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긴 도로를 바라볼 때면 언제나 있을지 모를 끝을 상상한다 그 속에 있는 내 사유에 빠져든다 살아간다 경계가 희미해지던 도로 끝을 향해 걸어갈 수 있을 것만 같던
깨진 유리 조각 속 비친 내 얼굴들 빛나는 것들을 가까이 두면 나도 그 빛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날카로운 햇빛 속 빛나는 유리 조각 다칠 걸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다가가는
지하철을 타고 눈을 감으면 덜컹이는 소리를 들린다 왠지 모르게 고래의 숨소리가 떠오른다 그 속에 고래의 숨소리를 들으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호흡이 떠오르는
그림자를 보면 세상 모든 것들의 구조가 보인다고 물이 반쯤 담긴 유리컵 아래 비추는 햇빛 사이로 흔들거리는 뼛조각들처럼 그림자 속에 제 몸을 감춘 스스로 뼈대를 지운 것들의 구조는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지
문득 모든 순간들
일그러지던
나의 그림자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