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에 걸린 앵무새는 매일 제 털을 뽑곤 했다 끝까지 내린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일그러진 그림자는 나를 때론 집어삼킬 것만 같기도 해서
줄줄이 블라인드를 내리는 나날이었다
미친 듯이 새어 나오는 햇살을
매번 죽이는 나날이었다
슬퍼하는 것조차 지겨워지던
나도 언젠가부터 머리카락을 뽑았다 이따금 입안에서 잘린 머리카락이 발견되곤 했다 문득 몸 속에 뿌리를 두고 자라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
엉킨 너의 털과 나의 머리카락처럼
얽힌 무수한 햇빛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를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