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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인J Mar 31. 2024

초록 괴물

  할머니의 무덤 앞 놓인 어항 속 어느새 자라난 푸른 이끼들 내 그림자 밑에서 숨을 붙들고 있는

      

  오전 12시 

  햇살이 허리를 구부러뜨리기 시작하면

  쉽게 말라비틀어질 것 같던 

  어항 속 세계     

  이끼들은 금세 불어났다 더 이상 달라붙을 곳도 찾지 못해 서로 엉키기 시작하는 둥근 잎사귀들 입을 쩍 벌리고 먹이를 기다리고 있는 괴물 같아     

  아슬아슬하게 굴곡진 형상들      

  소매를 붙잡으며 간밤 내내 곡소리를 내던 이모와 빈 소주병을 굴리던 삼촌의 얼굴 한쪽이 일그러진 채로     

 여러 번 흰 색종이를 접어 

 어항 속에 심어놓던 엄마의 손은

 금방이라도 저 푸른 목구멍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아


 괜스레 눈을 질끈 감았다 떠본다

 어느새 부유하는 이끼들 사이

 사라진 괴물의 형상을 떠올리며     

 어항 속 내 얼굴을 본다

 번진 내 테두리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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