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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인J Mar 31. 2024

지하 정원에 관한 책

비가 오는 날이면 나도 모르게 환풍구 속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바람이 자주 닳던 그 속에는 기름기 고인 웅덩이 속 동전과 펜 그리고 어떻게 빠진 지 모르는 신발 한 짝과 뿌연 내 얼굴도 같이 보입니다 겹겹이 묶어놓은 페이지 사이 압화처럼 스스로 뭉개지지 않고서는 피어날 수 없던 환풍구 사이로 내 머리카락 몇 가닥을 뽑아 일부로 떨어뜨려 봅니다


 오늘과 내일 사이에 눌린 채

 언제나 생생해야 했던

 날들 사이

 쌓이고

 묻혀버린     

 나의 머리카락

 너의 머리카락 

 우리의 머리카락을 보며     

 안쪽에서 불어오는 휘바람 소리를 귀 기울여봅니다     

 저 울음은 누가 덧붙인 각주일까요     

 어느새 웅덩이는 사라지고

 엉킨 머리카락 무더기가 

 빽빽이 

 내 얼굴 위로 가득 들어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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