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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최기자 Jul 18. 2024

[서평]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리사 펠드먼 배럿)

나는 뇌이며, 뇌가 바로 나다

나는 뇌이며, 뇌가 바로 나다.


그동안 뇌과학 책에 이상한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마치 고대나 중세 사회에서 금서 목록을 정해 불태워버리는 것처럼. 뇌과학이나 신경과학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은, 인간 행동의 복잡하고 신비한 특성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전기신호로 바꾸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뇌와 신경이 곧 나이며 ‘나’란 허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존심을 내려놓는 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또 내가 허상이라는 사실이 나의 존재가 의미없다거나 삶의 가치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의미도 아니다. 오히려 내가 집착하고 있던 것들 – 돈, 명예, 성공, 행복 – 같은 것들이 뇌가 발명한 허구(fiction)이자 추상적인 개념(concept)이며,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살아있음을 경험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지금의 ‘나’가 결정할 수 있는 건 그것 뿐이기에. 



그럼에도 인간의 뇌 기능은 다른 동물들의 뇌 기능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뇌의 구조나 이를 이루는 신경세포들의 종류에 큰 차이가 없음에도, 하늘을 긁는다는 뜻을 가진 초고층 빌딩(skyscrpaer)을 짓거나 평생 쓸 일 없는 양의 ‘돈’을 은행 계좌에 담아두는 존재는 인간 뿐이다. 인간이 다른 모든 동물들을 다스리기 위해 창조된 유일한 종이라는 관점도,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다를 게 전혀 없으며 인간이 특별하다는 것은 착각일 뿐이라는 견해도, 모두 사실과 다르다.


인간은 특별하다.
다른 모든 동물들도 그렇다.
‘나’라는 존재는 유일무이하고 특별하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자아(self)도,
나를 만들어낸 뇌와 같으면서도 다른 뇌들의 작품이다.

우리는 하나의 커다란 몸(body)이며,
권리(right)나 가치(value) 같은 것들도 뇌가 만들어낸 기호일 뿐이다.
이걸 이해한다면 우리는 편견을 가질 필요도,
남을 이기려 할 이유도 없지 않을까.

우리 뇌 속에서는 진실이 거짓말이 되기도 하고, 우리가 믿으면 거짓말이 진실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때로는 거짓말도 진실만큼이나 중요한 것 아닐까.


‘나’란 누구이며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책은 답을 주기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게 해준다.



 책 속 구절들


“인간의 뇌에 새로운 부분이란 없다. 우리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다른 포유류의 뇌에도 들어 있으며, 다른 척추동물에게서도 찾아낼 수 있다. 그러니 당신에게는 도마뱀 뇌도 감정적인 야수의 뇌도 없다. 감정만 전담하는 변연계 같은 것도 없다. 그리고 이름부터가 잘못 붙여진 신피질은 새로 나타난 부분도 아니다.”



“나는 인간의 뇌에 다른 동물과 다른 이점이 없다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어떤 이점이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앞으로 이어지는 장들에서 밝힌다.) 인간이 고층빌딩을 건설하고 프렌치프라이를 만드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들은 우리의 뇌가 단지 크기 때문에 가능한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동물들도 의미 있는 방식으로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들을 진화시켜 왔다. 우리는 날 수 있는 날개가 없다. 우리는 자기 체중보다 50배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지 못한다. 초인적 힘으로 여겨지는 이런 능력들은, 박테리아처럼 작은 생물들이 늘 해오던 일이다.”



“나는 당신에게 생각을 바꾸라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이 도전이 쉽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이 일을 하려면 당신의 신체예산에서 인출이 일어나야 하고, 이 일이 불쾌하거나 무의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보려고 노력할 때, 진심으로 노력할 때 당신은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미래 예측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은 진보주의적이고 탁상공론 같은 헛소리가 아니다. 당신의 예측하는 뇌에 관한 기초과학에서 도출한 전략이다.”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신발끈을 묶는 방법을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오늘 충분히 연습해서 익힌 행동을 내일 자동으로 하게 된다는 사실을. 그 행동이 자동화된 것은 당신의 뇌가 갖가지 행동을 개시하는 각기 다른 예측을 하도록 스스로 세부조정하고 가지치기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자유의지의 한 형태이며, 최소한 우리가 자유의지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우리는 무엇에 자신을 노출시킬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책임’은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비극이나 그 결과로 경험하는 역경에 대한 책임이 아니다. 우리는 자신이 접할 모든 상황을 선택하지 못한다. 우울증, 불안증, 그 외에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때로는 우리가 잘못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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