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스물두 살의 나이로 군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2023년 7월, 마흔셋이 되어 전역했습니다.
21년 동안 저는 군인으로 살았습니다.
군 생활 속에서 달리기는 늘 ‘해야만 하는 일’이었습니다.
매년 체력검정이 있었고, 그중 가장 고역은 3km 달리기였습니다.
훈련으로 단련된 몸이라 해도, 3km는 심장을 두드리는 고통이었습니다.
언제나 두 부류로 나뉘었죠.
한쪽은 한 달 전부터 꾸준히 준비하는 이들,
다른 한쪽은 ‘그냥 그날만 죽자’는 마음으로 출발선에 서는 이들.
저는 달리기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좋아했죠.
하지만 ‘기록’이 따라붙는 순간, 그 좋아함은 억압으로 바뀌곤 했습니다.
자발적인 행위는 즐겁지만, 평가의 대상이 되는 순간 마음이 달라지는 법입니다.
그건 달리기뿐만이 아니더군요. 일도, 인간관계도, 삶 전체가 때때로 그랬습니다.
전역 후, 저는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기록도, 채점도, 경쟁도 없습니다.
오직 나의 리듬으로, 나의 숨결에 맞춰 달립니다.
혼자 달리기보다는 함께 나누고 싶어 ‘달려부론’이라는 온라인 운동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이름이 조금 특이하죠?
제 블로그 닉네임이 '부론'이거든요.
전라도 사투리 '달려~부러' 라는 느낌을 살려서 '달려부론'이라고 지었습니다.
이제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각자 목표를 정하고, 서로를 응원하며 운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주 3회, 8km씩 달립니다.
문득, 달리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꽤 괜찮은 문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달리기의 끝에서 만난 감정과 사색들을 글로 옮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연재는 달리면서 들었던 생각들,
그리고 함께 달리는 이들이 전해준 변화의 이야기들을 담은 기록입니다.
표현이 다소 부족할 수도 있겠지만, 진심만큼은 담아보려 합니다.
달리기는 몸을 움직이는 일이지만, 어쩌면 더 깊숙이 내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글로도 달려보려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