좋아하던 ‘기본 맛’이

달라지는 것 같아서.

나는 그 한 그릇 안에서

딱 그 맛만 느끼고 싶다.

그래서 나는

아무것도 넣지 않은 국수 한 젓가락을

국물에 푹 적셔서

그대로 입에 넣는다.

그 단순한 맛이

오히려 더 진하게 느껴진다.

사실 고기국수는

특별한 날 먹는 음식은 아니다.

근사한 레스토랑 음식도 아니고,

사진 찍어 자랑할 음식도 아닐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고기국수가

내 하루를 살려주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지치고 예민해진 날,

아무도 나를 달래주지 않는 것 같은 날,

마음이 괜히 텅 빈 날.

그럴 때 고기국수 한 그릇은

“괜찮아”라는 말 대신

조용히 내 앞에 놓인다.


예전에는

고기국수를 거의 매일 먹은 적도 있다.

그때는 그냥 좋아서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주 먹지 못하니까

한 번 먹는 그 한 그릇이

더 진하게 남는다.

그래서 나는 참다가 먹는다.

몸이 힘들 걸 알면서도

먹고 싶은 날이 있다는 걸

나도 이제는 인정한다.

그리고 그날만큼은

스스로에게 조금 관대해진다.

“오늘은 먹어도 돼.”

“오늘은 이 한 그릇이 필요해.”

좋아하는 것도

매일 가질 수 없을 때가 있다.

그래서 더 좋아지는 것도 있다.

고기국수가 그렇다.


나는 오늘도

고기국수를 좋아한다.

중면이면 더 좋고,

아무것도 넣지 않은 그 맛이 좋고,

죽게 참다가 먹는 날이 오면

그날은 정말

조용히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