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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터어리 Aug 14. 2024

안부의 안부

김러브의 여덟 번째 레터

<서울국제도서전> 입장하는 길


지난 토요일엔 다야와 함께 <서울국제도서전>을 방문했어. 사전 예약을 했는데도 대기줄이 어마무시해서 무려 한 시간 반을 넘게 기다리고서야 들어갈 수 있었어. 우리의 목적은 독립출판부스! 북적북적한 내부를 가로질러 가장 안쪽, 독립출판이 모인 부스로 향했지. (내부가 무척 혼잡해서… 사진을 찍은 게 별로 없어서 아쉽다.)


독립출판 부스에는 작가 혹은 1인 출판사가 많이 참여했었어. 본업이 아닌데도 글을 사랑하는 마음에 책을 만드는 분들도 많았지. 잠을 쪼개고, 여가시간을 줄이고, 돈까지 써가며 책을 만드는 사람들. 무언갈 순수하게 좋아하는 마음이 참 아름다웠어. 글로 적으니 진부한가? 실제로 보면 정말 존경스럽단다.


그렇게 좋은 책이 있으면 작가님들과 얘기도 하고, 레터어리 명함도 드리며 독립출판 부스를 돌았어. 그러다 우리 발길이 멈춘 곳이 있었는데, 바로 ‘쿠쿠루쿠쿠’ 출판사 부스였어. 책이 정갈하게 진열되어 있는 그곳에는 기발한 기획의 책이 많았어. 결혼을 기념하며, 주변인들에게 ‘사랑’이 들어간 질문을 받고 남편과 함께 쓴 답을 엮은 책 <깊고 무거운 다짐>, 다양한 사람들의 ‘가장 오래된 편지’를 엮어 만든 <안부의 안부> 등…. 책 소개만 들어도 무척 궁금하지 않아? 부스에는 작가이자 ‘쿠쿠루쿠쿠’의 대표인 분이 계셨는데, 비범한 기획력에 놀라 ‘혹시 이전에 기획이나 편집 일을 하셨나요?’하고 여쭤보니 영화 분야의 마케터로 일 하셨다고 답해주셨어. 그분의 얘기, 그리고 책을 사랑하는 마음, 다야와 나, 모든 것이 참 간질간질한 기분이었어. 내가 산 책이 뭐냐고? 음… 진열된 도서를 살펴보다가 <안부의 안부>에 삽입된 ‘태아일기’를 보고 갑자기 눈물이 차오르는 거야…(비상). 그래서 <안부의 안부>를 바로 구매했지.


♫•*¨*•.¸¸♪✧




<안부의 안부>, 엮은이 임희선/ 출판사 쿠쿠루쿠쿠


연이들은 가지고 있는 편지 중에 제일 오래된 게 뭐야? 스무 살부터 자취를 한 나는 가장 오래된 편지가 본가에 있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 중학생 때 주고받은 편지였을 것 같아. 사실 편지라는 걸 특별히 모으고 보관하는 사람도 많이 없을뿐더러, 있는 편지도 잘 꺼내보지 않게 되잖아. 나도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자취방에 있는 편지를 꺼내 봤는데, 잊고 있던 기억이라 그런지 이미 읽었던 편지들인데도 새로운 기분인 거 있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오래된 편지를 깨워줘서 고맙다는 것이었어요. 우리는 보통 오래된 편지를 잘 꺼내 보지 않는 깊은 서랍 속이나 상자 안에 보관하죠. 사실 일상을 살면서 편지를 꺼내 보는 일이 자주 있지는 않습니다. 이사할 때 짐을 정리하거나 물건을 찾다가 우연히 편지를 발견하고 갑작스럽게 옛 기억과 마주하기도 합니다. 책 《안부의 안부》는 오래전 누군가가 나에게 안부를 물었던 편지에 안부를 물어보는 책입니다. '그동안 잘 있었니?' 하고 안부의 안부를 묻는 것이죠. 


1949년부터 2021년까지, 시간순으로 나열된 편지들을 보면 참 복잡한 생각이 들어. 가족을 제외하면 수신인과 발신인의 대부분은 연락하지 않는 사이거든. 편지 내용에 감동받고, 순수함에 미소 짓다가도, 이제는 그들이 연결되어있지 않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면 어쩐지 공허해지는 거야. 한때 그렇게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없으면 살 수 없을 것 같이 의지했던 사람들도 시간이라는 순리를 따라 이내 하나 둘 곁을 떠나갔다는 것. 그건 누구도 원망할 일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 나는 여전히 이 문장을 받아들이기 힘들 때가 많아.


