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성장, 그 시절의 나를 돌아보다
에세이 [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 는 현직 중학교 교사인 권지연 작가가 브런치에 썼던 글을 바탕으로 출판한 책이다. 중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 그런지, 이 책은 그들의 일상과 고민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세대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을 읽다 보면 마치 내가 다시 중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처음엔 그저 현재 중학생들의 이야기를 읽는다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내 중학교 시절의 기억들이 자꾸 떠오르고, 그때의 나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작가는 중학생들이 겪는 복잡한 감정과 갈등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친구 관계에서 느끼는 소중함과 불안,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고민 등, 그 모든 감정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다가왔다. 중학생 때 내가 느꼈던 감정들과 너무 닮아 있어, 마치 내 경험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는 별거 아닌 일처럼 느껴졌던 일상 속의 크고 작은 고민들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내 안에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중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시절 내가 경험했던 성장통, 그리고 그 안에서 내가 느꼈던 다양한 감정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때는 너무나 당연하게 지나쳤던 작은 순간들이, 어른이 된 지금 와서 돌아보니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사소해 보였던 행동과 말들이 어떤 아이에게는 그날의 중요한 의미를 만들어주고, 그 순간이 그 아이에게 존재의 의미를 확인하는 과정일 수도 있었음을 깨닫게 한다. 이는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더 나아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이들의 고민과 갈등은 어른이 된 나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 "나를 의미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순간에 진정으로 나다운가?" 같은 질문들은 우리가 어른이 되었어도 여전히 고민하는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이런 질문들에 답을 찾게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어른이 된 지금, 그 질문들은 더 깊이 있고 복잡해진다. 결국, 성장이라는 것은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라, 나와 세상에 대한 이해가 조금씩 넓어지는 과정임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 책은 또한 공감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준다. 공감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우리를 연결해 주고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힘이다. 책을 읽다 보면, 작가는 우리에게 누군가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공감이 어떻게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여러 장면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공감이라는 감정이 마치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을지 모른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세상의 복잡함과 어려움 속에서 살아가다 보면, 그 공감의 감정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깨닫게 된다.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은 자신의 잔인함조차 정당화할 수 있지만, 공감하는 사람은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메시지가 특히 강렬하게 다가온다. 공감은 결국 우리를 더 인간답게 만드는 힘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지금의 내가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때는 어두운 터널 속을 걷는 기분이었지만, 그 어둠 속에서도 봄을 기다리며 묵묵히 나아가고 있던 그 시절의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눈빛 속에서 봄을 기다리는 힘이 느껴졌고, 그 모습이 사실 지금의 나에게도 필요한 용기라는 걸 깨달았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다. 결국 봄은 온다는 걸. 지금 힘들지라도, 그 어둠 속을 걸어가며 나만의 봄을 기다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 배웠다.
[쌀을 씻다가 생각이 났어] 는 그저 중학교 시절을 되돌아보는 회상이 아니라, 그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를 이어주고, 어른이 된 지금도 여전히 답을 찾아가고 있는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깊은 여운을 남기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