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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영 May 07. 2024

폭풍우

예상치 못한 날씨에 흔들리는 배

그러다가 내 인생의 두 번째 파도가 다가왔다. 대한민국의 건장한 남성이기에 다가온 파도. 그렇다 바로 군대였다. 입대를 앞두고 연애 중인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에서야 돌아보면 별 거 아니었지만, 그녀와 평생 함께할 것만 같았고 떨어지는 현실도 싫었으며 미안하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헤어지자고 말을 꺼냈다. 그냥 자유롭게 지내길 바라고 나를 기다리지 말라고, 내가 군대를 다녀와서도 내가 좋다면 그때 다시 만나는 것은 어떻냐고, 나도 군대에서 그녀 때문에 불안하고 싶지도 않아서 건넨 말이었다.

그런데 웬걸, 그녀가 눈물을 터뜨리는 것이다. 어째서 그런 얘기를 하냐고 자기는 그런 생각은 전혀 해본 적도 없고 그러기도 싫다고. 깜짝 놀란 나는 그녀를 달래주고 미안하다고 했다. 그런 모습을 보니 새삼 안심하고 군대를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비가 많이 내려 위험한 바다에 있는 것 같았던 순간이 금세 잠잠해졌지만 그 뒤에 다시 다른 구름이 다른 비를 몰고 나타나 내 항해를 망쳐놓았다.

그녀를 잔뜩 믿고 1월에 입대했고 그녀를 생각하며 추운 훈련생활도 잘 마쳤다. 하지만 겨우 3-4월 정도에 내 바다를 흔드는 그 비가 내렸다. 친구에게 잘못된 얘기를 듣고는 이별을 결심했다고 한다. 나는 다 해명할 수 있지만 시간이 없어 "나중에 말해 줄게"라고 했지만, 그녀의 대답은 "난 들을 말이 없어"였다. 순간 나는 장난치던 그 돌고래가 내 항해를 방해하는 장애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툭하면 자기 혼자 생각하고 말하던 그녀가 이번에도 나와는 대화할 생각이 없단다. 나는 모든 정이 순식간에 차게 식었고, 해명할 기분도 사라져 그냥 그대로 그녀와 마지막이자 4번째 이별을 했다.


바다에서는 수많은 섬을 만날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 섬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남을지도 모르지만 이 넓은 바다에 어떻게 섬이 더 이상 없을 수가 있을까? 나는 바다 같은 대학교에서 돌고래 같던 그녀와 폭풍우 치는 위험한 항해와 같던 사랑을 했고 그 순간마저 추억이지만 다시 하고 싶지는 않은, 너무 좋은 기억이지만 배는 후진하지 않는 법이다. 지나간 섬은 다시 보러 가지 않을 것이고 나의 20대 초반의 연애는 이 항해 중 그저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


나를 흔드는 사건들을 파도라고 생각했고 기분 좋은 바다의 울렁임과 위험할 정도의 장애물인 파도가 있다. 그런 파도를 극복하는 중에도 바다에서 언제든 비가 올 수 있는 것이고, 그래도 나는 계속 바다 위에서 떠다녀야 하기에 이겨내야만 한다. 바다에서의 이벤트는 이 정도에서 끝나지 않았고 나의 대학생활 항해는 위기도 많았지만 즐거운 기억들도 많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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