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
오늘은 핸드폰무음으로 살기로 했다.
아무 약속 없는 날이다.
누가 나를 기다리는 시간도 없고,
내가 누군가에게 맞춰야 하는 일정도 없다.
그런 날 아침에는
괜히 마음이 먼저 숨을 쉰다.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있어도 되겠다”
그 생각이 먼저 든다.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무음으로 바꾼다.
손가락으로 조용히 버튼을 밀고,
작은 아이콘이 바뀌는 걸 확인하는 그 순간.
별일 아닌데도
그 순간부터 하루의 공기가 달라진다.
핸드폰 소리가 켜져 있으면
나는 늘 어딘가에 연결된 사람이 된다.
알림이 울릴 것 같고,
전화가 올 것 같고,
확인하지 않으면
무언가를 놓칠 것 같은 마음이 따라온다.
그게 꼭 급한 일이 아니어도
알림 소리는 늘 내 마음을 먼저 흔든다.
그리고 나는 또
그 흔들림에 반응한다.
화면이 켜지는 것만 봐도
나도 모르게 손이 가고,
누가 보낸 건지 확인하고,
답장을 해야 할 것 같고,
늦으면 괜히 미안해지고.
하루가 그렇게
조금씩 다른 사람의 속도로 흘러간다.
그래서 오늘은
그 연결을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무음으로 바꾸는 순간은
세상과 등을 지는 일이 아니다.
그냥
나에게 잠깐 숨을 주는 일이다.
“지금은 내가 나를 먼저 챙길게.”
그렇게 조용히 말하는 것 같다.
무음 상태가 되면
세상이 조용해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먼저 조용해진다.
어디선가 울릴 것 같은 긴장감이 사라지고,
무언가를 기다리던 마음이 풀린다.
그제야 나는
내가 하려던 일을 다시 한다.
커피를 마시면
진짜 커피를 마시게 되고,
창밖을 보면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있어도
불안하지 않다.
아무 약속 없는 날의 무음은
‘연락을 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저
답장을 조금 늦게 해도 괜찮은 하루,
단톡방을 바로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
누군가의 부름에
즉시 반응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를
나에게 허락하는 일이다.
가끔은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괜찮은 척도 안 하고,
바쁜 척도 안 하고,
그냥 내 마음이 어디쯤 있는지
조용히 확인하는 시간.
그래서 나는
핸드폰을 뒤집어 놓는다.
화면이 보이지 않게.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더 편해진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는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가 나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오늘은 무음으로 살기로 했다.
세상에 대답하기 전에
내 마음부터 한 번 숨 쉬게 하는 날로.
조용하지만 분명하게
내 삶의 속도를 되찾는 하루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