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다정한 사람
나는 말이 다정한 사람이 좋다.
다정하다는 건
말을 예쁘게 꾸민다는 뜻이 아니라
말이 나오기 전
한 번쯤 마음을 거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 말을 해도 되는지,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닿을지
잠깐이라도 생각하는 사람.
그래서 나는 어떤 상황이 생기면
말보다 생각이 먼저다.
감정이 올라와도 그걸 바로 내뱉지 않는다.
속으로 한 번 눌러보고,
조금 가라앉힌 뒤에 천천히 말을 꺼낸다.
그게 내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다.
그래서인지 감정을 바로 말로 던지는 사람들 앞에서는
나는 늘 한 박자 늦다.
그 속도가 나에게는 배려이고 다정함인데,
모두에게 그렇게 읽히지는 않는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되었다.
얼마 전, 나는 상처를 받았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순간에
누군가가 말했다.
내가 본인을 무시했다고 느꼈다고.
그 감정 때문에
꽤 오랜 시간 화가 나 있었다고.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말을 잃었다.
나는 그런 적이 없었고,
그런 마음으로 말한 적도 없었는데
상대가 그렇게 느꼈다는 이유로
나는 이미 가해자가 되어 있었다.
억울했다.
그리고 화가 났다.
머리끝까지.
나는 늘 말을 아끼는 편인데,
감정을 함부로 내뱉지 않으려 애쓰는 편인데
그 조심스러움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설명하려 하면 변명 같았고,
침묵하면 인정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 감정을 혼자 삼켜야 했다.
그날 이후 나는 많이 생각했다.
다정함이 항상 다정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것.
말을 고르는 사람의 침묵이
누군가에게는 거리로 느껴질 수도 있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더 조심스럽게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내 방식을 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생각을 먼저 하고
말을 천천히 내뱉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
그게 내가 사람을 존중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모든 감정을
다 책임질 수는 없다는 것도
이제는 조금은 받아들이려고 한다.
누군가의 오해까지
모두 내 몫으로 안고 살 수는 없으니까.
상처는 분명히 남았지만
그 일로
내가 믿어왔던 다정함까지
의심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여전히 다정한 사람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