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기가 심해지는 날이 오면 가끔 태양의 모습으로 구름이 녹아 버려 제 속내를 하늘이 비춘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다
새하얀 이불 속에 살가죽만 남은 다리를 숨긴 채 창밖을 쳐다본다 구름 떼와 같이 날아다니는 새들을 본다 그 눈부신 무리를 본다 시시각각 배열을 바꾸는 테두리를 본다 때로는 일렬이었다가 이열에서 삼렬로 - 점점 늘어가는 테두리를 본다 서서히 희미해져 경계가 애매모호한 상태에서도 테두리 안과 밖으로 날아다니는 새들은 잘만 날아다닌다
어쩌면 테두리를 잃어버리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문득 몸을 잃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테두리를 잃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선명해서 더 끔찍하던,
그래서 더 아름답던
그 여름에 내가 죽었다