요즘은 SNS를 통해 서로 쉽게 연결되는데, 그렇기에 단절도 쉽게 알아챌 수 있지. 가령 나와 별 문제없었던 것 같은 사람이 인스타그램의 팔로우를 끊을 때. 숫자로 보이는 단절이 내게 주는 따끔함이 참 괴롭더라고. 난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길 소망하지만 그렇다고 늘 그 사람에게 접속해 있길 원하진 않아. 하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오랫동안 접속하지 않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는 걸 불편해할 수도 있겠지. 그 간극에서 오는 결과들은 아직도 소화하기 쉽지 않아.


더 큰 문제는 이런 거야. 여전히 연결되어있지 않다면, 난 그 사람과 함께 했던 추억마저 슬프게 기억해 버린다는 거. 예를 들어서 어떤 친구와 거의 매일 만나며 아름다운 두 해를 보냈지만, 연락이 뜸해지고 소식이 끊겼다면 난 그 두 해의 기억을 모두 슬프게 저장해 버려. 행복했던 시간의 다채로운 색상은 온통 회색빛으로 바뀌어. 더 이상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추억은 단절의 슬픔과 공허함으로 가득 차 버리니까.



♫•*¨*•.¸¸♪✧



이 책을 읽고 자취방 편지함을 꺼내보았어. 일곱 해를 꼬박 모은 편지함 속에는 이제는 연락이 닿지 않는 친구가 보낸 편지들도 많았어. 내가 미숙해서, 혹은 우리의 상황이 바뀌어서 … 여러 이유로 지금은 단절된 그들이 보낸 편지 속에는 나를 향한 다정한 응원과 격려가 들어있었지.


그래서 슬펐냐고? 아니. 오히려 더 따뜻해지고 충만해졌어. <안부의 안부>에 등장하는 수많은 편지들을 보며 느낀 게 있었거든. 더 이상 수신인과 발신인이 닿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그들은 순간의 기억들로 연결되어 있었어. 편지를 보낸 순간에 그들이 했던 사랑, 약속, 걱정, 격려는 한 톨의 거짓도 없는 오롯한 진심이었거든. 그걸 알고 이전의 편지를 다시 보니, 단절에 대한 회한보다 더 큰 행복감이 느껴졌어. 내게 편지를 쓴 이들이 내게 보낸 사랑과 격려가 모두 진심으로 다가오면서, 다시 읽는 이 순간에 새로운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어. 참 아름다운 감정이었단다. 내가 이렇게 위로를 받은 것처럼, 누군가도 내가 예전에 적었던 진심의 조각들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뭉클해지더라고.


그리고 생각했어. 언젠가 지나간 인연을 떠올릴 때, 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한 스스로를 탓하지 않고 부드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더 나아가서, 다시 연결되고 싶은 이들에게 솔직한 마음을 전할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고 말이야. 아직은 미숙하고 부족한 게 많지만, 서툰 마음마저도 소중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 내가 그들에게 보냈던 사랑과 감사와 격려가 그들의 한편에 남아있을 거라 믿으니까.


그리고 이 글을 읽고 있는 연아!

우리 가끔이지만 오래 안부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자. 얼굴은 본 적 없지만, 매일 네 안온한 하루를 바라고 있어.


P.S.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가장 오래된 편지’ 챌린지를 올려볼 거야! 다들 많이 참여해 줄 거지? 여니들의 편지를 기다리고 있어.



♫•*¨*•.¸¸♪✧


 답장함

김러브

Kim love


비성년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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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있는 글이라 답장을 꼭 하고싶었어. 돌아보니 나도 20대 대부분을 하염없이 방황하며 비성년인채 내가 비성년인줄 모르고 살아왔더라고. 누구나 그런시기는 있고 잃어버렸던 너의 조각을 찾아가는 시기의 감정들을 공유받을 수 있어 새삼 고마워 ㅎㅎ 응원하고 있을게!  


진정성 있는 답장 나도 무척 고마워! '누구나 이런 시기가 있다'는 연이의 말이 새삼 위로가 된다. 내가 모난 게 아니라, 모두에게 꼭 필요한 시기를 겪고 있는 거라고 믿어. 잃어버렸던 내 조각을 찾아가는 모습도 이곳에서 글을 통해 보여주고 싶어. 오래 지켜봐 줘. 연이가 보내준 응원이 내게 진심으로 힘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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